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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봄나들이 도시락, 북한 요리로 채워볼까?

지난 4월 10일 화요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이산가족 초청 북한 지역 전통 요리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한적십자사와 통일부의 주관 하에 100여 명의 이산가족이 초청되었는데요. 경연에는 복숭아팀, 살구팀, 국화팀, 진달래팀, 매화팀, 아카시아팀 이렇게 총 6팀이 참가했답니다. 이름부터 정말 예쁘고 맛깔나죠~?

복숭아팀은 '개성 무찜과 배추속대찜'을 준비했습니다.

"저희가 만들 음식은 개성음식입니다. 옛날 고려의 수도가 개성이었던만큼, 개성음식은 화려하고 멋지고 재료도 풍부하며 모든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개성은 논농사, 밭농사가 잘 되어서 풍부한 곡식이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축산업이 발달해서 개성 음식을 보면 두세 가지 종류의 고기를 넣어 맛있고 영양이 풍부합니다."

 개성 무찜은 주재료인 무와 닭고기, 돼지갈비, 그리고 소고기 사태를 넣어 갈비찜과 같은 방식으로 요리합니다. 무는 고기의 누린 맛도 제거해주고 소화도 돕습니다. 또 동물성과 식물성이 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양가가 풍부하다고 합니다.

또 하나인 배추속대찜은, 가을 김장 때 하면 좋다는데요. 알배추를 반으로 잘라서 소금물에 데치면 숨이 죽습니다. 그러면 그 속에 소고기와 버섯 종류 등 여러가지 채소를 배추 통김치 하는 것처럼 넣습니다. 그리고 소고기를 썰어 넣고 갖은 양념을 넣은 물에 배추 속 넣은 재료를 10분 정도 쪄내면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살구팀은 '개성 만두와 개성식 강정'을 선보였는데요.

북한에서 여름 만두는 '편수'라고 부릅니다. 또 개성식 만두는 모양이 귀와 닮았다고 해서 '귀만두'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개성 만두의 특이한 점은 소고기, 돼지고기, 꿩고기 이렇게 세 가지 고기가 들어간다는 점인데요. 음식 맛이 깊이가 있고 정성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최 기자도 살구팀과 함께 직접 개성 만두를 만들어 보는 체험을 했는데요!!

 만두피가 동그랗지 않고 네모난 것이 특이했습니다.

 여기에 적당히 속을 넣고 양쪽에서 한 번씩 접어서 귀 모양으로 만들면 되는데,

손이 덜 영글어서(?) 그런지 역시 제가 만든 것은 모양이 조금 메롱이었습니다.

명절 때면 어른들이 늘 하시는 말씀대로라면 만두를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던데, 저는 살짝 걱정이 되었답니다. (ㅠㅠ)

그래도 살구팀 분들의 극적인 도움으로 귀만두 만드는 데 성공!!!

 

국화팀은 북한 음식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두부밥과 황해도 지역의 오쟁이떡'을 마련했습니다.

두부밥은 남한의 김밥같이 보편적인 음식인데다가, 모양은 유부초밥과 비슷한 모양의 친숙한 음식입니다. 두부를 얇게 썰고 부친 후, 반으로 갈라서 그 속에 밥을 꽉꽉 채워 넣고 그 위에 갖은 양념을 올리면 됩니다.

역시 저도!!!! 직접 먹어보았습니다!!!!! (입이 호강한 날이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실제로 북한에서 온 친구와 함께 두부밥을 만들어 먹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두부밥은 저에게 굉장히 익숙한 음식이었달까요? 어쨌든 이 날 먹어본 두부밥의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두부밥은 만들기도 쉽고 간단해서, 요즘 날씨에 봄소풍 갈 때 도시락으로 싸가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진달래팀은 북한전통음식연구원장인 이애란 교수님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탈북 여성 박사 1호로 잘 알려진 이애란 교수님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이애란 교수를 아시나요?'(링크)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달래팀은 갓 탈북을 해서 넘어오신 북한이탈주민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산가족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6.25때 월남을 하셔서, 북한에 있을 때 정말 보고싶은 분들이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이산가족 어르신들께 저희들이 직접 만든 북한 음식을 소개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하고 영광스럽습니다. 오늘 음식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진달래팀은 '명태 순대'와 '함경도 과줄'을 요리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북한이 식량난이라 호사스러운 음식을 많이 해먹기는 어렵지만, 명태순대는 지금도 남아있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명태순대를 만드는 법은 뼈를 다 빼내고 만두 속처럼 속을 만들어 채소와 명태 내장을 볶아 넣은 속을 만들어서 찌면 된다고 하는데요. 사진이 정말 먹음직스럽죠?

북쪽에서는 결혼을 안 한 사람을 보고 '과줄 언제 먹을래?'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는데요.

또 남쪽에서는 결혼식 때 흔히 '국수'를 해먹는 것처럼, 함경도에서는 잔치를 할 때 큰 상자에 과줄을 올린다고 합니다. 

매화팀도 탈북 여성분들로 이루어진 팀이었는데요.

매화팀은 전통 평안도 음식을 준비했는데요. 흔히들 들어본 적이 있는 '평양 온반'과 '평양 녹두지짐떡'이었습니다.

평안도 지방의 잔치 음식인 평양 온반에는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합니다. 지방에서는 잔치 때 오시는 분들에게 평양 온반을 대접하면 그 부부가 금슬좋게 잘 산다는 재미있는 풍습이 있다고 하네요.

 

평양 온반은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닭고기가 들어간 온반입니다. 너무 맛있겠죠!!

평양 녹두지짐떡은 지글지글하게 갓 지진 녹두지짐에 떡을 올려서 만드는 건데요. '코리안 샌드위치'라고 소개할 정도로 외국인들까지 남녀노소 국적불문하고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보이는 것만큼 맛도 좋은 음식이었답니다.

이처럼 3층 요리 준비실은 매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재료를 다듬는 사람, 지지고 볶고 굽는 사람, 완성된 음식을 장식하고 있는 사람. 각자 맡은 일은 달랐지만,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는 것이었는데요.

대회 준비를 위해 몇 날 몇 일을 준비했을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힘든 내색이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카시아팀은 함흥 음식인 명태회와 녹두지짐을 준비했는데요. 아카시아팀에는 상생기자단이 직접 '체험단' 자격으로 참가했답니다!

현재 공덕역에서 북한 요리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아카시아팀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았습니다.

함흥은 동해안이니까 명태가 많이 잡혀서 명태를 가지고 하는 음식이 다양하다는데요. 

명태살에 다양하게 양념을 해서 만드는 명태회무침은 식혜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우러지는 음식이랍니다.

또, 녹두지짐은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음식이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인 지짐 위에 돼지고기 삼겹살을 덧붙여 올려서 아주 푸짐하고 맛있습니다. 어찌나 군침이 돌던지, 이 사진을 찍고나서 바로 녹두지짐 흡입(?)에 들어갔답니다.

체험단으로서 상생기자단은 먹고 즐기고, 또 여러 가지 대화도 나누었는데요. 아카시아팀은 "이산가족 분들께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고 말씀해주셔서 더욱 훈훈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사 초반에 이날 행사는 대한적십자사 주최에 통일부 후원으로 개최되었다고 말씀드렸죠! 

이날 행사장을 직접 방문하신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대한민국 정부와 함께 적십자와 통일부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아직도 7만 8천여 명의 어르신들이 이산가족 상봉을 바라고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을 더 이상 끌면 안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유 총재는 현재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생각을 내비쳤는데요. "안타까운 마음에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했지만, 좋은 소식이 들려 오지 않았다"며 씁쓸해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유 총재는 "적십자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을 잘 정착시키는 것이 남북 통일의 기초"가 되는 것이라며, 탈북자의 남한 생활 정착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모두가 기다리던 시상식, 영예의 대상은 살구팀에게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누가 어떤 상을 탔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요리를 만들고, 직접 나누어 먹으면서 북한에서 오신 이산가족 분들은 고향을 떠올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북녘 땅을 밟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날 이산가족으로서 초청받은 김순운(75) 할머니는 북에 가족이 있는 남편을 따라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김순운 할머니는 "잘 먹고, 좋은 대접을 받았다"며  주최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할머니는 "자리에 초청해 줘서 고맙고, 적십자 후원비도 잊지 않고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산가족 상봉이 2010년 가을 이후로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만나게 해 드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풀리지 않는 남북관계로 인해 이산가족 분들의 아픔은 깊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분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족들을 직접 만나게 해줄 수 있는 상봉을 하루 빨리 재개하는 것입니다.

이 날 행사로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모두 달랠 수는 없겠지만, 요리를 통해 잠시나마 고향의 맛을 떠올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는 시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북한전통음식연구원장 이애란 교수님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끝마치려고 합니다.

이애란 교수님께서 강조하시는 '통일은 밥상에서부터!'라는 말은 저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지니고 있을 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는 서로의 문화를 잘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북한 요리를 하나라도 더 알고, 맛보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북한의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되었는데 서로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면 곤란하겠죠?

물론 다행인 점은, 오랜 시간을 같이 살아온 민족인 만큼, 음식에서 공통점을 찾기도 쉽고 입맛에도 안성맞춤이라는 점입니다. 생소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북한 음식에서 우리의 모습 또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된 북한 음식 중 '저거 정말 맛있겠다!' 싶은 음식은 잘 봐두셨다가, 봄나들이 가실 때 도시락으로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요?

벚꽃 구경 하면서 색다른 북한 요리도 먹다보면 더욱 신나는 봄소풍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밥상에서부터 시작되는 통일, 우리 손으로 먼저 시작해요!

 

이상으로 상생기자단의  손지윤, 최수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