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기 상생기자단원 금경희입니다
북한 사회에서 성과급이 확대되고 여유자금이 늘어나면서 금융 분야에서도 서구식 신용거래와 금융상품이 생겨난 건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기존에도 각종 저금을 관장하는 저금소와 같은 금융 기관이 존재했고, 무역과 외환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은행도 있었습니다. 먼저 금융상품을 관장하는 북한의 다양한 금융기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요?
북한의 금융기관
북한의 금융기관으로는 조선중앙은행과 무역/외환 전문은행, 합영은행, 저축 전담 기구(저금소, 체신소, 협동농장 신용부) 등이 있습니다. 조선중앙은행은 정무원에 소속되어 화폐발행, 통화조절, 결제, 국고업무 등 중앙은행의 기능과 함께 예금/보험 업무, 국유재산 관리업무까지 맡고 있습니다.
무역/외환 전문은행으로는 무역은행, 금강은행, 대성은행이 있으며 무역회사들의 대외결제 업무와 외국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특히 무역은행에서는 북한 내에서 통용되는 ‘외화와 바꾼 돈’을 발행하고 북한 돈과 외국 돈의 공식 환율을 결정합니다. 합영은행은 합영/합작 기업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거나 대내외 결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80년대 후반부터 외국 자본과의 합작으로 설립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합영은행, 조선낙원금융회사, 조선통일발전은행 등 세 곳이 있습니다.
북한의 금융상품
북한에서도 주민들의 유휴 자금을 산업으로 활용하기 위해 저축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저축은 동마다 한 개씩 설치된 조선중앙은행 산하 저금소가 맡고 있으며, 체신소(우체국)에서도 저축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무역은행, 산업은행, 대성은행 등 6개가 더 있으나 이곳에서는 무역 결제만 전담하고 있을 뿐, 일반 주민들은 이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금소의 크기는 평양 시내의 경우 15평 정도이지만 청진 등 지방은 3평 규모로 비교적 작다고 합니다. 저금소 직원은 소장을 비롯해서 여직원 2~3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고, 아직 온라인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서 수작업으로 입출금을 기재합니다. 북한의 저금소에서 취급하는 저축상품은 크게 아래의 3가지로 나눠집니다.
▶보통저금 : 우리의 보통예금과 같아서 언제든지 돈을 입금하고 출금할 수 있으며 이자는 연 3퍼센트입니다.
▶준비저금 : 이 상품은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고 한꺼번에 또는 여러 번에 걸쳐 저금했다가 기한이 되면 찾는 저금입니다. 연 이자는 3.6퍼센트로 보통저금보다 약간 높습니다.
▶추첨제 저금 : 이 저축상품은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독특한 상품입니다. 추첨제저금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통예금과 유사하나 예금자에게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불하지 않고 분기에 한 번 씩 실시하는 추첨을 통해 당첨자에게 이자보다 더 많은 당첨금을 지불하는 북한 특유의 예금제도이다. 저축상품에 복권의 추첨 방식을 도입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첨금은 복권처럼 정액이 아닙니다. 당해 분기 당첨된 통장의 하루 평균 잔고액을 기준으로 1등 50퍼센트, 2등 20퍼센트, 3등 10퍼센트를 지급합니다. 예컨대 200원을 저금한 사람이 1등에 당첨되었다고 한다면 200원의 50퍼센트인 100원을 당첨금으로 지급받게 되는 것입니다. 저금소에서는 추첨을 통해 당첨된 당첨자의 통장번호를 저금소 게시판에 공고합니다. 평양의 경우에는 평양신문에도 매번 공고를 냅니다. 1등 1명, 2등 4명을 뽑는 이 저금의 당첨 확률은 10퍼센트 정도라고 하니 우리의 로또보다는 당첨액이 무척 적지만 당첨 확률은 훨씬 높죠?
북한의 저금소나 체신소에서는 ‘저금은 개인들이 자기 생활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일 뿐 아니라 국가에서 유휴 화폐자금을 효과적으로 동원 리용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교시가 붙어있다고 합니다. 위의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서구식 신용거래와 금융상품이 생겨났는데요, 대표적으로는 현금카드와 외화예금, 그리고 자본주의의 꽃인 펀드가 있습니다.
▶현금카드 : 평양 시내의 유명 식당 입구에는 ‘현금카드 발행’이 주제인 대형 광고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광고문에는 '카드 한 장만 있으면 봉사지점(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며 잔돈 처리를 깨끗이 할 수 있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돼 현금 소유의 문화성이 보장 된다' 등의 장점이 나열되어 있답니다
북한의 동북아시아은행이 발급하는 이 현금카드는 일명 '실리 현금카드'로 불리는데요, 일정 액수를 충전시킨 뒤 식당이나 상점 등 가맹점에서 현금 대신 결제하는 전자화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카드는 북한의 '원'을 비롯해서 유로, 엔, 위안화 등 5, 6종의 외화까지 충전이 가능하다고 하니 사회주의 공산국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죠?
그러나 이 카드는 대개 상류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것으로 평양 시내의 호텔이나 유명 식당, 외국인 숙소식당, 평양상점 등에서만 통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외화예금 : 몇 년 전 평양 시내 3대혁명전시관 입구에 '각종 외화를 외화예금으로 받습니다'라는 광고판이 걸린 적이 있습니다. 합영은행인 제일신용은행이 내건 광고판에는 '유로.달러.엔.파운드 등 임의의 외화로 외화예금에 들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외화예금의 이자율과 특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외화예금에는 기관, 기업소, 회사를 대상으로 한 외화보통예금, 외화정기예금 등이 있다고 합니다.
외화예금은 가입자와 저금액이 1년만에 각각 2.5배, 4.7배가 늘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예금은 평양 시민 외에 비거주 외국인도 가입할 수 있으며, 보통예금과 정기적금 방식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자는 보통예금은 연 1.5퍼센트 이지만 정기적금은 가입 기간에 따라 많게는 8퍼센트까지 늘어난다고 하네요.
▶펀드 : '자본주의 경제의 꽃'인 펀드 투자가 북한의 은행에서도 이뤄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무역잡지인 '조선의 무역'에 따르면 북한의 화려은행은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여유자금을 일정한 기간 은행이 위탁받아 운영하며, 이윤이 높은 부문에 자금을 투자하여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금을 배당하는 투자신탁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투자 기간은 최소 1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투자방식으로는 설비투자, 유동자금 투자 등이, 투자방법은 단독투자와 공동투자 등이 있다고 이 잡지는 소개했습니다.
잡지는 또한 화려은행이 정보과학기술의 발전 추세에 맞춰 전자봉사 체계를 도입했다고 소개했는데요, 전자시스템을 통해 시간적 효율성과 업무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혀 ‘온라인 뱅킹’ 도입을 시사했습니다. 이 은행은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해외 동포들과 외국 손님들,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들을 대상으로 은행업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금융상품 판매의 목적은 단순히 위에서 언급했던 ‘개인들이 자기 생활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북한 체제의 유휴 화폐자금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2012년, 북한은 정권교체와 더불어 강성대국 원년을 맞이해서 외화 재원 확보를 위해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및 금(金)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에 소개한 것처럼 다양한 금융 상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이 은행을 찾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대부분 여윳돈이 없어 저축을 생각할 수 없을뿐더러 은행을 그다지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북한에는 개인에게 은행돈을 빌려주는 대출제도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희망도 있습니다. 당장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한 금융상품과 제도이지만, 앞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인 금융 업무들이 북한지역에서 다양화 된다면 개혁 개방도 그만큼 가속화 될 수 있겠죠? 가까운 미래에는 남한에서 만든 체크카드로 북한의 식당에서 계산을 하고, 북한 은행의 금융상품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 러시아 웹디자이너 'Artemii Levedv'/노컷뉴스/조선신보
내용참조 : '어, 그래? -북한편-' (이병관, 새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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