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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분단의 경계선, 철원 탐방기 ①

 철원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배웠던 한탄강과 현무암, 용암지대, 래프팅 등이 대표적으로 떠오를텐데요. 철원은 북한과 경계가 맞닿아있는 접경지역으로서 분단과 통일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철원은 한반도 땅에서 가장 소외받는 곳으로 꼽히는 '접경지역'인데요. 분단의 현실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북한학을 전공하다보니 이러한 접경지역에서 분단을 체험하고 올 기회가 종종 있는데요. 이번에도 북한학과 학생들과 함께 '민족공동체추진본부'에서 진행하는 철원 평화관광'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철원 땅으로 떠나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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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방문한 곳은 이 곳 도피안사였는데요. 한국에서 가장 소외된 영역에서도 가장 북쪽에 존재하는 접경지역에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의미에서 방문했습니다.

도피안사는 원래 민통선(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구역) 안에 있다가 민통선이 생기면서 그 바깥으로 이전을 했는데요.

'도피안사'에서 도피안(到彼岸)이라는 의미에서 볼 수 있듯, '피안'의 세계를 평화와 통일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소이고, 이 곳에서 그 아픔을 되새기며 다시 한 번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가이드 분의 말에 따르면, 철원은 전쟁을 전후하여 특히나 이념 대립이 치열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기도 해서 거의 지뢰밭이었는데, 농민들이 하루에 2명씩 지뢰에 사망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오대쌀'은 다 이런 지뢰밭을 개간하고, 접경지대 주민들과 이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쌀이라고 볼 수 있다는데요. "먹는 것 하나에도 분단이 서려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철원은 접경지대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써 역사 속 한 때는 번성했던 번화가였기도 했는데요.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다시 통일에 가까워지면 이런 땅들이 다시 찬란한 역사를 꽃피울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정말 아름다운 절경이 있다는 '고석정'에도 방문했는데요!

 

 

'철원'하면 떠오르는 용암지대, 그리고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고석정의 절경과 물빛이 너무 예뻐서 카메라 셔터는 쉴 새가 없었답니다.  

 

그리고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철원 평화 전망대'도 처음으로 방문했는데요!

평화라는 말 바로 밑에 철조망, 그리고 '지뢰'라는 표지판이 정말 대조적이고 모순적인데요. 어서 '평화'라는 말에 걸맞는 땅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는 이 곳 평화 전망대에서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비무장지대(DMZ)를 바라봤습니다. 흔히 DMZ라고 불리는 '비무장지대'는 원래 무장이 해제된 비(非) 무장지대여아 하지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립으로 서로가 중무장을 하고 있는 사실 상의 '무장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는 분단으로 황폐화되어 온전하지 못합니다.

 

영화 <고지전>에 보면 고지를 쟁탈하기 위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요. 본격적인 전쟁이 끝나갈 무렵인 1953년 2월, 북과 유엔군간의 휴전협정이 난항을 거듭하던 그 때, 접경 지대에서는 고지를 쟁탈하기 위한 전쟁 아닌 전쟁이 계속됩니다.

서로 물고 뜯기는 소모전만 거듭되는 고지전으로 인해 참전 군인들에게는 이미 휴머니티(humanity)를 잃은 모습을 보이는데요. 우리 세대는 전쟁을 직접 겪지는 못했으나 이렇게 간접 경험으로라도 전쟁의 참혹함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전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그것이 바로, 전쟁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곳 철원에서 바라본 DMZ 땅 또한 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로, 전쟁의 아픔과 분단의 후유증이 그대로 서려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철원에서 가장 중요한 '백마고지'는 400m도 안 되게 얕은 고지이지만 철의 삼각지의 꼭지점에 위치했고, 10일 동안 24번의 쟁탈전이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화약고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유골을 발굴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순간 서로에게 남는 것은 죽음과 아픔, 상처와 후유증이라는 것, 전쟁은 끝도 시작도 없는 암흑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눈 앞에서 바라본 DMZ는 황폐하고 쓸쓸했습니다. '아닐 비'의 비(非)무장지대가 아닌 '슬플 비'의 비(悲)무장지대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너무도 안타까운 땅이었습니다.

한 때는 한반도의 정중앙에서 찬란하게 번성했을 중심지였을 철원의 비무장지대, 지금은 두루미와 같은 새들만이 유유하게 날아다닐 수 있는 공허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DMZ는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생태 공간, 자연의 보고이며 인간의 발이 닿지 않는 가장 신비롭고 가능성이 열린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과 같은 군사적 지역으로서 '안보 관광'을 실시하는 곳이 아니라, 하루 빨리 긴장감을 해소하고, 이 곳을 누구나 넘나들 수 있는 평화의 공간으로 조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곳을 한반도의 평화 통일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컨셉 전환'이 필요합니다.

DMZ가 비무장지대라는 이름을 버리고, 아름다운 통일 문화의 일환으로서 기획해보는 것은 제 꿈이기도 합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철원의 월정리역과 노동당사에 방문해 볼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이상으로 상생 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