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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제1회 대학생 모의남북회담 ① 남북회담 D-5



제1회 대학생 모의남북회담 현장,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가 그 생생한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2월 6일부터 10일까지 총 4박5일간 통일부 통일교육원에서는 제1회 대학생 모의남북회담이 열렸습니다. 이번 회담에는 고려대·동국대·명지대 북한학과 학생들 30명이 참가했는데요.

북한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펼치는 모의남북회담, 과연 그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시죠?
최 기자도 북한학도로서 이 회담의 참가자였고, 동시에 특파원으로 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①남북회담 D-5라는 제목으로, 실제 남북회담이 이루어지기 5일 전 상황임을 가정해보고자 하는데요.
총 4박5일간의 과정을 거치기 위한 입교식에서부터 남북회담에 대한 교육, 실제 학생들 간의 회담 준비 과정까지 긴박하게 돌아가는 회담 준비과정을 사진과 함께 스케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의 남북회담 전 과정은 통일부 통일교육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모의 남북회담은 정치·군사 회담, 경제 회담, 적십자 회담 등 3개 분야로 나누어 총 6개팀(팀당 5명)으로 구성하여 진행되었는데요. 프로그램 전 과정을 EBS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하여 방영할 계획입니다.



입교식이 끝난 후 단체사진, '화이팅!'을 외치며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때만해도 학생들은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자신들에게 엄청난 준비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다들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참가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회담 준비 이전에,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강연과 교육으로 강도높은 트레이닝(?)이 실시되었는데요. 


이상민 정책총괄과장은 '정부의 대북정책'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효과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정부가 목표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며, 협상의 핵심으로 ①확고한 국가관과 신념, ②명확한 목표의식, ③이를 뒷받침하는 국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남북회담을 준비함에 있어서 남북회담이 이루어진 약사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남북회담 약사'를 배웠습니다. 강연은 전 통일부 대변인으로 이미 잘 알려진 천해성 상근회담대표께서 해주셨는데요.

강연 내내 역시 대변인답게 멋진 목소리와 준수한 외모, 절제된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압도했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남북회담의 의미에서부터 개최 현황까지 모두 짚어보았는데요. 

먼저 남북회담이란 "대한민국 정부와 북한 정부와의 교섭 행위"를 의미하고, 각각 남북을 대표해서 실시하는 회담입니다.
지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명시한대로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이므로 타국과 펼치는 '외교'와는 다른 성격임을 분명히 해야합니다.

또한 쌍방에 대해서 '남한' 또는 '북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반드시 '남측' 또는 '북측', 그리고 상대측을 지칭할 때는 '귀측'이라는 말을 써야하는 등 다른 나라와의 회담에서와는 다른 특수한 상황이 많았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분단국이며,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남북회담 프로세스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문대근 상근회담대표께서 해주셨습니다.

남북회담의 협상 요소와 구성요소는 무엇인지, 그 세부적인 준비단계는 어떠한지 하나 하나 세세하게 짚어봄으로써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회담을 준비하는 틀을 잡아주었습니다.

그 중 '회담 계획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요소'가 흥미로웠는데요.

첫번째로, 이해관계의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상대방 입장과 이해관계, 갈등상황을 분석하고 우리측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이슈의 재설정, 목표의 설정 등을 통해 타겟포인트와 최대양보수준, 목표범위까지 아주 자세하게 그 계획을 짜야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 북한의 전략전술을 분석하여 바야흐로 협상은 '정보게임'임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거기에다 설득력 있는 논변까지 개발하고 대북 전략전술 및 회담운영기술을 연마해야 한다니, 정말 실제 회담이 얼마나 치밀하게 이루어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흔히들 상상하는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의 남북회담의 모습과는 달리, 단순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라고 하네요.

회담시 발언 요령은 수석대표 주도로 이루어지며, 나머지 대표들은 수석대표에게 발언권을 얻었을 때만 발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북측 대표 접촉 요령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있었습니다.

○북측대표와 접촉시 예의를 갖추되, 정중하고 당당한 자세 유지

○북측을 지칭할 때에는 “북측” 또는 “귀측”, 우리측을 지칭할 때는 “남측‘ 또는 ”우리측“으로 사용
  - 겸양을 나타내려고 하는 ‘저’, ‘저희측’ 등의 표현은 지양

○북측 단장을 부를 경우 “북측 단장” 또는 “단장선생”, 여타 대표는 “OO대표” 또는 “OO”선생으로 호칭
  - 우리 대통령은 ‘대통령’ 또는 윗분‘ 김정일은 ’귀측 윗분‘

○거부감, 자극할 수 있는 표현 자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저희'라는 표현 또한 지양해야 한다고 하니 갑자기 '자나깨나 말조심'이 생각나면서,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취함에 있어서 정신이 번쩍 뜨는 순간이었습니다.



각종 교육과 강연이 이루어진 후에는 대표단 구성 및 팀활동이 이루어졌는데요. 회담 준비의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다보니, 경쟁 체제를 도입하여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답니다. 

팀원별로 역할을 분담하고, 회담대책 및 기조발언문 작성하기 위해 의제설정 관련 지도를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회담에 직접 참가한 경험이 있는 통일부 사무관님들이 각 팀으로 배정되어 함께 힘써주셨답니다.



지금까지 쭈욱 회담 준비과정을 살펴보셨는데요.

실제 남북관계의 회담을 준비함에 있어서도, 회담 일정이 잡히면 그 전까지 회담기획부에서는 모의회담을 기획하여 회담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각각 남측과 북측 대표단을 맡아 쌍방의 이해관계가 어떠한지, 회담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를 해보고 치밀하게 대비한다고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D-5에 볼 수 있는 진풍경을 살펴보니, 정말 회담 준비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죠? 학생들은 4박5일간 잠을 줄여가며 새벽까지 팀별로 토론하고, 기조발언문을 준비하고, 매끄러운 회담 진행을 위해 진행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짜는 등 모두 열심이었답니다.




지금 이 기사를 쓰는 최 기자도 북한학을 전공하고, 2년간 북한과 통일 문제에 대해서 배워왔지만 실제 남북회담을 준비하다 보니 남북간의 대화와 합의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팀은 추첨을 통해 적십자회담 북측 팀에 배정된 만큼, 북한의 입장에서 사고해야만 했습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우리'라는 말조차 이제는 남측이 아닌 북측이 되어야 하기에 우리는 우리가 북한 대표임을 자꾸만 상기해야만 했습니다. 자꾸 북한 식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해야 실제 회담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D-5부터 빙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자꾸만 남한식 사고가 개입되고, 남한의 입장이 툭툭 튀어 나오는 등 '북한식 사고'는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북한의 입장이 되어서 회담을 준비하다보니 남북회담을 하는 남북 당사자가 가져야 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자존심만 세우고, 서로의 입장만 관철하여 상대방에게는 아무 것도 양보해주지 않으려고 한다면 아무 합의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럼 다음 기사에서는 본격 회담에 임하기 전에 분단 현장을 눈으로 보고, 회담 장소를 직접 다녀온 ② 현장견학편이 이어지겠습니다.

이상으로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