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되면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일까요? 국가체계의 통일? 경제적 지원? 물론 앞에 말한 일들도 시급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일 시급한 것은 문화적 동질감을 회복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가가 합쳐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같이 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문화적 동질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 수단이 되는 언어적인 부분인 말과 글부터 통일하자는 학자들과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례로 말에서는 북한의 “일없습네다.” 은 우리나라 말로 받아들이려고 하면 부정적인 어투 그럴 일 없다는 식으로 들리지만, 그 뜻을 풀이하면 “괜찮습니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글에서는 우리나라는 알타이어족에서 많이 발견되는 특정한 음운 또는 음운군이 단어의 음절 초(특히 첫음절의 초)에 오는 것을 기피하거나 그 위치에서 특정한 조건하에 변형, 제한되거나 음가를 잃고 실현되는 음운 현상인 두음 법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러한 두음 법칙에 적용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글로는 ‘노동’이라고 적지만 북한에서는 ‘로동’으로 적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언어적 통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소통이 원활해져서 빠르게 문화적 동질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말과 글을 통일하면 우리가 언어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 이러한 통일에 대한 논의가 80년대였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시대가 급속하게 변했고 변하고 있는 21세기이기 때문에 한 가지 문제가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 때문에 나타난 ‘입력체계’에 관한 문제입니다. 컴퓨터는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약속이 정해져 있습니다. 마우스는 왼쪽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선택이 되고, 오른쪽 버튼을 한번 누르면 메뉴가 나온다는 약속이죠. 하지만 마우스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전 세계의 공통으로 통용되고 있는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키보드는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약속이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키보드는 ‘언어’를 입력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마다 그 언어에 맞게 키보드 자판배열이 제각각 있으며 한 언어 내에서도 중요시하는 부분이 달라서 그에 따라 자판의 배열방식이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한글을 쓰고 있지만 조금씩 그 모습을 달리하는 ‘한국어’와 ‘북한어’ 모습을 그대로 키보드 자판 또한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의 키보드 자판배열을 먼저 보자면, 우리나라의 자판배열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한국의 두벌식 표준 자판(KS X 5002)
그 첫 번째는 표준 두벌식 자판으로 1982년에 제정된 KS X 5002 “정보처리용 건반 배열”로 표준화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고 있으며 거의 모든 키보드 버튼에 인쇄되어있는 것이 바로 두벌식 자판입니다. 왼손은 자음, 오른손은 모음을 배열해놓은 형태입니다. Shift키를 눌러서 쌍자음 또는 ㅖ, ㅒ를 입력할 수 있으며, 이중모음 ㅘ, ㅟ 등은 연속으로 입력하는 형태입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보급한 표준자판으로 자판의 수가 적어서 외우기가 쉬워서 그만큼 배우기도 빠른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자판수가 적은 만큼 오타가 많고 속도가 느립니다. 그리고 자음을 많이 입력하기 때문에 왼손이 오른속보다 더 많이 피곤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더불어 쌍자음을 입력하기 위해서 Shift를 누르기 위해 왼쪽 새끼손가락을 많이 사용하는 점도 있습니다.)
한국의 세벌식 자판
그리고 두 번째는 세벌식 자판으로, 1949년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자판으로 넓은 의미로는 첫소리(초성)·가운뎃소리(중성)·끝소리(종성)가 서로 다른 글쇠에 배열된 한글의 창제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한글 입력 방식들을 총칭하며, 공병우박사가 개발하였기 때문에 좁은 의미로는 공병우박사가 개발한 자판에 기초한 공병우 계열의 자판을 말합니다. 그 종류에는 세벌식 최종 자판, 세벌식 390 자판, 세벌식 순아래 자판, 신세벌식 자판등이 있습니다. 장점으로는 왼손과 오른손에 따라 나눠진 두벌식과 달리 초성, 중성, 종성이 따로 배치되어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판을 입력할 수 있으며, 왼손의 부담이 줄어들며 타이핑 속도도 두벌식보다 빠릅니다. 단점으로는 자판 수가 많아 배우기 어렵고 두벌식이 표준이다 보니 사용하기위해서는 일일이 설정을 바꿔줘야한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국규 자판 (KPS 9256)
북한의 키보드 자판배열은 처음 1991년 치환방식(예, ㄱ+ㅏㅏ=까, ㄱ+ㅓㅓ=꺼)을 국제표준 시안으로 제출했으나 어문생활과의 정합성 결여로 사용될 수 없었고 1993년에 제출한 국규 자판이 표준으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그 형태를 보면 우리나라의 표준 두벌식 자판과 거의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많은 영향을 받을 걸로 보이며, 이는 북한의 국규 9256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KPS 9256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과 입력방식이 같고 왼손은 자음, 오른손은 모음을 배열해놓았지만, 글자 하나하나의 배열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6개의 글자버튼 중에 8개만 위치가 같고 나머지 18개는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음법칙에 적용되지 않는 북한어이기 때문에 ㄹ, ㄴ가 많이 쓰여 왼손 검지에서 가까운 곳에 배치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형태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장, 단점 또한 똑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앞서 보았다시피 우리나라와 북한의 키보드의 표준키보드는 거의 비슷하지만 배치가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통일이 되었을 때 이러한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북한이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1996년남북 공동시안
이미 1996년의 Korean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회의(3차)에서 북한에서 제안하여 더 개선하기로 합의하고 채택한 남북 공동시안 키보드 자판배열이 있습니다. 이 키보드는 북한의 키보드 자판배열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공식 채택은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 4년에 걸쳐 남북한이 큰 혼란이 없이 사용가능하게 남북이 공동개발한 최초의 컴퓨터 한글 자판 ‘하나로 2000’가 개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것으로 보아 이미 남한과 북한 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우려와 걱정, 그리고 해결방안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로 보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남한, 북한 둘다 이러한 남북 공용 자판배열을 표준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몇십년동안 쓴 자판배열을 바꾼다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제는 컴퓨터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으며 앞으로 통일을 위해서라면 키보드 자판배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교류와 공동 표준화에 대한 노력,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지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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