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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꼬마 영어선생님 인터뷰

 

 

 

 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 4기 임재빈 기자입니다.

 통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깊어가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을 돕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대규모 단체나 협회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혹은 소규모의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오늘은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많은 분들 중 교내 동아리를 만들어 봉사하고 있다는

대원외고 3학년 홍주원 학생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가져 보았습니다.

 

 

 

 

 

대원외고 전경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만큼 영어와 밀접하지 않은 북한에서 왔기에 간혹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구분하지 못하시거나 샴푸의 뜻을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요. 우리는 인식하지 못할만큼 워낙 사소한 것에도 영어가 쓰이다보니 북한이탈주민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원외고 3학년 영어과에 재학 중인 홍주원 학생은 북한이탈주민에게 '영어 과외 봉사'를 하며 동아리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홍주원 학생은 "처음에는 개인적인 봉사로 시작했어요. 고등학교를 갓 입학해서 중학생(탈북청소년) 아이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끝내기가 아쉬워서 이번엔 북한이탈주민 어른들을 상대로 영어 과외를 시작했죠. 몇 번 하다 그만두게 될 줄 알았는데 그분들과 친해지다 보니 계속 하고 싶어졌고, 주위 친구들을 끌어들여 같이 봉사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우리 동아리의 시작이었죠."라며 동아리 설립 취지를 밝혔는데요.

 

'동아리 소개'를 부탁하는 기자의 질문에 "동아리 명칭은 blend입니다. 남한과 북한 사람들의 성공적인 blend를 돕자는 의미이기도 하고, [Border Lies bEtweeN the Duo]의 약자이기도 합니다.1학년 때 친한 친구들 3명과 함께 4명이서 영어 과외 봉사를 했었는데요, 운 좋게 조선일보에 기사가 났어요. 그 덕분인지 작년인 2학년 때 정식으로 동아리를 만들었을 때 25명이나 되는 동아리원들이 모였습니다. 외고 학생들의 특성을 살려 북한이탈주민들을 상대로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주는 것이 저희 동아리의 주된 활동이자 목적입니다."라고 똑부러진 대답을 덧붙였습니다.

 

홍주원 학생이 이끄는 이 동아리는 현재 국제탈북자단체LiNK 산하지부로 가입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과정에는 지금까지 해온 여러가지 일이 밑거름이 되었을 텐데요. 

 

NK지식인 연대와 새조위(탈북자 지원단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에서 진행한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영어무료교육 봉사를 비롯하여  책을 모아서 셋넷학교(탈북 교육시설 중 하나) 에 기부하거나 △ 외국 도서 “What is democracy?”의 영문 번역 완료 △ 그 밖에 다른 동아리들과 함께 통일교육원에서 통일전문교육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는 새조위에서 한국 홈페이지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고 하네요.

 

 

 

홍주원 학생은 "동아리 후배들이 계속 뜻을 이어 갔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서 실수도 많았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정비가 잘 된 상태기도 하구요. 앞으로는 셋넷학교 등의 북한이탈주민 관련 단체들과 연계활동을 더 많이 해서 일방적으로 가르쳐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친해지며 서로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동아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BLEND가 장기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후배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영어 무료과외 봉사 중인 blend의 모습 ⓒ http://durl.me/acu5x>

 

 

 

이 동아리의 주된 활동은 북한이탈주민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법과 회화 강의라고  합니다. 교재는 문법의 경우 문법책을 산 뒤 개인적으로 약간 편집해서 쓰는데, 회화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자체 교재를 만들어서 가르쳐 준다고 하니 그 노력에 다시 한 번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홍주원 학생은 "수강자 분들이 많이 바쁜 분들이라 자주는 못 뵙고 토요일마다 2시간 정도 과외를 해 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과외를 받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영어능력과 교육현황은 어느 정도일까요? 홍주원 학생은 "지금까지 새조위와 NK지식인 연대 두 군데 분들을 대상으로 영어 교육 봉사를 해 왔는데요. 아무래도 개인차가 좀 나는 편입니다. 영어를 꽤 잘하셔서 수강자 분들이 다들 기초생활회화 정도는 가능하셨던 경우도 있었어요. 저희가 가르쳐 드릴 게 거의 없었던 분들도 계셨구요. 반면 ABCD정도만 아시고 전반적으로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런 분들은 북한에서 러시아어를 배우셨다고 해요. 그래서 알파벳은 아시지만 영어를 배우신 적은 없는 거죠."라고 답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희가 봉사하는 거니까 당연히 크게 아쉬운 점은 없었구요(웃음). 단지 수강자 분들과 마찰이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게 아쉬워요. 단체들의 이해관계와 가치관, 특히 시간 개념이 달라서 진도를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로 모 학교와 약속했던 봉사활동이 취소된 경우도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이런 문제들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가르쳐 드릴 수 없었던 게 무엇보다 아쉽습니다. 또 저희가 교육을 진행하면서 나름 인터넷 까페를 만들어 수강자 분들과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셔서 그게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도 살짝 안타깝구요."라며 여러 환경적 요건으로 북한이탈주민분들과 친해지지 못함에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번역 일도 하고 있다는 홍주원 학생. 고등학생이 번역이라니.. 대학생도 손대기 어려운 부분을 하고 있는데요, 홍주원 학생은 "다양한 영문번역을 하지만, 예를 들면 <What is democracy?> 같은 경우 외국 도서를 번역한 것이고 지금은 새조위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해서 홈페이지 번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슬쩍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이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외래어 사전 작업의 경우 "북한이탈주민 분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외래어에 대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만들고 있는 사전입니다. 제 친구와 둘이 시작한 것을 새조위에서 아시고 도움을 주시겠다고 해서 지금은 새조위와도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차후 출판이 가능해질 것 같아요."라며 뿌듯함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시중에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외래어 사전은 없었던 것일까요? 홍주원 학생은 "시판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판매용이 아닌 소장용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일반인들이 구하기 쉽지 않고, 저희가 만들고 있는 것처럼 영어·남한말·북한말 모두 나와 있는 사전은 없어요. 네이버 등 포탈에서도 사전검색이 가능하지만 너무 어렵고 실제로 쓰이지 않는 단어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예를 들면 ‘게리맨더링’ 처럼요(웃음). 저희는 그 중에서 보다 생활에 밀접한 단어들을 추려내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특히 이 사전의 경우, 다른 사전들과 달리 '삽화'가 들어갈지도 모르는데요. 북한이탈주민 분들에겐 개념 자체가 안 잡혀 있는 새로운 단어가 많을 테니 글로만 보고 이해하시기 힘들 것 같아서 보다 쉽게 와닿는 그림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대부분의 다른 사전처럼 가나다 순으로 하는 것보다 상황별, 주제별로 하는 것이 더 찾기 쉬울 것 같아서 그렇게 파트별로 묶을 생각입니다. 정치, 피부미용, 교통 이런 식으로요."라고 학생들이 작업하는 사전의 차별성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현재 1차 시안은 거의 다 만들어서 새조위 쪽에 검토를 맡겨 놓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남한말-북한말-외래어 사전 시안

 

 

홍주원 학생은 "사실 중학교 때는 정말 시간 채우려고 우체국 같은 곳에 가서 이름만 봉사인 봉사를 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봉사를 왜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국제탈북자단체LiNK 와 연계해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이 사람들이 단지 나의 봉사를 받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나에게 자신들이 아는 무언가를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이전에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내가 무언가를 대가없이 베푸는 거니까 내가 조금 더 요구할 수 있는 위치(?)라는 생각을 해서 봉사하는 시간도 나한테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렇지만 이번 봉사들을 통해서, 나 역시도 배우는 게 굉장히 많으니 봉사하는 사람과 봉사 받는 사람은 누가 더 나은 위치에 있다 이런 개념을 따질 수 없는 거구나 라는 것을 느꼈어요."라고 이 활동을 통해 자신이 얻게 된 것을 들려주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홍주원 학생의 '통일에 대한 관심도'를 느낄 수 있던 기자의 질문에 "사실 저도 처음에는 통일이 우리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 되면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큰 상관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탈북자 아이들을 많이 만나 보고, 또 통일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난 뒤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지금은 어서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답니다."라며 통일을 향한 자신의 바람을 인정하기도 했답니다.

 

다만 "특히 외고 같은 경우는 환경과 다문화가정 쪽의 봉사를 굉장히 중요시해요. 특히 미국으로 대학을 가려는 아이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평가 기준이죠. 그러다 보니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봉사도 두 팀 정도 더 있지만 아직 다른 주제들에 비해서는 덜 다뤄지는 편입니다."라며 북한이탈주민을 향한 주변의 무관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아직 작은 동아리에 불과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거나 하지는 못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봉사활동 초기에 영어무료과외 봉사를 하면서 조선일보에 기사가 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저희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새조위 분들에게도 그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요. 이런 작은 관심들이 모여서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다시 봉사를 하고, 그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또 관심을 갖는 식으로요."라고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대원외고 앞 까페에서

 

 

그렇다면 홍주원 학생이 또래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홍주원 학생은 "물론 친구들이 다들 자기 할 일이 많은 것을 아니까 이제 와서 갑자기 봉사를 시작하거나 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바쁘더라도 인터넷 곳에 봉사 관련 글이 올라왔을 때 그것을 읽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게나 저희들에게나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되고, 저의 경우처럼 각자 가지고 있는 작은 능력을 살려 봉사활동을 직접 해 볼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구요."라며 북한이탈주민에게 갖는 작은 관심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역설했습니다.

 

 

 

 

홍주원 학생의 말처럼, 이와 같은 개개인의 작은 관심과 참여가 모여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통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또 가진 재능을 조금씩 나누어 다른 이들을 돕는다면,

 민족이 통일되는 그 날이 우리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오지 않을까요?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주신 홍주원 학생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이상 상생기자단 임재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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