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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최초공개] 클레그 영국 부총리와 탈북 대학생들의 대화

이번 2012 서울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와의 탈북 대학생 만찬에 참석했던 이현서기자입니다.  27일 저녁 인사동에 위치한 어느 한정식 전문점 주변에는 만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많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부총리는 탈북대학생과의 만남을 미리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대략 한 달 전부터 영국대사관에서 연락을 받은 저는 우리가 만날 사람이 영국의 부총리 일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었습니다. 왜냐면 대사관측에서도 극비에 붙였으니깐요. 나중에 핵안보정상회의 때에야 비로소 저는 저희가 만날 사람이 어떤 정치인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닉 클레그 부총리는 핵안보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핵안보정상회의 만찬도 미루고 탈북대학생들과의 만찬을 가질 예정이었고, 바로 다음 순서로 서울 공평동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GREAT 캠페인 론칭 행사에 참석하였다가 저녁 늦은 시간에 인천공항을 통해 떠나는 정말 바쁜 스케줄을 보내야 했었습니다.

 

먼저 클레그 부총리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2008년에 자유민주당 당수로 선출되었고, 3년 만인 2010년 영국 연합정부의 부총리직에 취임해 현재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함께 새 내각을 이끄는, 준수한 외모를 갖춘 영국의 젊은 정치인입니다. 1967년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명문 사립 학교인 웨스트민스터 스쿨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를 하였고, 증조할아버지는 러시아 귀족, 할머니도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남작부인이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네덜란드인이며 와이프는 스페인 여성, 이러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그는 영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5개 언어에 아주 능통하고 인종주의를 배격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입니다.

 

수행원들과 함께 한옥집에 들어선 클레그 부총리는 우리 모두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뒤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고 싶다면서 앉자마자 바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날 만찬은 클레그 부총리, 스콧 주한 영국 대사, 피터 윌슨 아시아 태평양 디렉터와 수행원 한 명, 영국대사관관계자 한 명 그리고 탈북 대학생 5명. 모두 10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여기에 참석한 탈북 대학생들은 영국대사관에서 탈북 학생들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Enlgish for The Future” 프로그램 참석자들이었고 저를 뺀 나머지 4명의 학생들은 이미 국내의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주한 영국 대사관에서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최우수자로 선정되어 영국대사관, 언론사들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클레그 부총리는 우리에게 북한에서 한국까지 오는 시간과 경로, 그리고 북한의 어느 지역출신들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식량난이 정말 자신이 들었던 것들이 사실인지, 그럼 주로 어떤 음식을 먹느냐고 질문했습니다. 한 학생은 북한에 있을 때 먹을게 없어서 심지어 4일 동안 굶었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직접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일반사람들보다 더 힘들게 산다는 것과 그 이유는 가을이 되면 북한군부에서 농장들을 확 틀어쥐고 군용쌀이요 뭐요 하면서 심지어 김장철 배추까지 밭에서 지켜서서 주인행세를 하여 진작에 그 밭을 가꾸어 온 농부들에게 차려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도 잠시 나왔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적응하면서 제일 힘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학생은 언어의 장벽, 즉 북한 특유의 사투리와 한국사람들이 북한사람들을 바라보는 편견에 대해서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한국에 와서 제일 처음으로 겪었던 정체성 혼란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게임을 보면서 마음만은 한국이 이기기를 그렇게 바라면서도 진작에 입밖으로 우리나라라고 외칠 수가 없어 힘들었던 것과 한국에 발을 내딛은 그 순간부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가 이미 정상의 위치에 있는 한국사람들을 따라가려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과 대학공부, 그리고 아플 때, 외로울 때, 그 누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우리는 우리를 위로해 줄 그리고 도와 줄 친척 하나, 형제 하나 없는 정말 벼랑 위에 홀로 서있는 느낌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제 이야기에 관계자 분들이 모두 공감을 하였고 특히 부총리와 윌슨 디렉터가 이런 것들이 자신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라고 하였습니다.

 

스콧 대사는 김정일 사후 김정은 시대의 북한의 전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북한문제만큼은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바라는 통일이 그렇게 빨리는 오지 않을꺼란 입장도 밝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의 핵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쓰지만 북한주민들이 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제 말에 부총리는 정말 궁금하다며 이야기를 부탁했습니다. 고도의 세뇌교육을 당한 북한주민들은 핵이 자신들을 보호해준다고 철저하게 믿고 있으며, 만약에 핵이 없다면 이미 미국과 같은 나라에 의하여 이 지구상에서 북한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으므로 자신들이 핵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생각을 한다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번 만찬에서 저는 부총리께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질문을 하게 되었는데요.


Q : 한반도의 평화 촉진을 위한 영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와 있는 자체가 그 답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고, 또 우리는 한국정부를 남북관계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지금 영국 대사관에서 탈북대학생들의 영어교육을 위해서 지원하고 있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과 영국 석사과정 장학생 선발과 같은 프로그램들로 탈북 대학생들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Q : 북한 내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하여 영국은 어떤 것을 할 수 있습니까?


A : 북한 내의 인권개선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채널을 열어 놓았지만 북한이 닫혀 있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Q : 현재 영국에 1,000여 명의 탈북자가 정착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그들에 대한 정부지원도 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또 영국에 있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모두 한국을 거쳐서 간 사람들인데 영국정부의 강경책으로 인하여 다들 살기가 힘들어 캐나다나 벨기에로 다시 떠난다고 합니다. 탈북자들을 돕는데 영국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영국정부는 한국에서 건너간 탈북자들이 영국에서 다시 정착하는 데에 그 어떤 역할이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까? 아니면 그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정착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 우리 영국정부는 한국이 아닌 제 3국이나 다른 곳을 거쳐서 들어 온 탈북자들은 그 자체를 인정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국적을 이미 취득하고 다시 영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국제법상 그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영국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솔직히 그들에 대한 혜택도 적어진 건 사실입니다. 오히려 한국이 그들에게 있어서 제일 많은 도움을 주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에 탈북자라면 저는 영국이나 미국도 아닌 한국을 택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클레그 부총리는 우리의 10년 후의 미래계획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AP통신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일환씨는 미래의 북한은 법에 의해서 운영이 되는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공부할 기회가 있으면 변호사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현재 영국대사관에서 인턴으로 있는 A군은 미래 한반도에 예견되는 심리적 문제들, 이를테면 문화충격이나 사회통합에 대해 심리적 예방과 치료를 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영국대사관에서 인턴으로 근무중인 B양은 평양에 있을 때 유니세프에서 후원한 물자들을 많이 봤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유니세프에서 일하며 북한을 돕고 싶다고 하였고, 동국대 경찰학과에 재학중인 C군은 경찰이 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우리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며 글이 큰 역할을 하기에 기자가 되는 것이 하나의 목표이며 더 나아가서 통일된 한국에서 정치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부총리께 정치인으로서 미래의 정치인이 되고 싶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충고 하나를 부탁했더니 크게 웃으면서 그 길을 절대 말리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만찬 후 바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GREAT 캠페인 론칭 행사장으로 달려간 부총리께서는 연설 중에 우리 탈북대학생과의 식사,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도 변호사, 유니세프, 정치인의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과 용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외국의 정상급 지도자가 한국을 방문해서 북한이탈주민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나눈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요즘 전 세계가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에 정상급 지도자로서 제일 처음으로 그것도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정상회의 만찬도 미루고 우리를 만나러 달려온 클레그 부총리의 자상함, 정치인이 되고픈 저에게 그 꿈은 말리고 싶다던 그의 진지한 표정, 분명히 그는 훌륭한 정치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영국부총리와의 만남이 저에게는 아득하고 멀게 만 느껴졌던 통일이 빨리 올 수 도 있다는 신심을 가지게 만드는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대한민국에는 우리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클레그 부총리와 같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지금 한창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가 이슈화 되었음에도 그 현장에는 몇몇 정치인들과 일반시민단체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다른나라 부총리가 그들의 문제도 아닌 우리들의 문제에 시간을 쪼개가면서까지 세심함과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그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