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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제1회 대학생 모의남북회담 ③ D-DAY


드디어! 모의남북회담 D-day 현장입니다.

2월10일 통일교육원 교육관 4층에서는 남과 북의 열띤 회담이 개최 되었는데요.

바로 제1회 대학생 남북모의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고려대, 동국대, 명지대 북한학과 학생 30명이 각각 정치-군사, 경제, 적십자 3파트로 나눠서 총 6팀이 회담에 참가하였습니다. 

(모의회담 참가자 명단)


최수지 기자는 직접 동국대 북한학과 자격으로 회담에 참여를 하였고요. 전동규 기자는 학생 평가단으로 참여했습니다. 참고로 남북모의회담의 시상조건은 통일부 관계자 및 대학교수님 5명의 평가 80%, 각 학교별로 대학생 평가단 5명씩 참석하여 총 15명의 평가 점수가 20% 반영되는 형식으로 치뤄졌습니다. 이렇게 하여 최우수 1팀, 우수 2팀, 그리고 남, 여 최우수 MVP 각각 1명이 뽑히게 되는 것입니다.


(왼쪽: 학생참가단 평가표)


회담은 시상식까지 포함하여 오전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진행되는데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했습니다. 모의회담에 참석한 북한학과 학생들은 회담이 열리는 당일까지 포함하여 4박5일 동안 통일교육원에 합숙하며 회담을 준비했다고 하네요.


다음은 정치·군사 회담 대표단이었던 민경인(명지대학교 3학년)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본인의 차례가 끝났는데 지금 심정은?

: 회담을 하기 전부터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혹시나 회담도중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큰 실수 없이 우리가 준비한대로 회담을 마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4박5일 동안 힘든 일은 없었는지?

: 4박5일은 길다면 길지만, 어떻게 보면 짧은 기간이다. 우리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잠을 많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부분만 빼면 통일교육원 측에서 너무 친절하게 잘 챙겨주셨다.  

-수상을 예상하는지?

: 아직 2팀밖에 회담을 하지 않았다. 우리 뒤에 회담이 더 남아있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명지대에서 하나쯤은 탔으면 좋겠다.

 

(회담 시작 전 남북 대표단이 악수하는 모습)




대학생들이 직접 준비해서 진행한 회담인 만큼, 진지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학생들이 회담 중간 중간에 직접 설정해 놓은 장치 때문에 벌어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습니다.



한 예로 2번째 순서였던 경제 회담에서는 갑자기 회담 중간에 '정전(?)'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열렬히 회담하던 도중 갑자기 회담장에 불이 나가 모두 당황했는데, 사실은 북한의 열악한 전력 상황을 인상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남측 팀에서 미리 짜놓은 전략이라고 하네요.

이런 에피소드는 과거에 실제 회담에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꾸며낸 상황이라고 하는데, 역시 대학생다운 기발한 생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운데는 회담에 참가하여 적십자 북측 단장을 맡은 최수지 기자)



적십자 회담에서는 북측 단장이었던 최수지 기자가 시작부터 구수한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여, 마치 정말 개성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적십자 회담의 주요 의제는 ① 이산가족 상봉 문제, ② 대규모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 ③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④ 상봉정례화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이었습니다.

적십자 팀은 110분에 걸친 회담 끝에 다음과 같은 합의서를 이끌어 냈습니다. 



북남적십자회담 합의서

북과 남은 2012년 2월 10일 개성에서 적십자회담을 갖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북과 남은 2012년 3월 19일부터 3월 25일까지 6박 7일간 금강산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실시하기로 한다.

① 상봉규모는 쌍방이 각각 20명씩 하기로 한다.

이번 상봉 장소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로 하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한다.

2. 남측은 북측에 리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쌀 20만톤, 비료 30만톤을 지원하기로 한다.

3. 북과 남은 흩어진 가족, 친척 문제의 근본적 해결 등 인도주의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을 3월 말에 개최하기로 한다.

4. 이 합의서는 쌍방이 서명하고 교환한 날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2012년 2월 10일

북남적십자회담

 

남북적십자회담

북측 대표단

 

남측 대표단

단장 최수지

 

수석대표 백세호


특히 마지막에 합의서를 교환하고 실랑이를 벌이며 마치 흥정하듯(?) 서로 각 사안에 대해 어떤 것은 양보하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지금 서울에서는 북한학과 학생들이 모의북남회담을 하고 들었는데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쪽에 돌아가시면 기특한 학생들을 위해 영양간식 좀 많이 챙겨주십시오"라고 말해 회담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졌습니다.


또 "나중 회담에서는 우리 북측 대학생들과 남측 대학생 간에 교류 할 수 있도록 통 크게 합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며 개인적인 소견을 내비치는 등 기발한 마무리를 짓기도 했답니다.





정치·군사, 경제, 적십자 회담을 모두 마치고 이제 시상식만 남겨놓은 상태!


과연 어느 학교의 어떤 팀이 수상을 하게 되었을까요?

먼저 우수상은 △경제회담 남측(동국대), △적십자회담 남측(명지대) 팀이 수상하였습니다. 




그리고 영예의 최우수상은 최수지 기자가 속한 적십자회담 북측(동국대) 팀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또한 최수지 기자는 최우수팀과 동시에 남, 녀 각각 한명씩 선발되는 최우수자에 뽑혀 단기 해외현장견학의 기회도 받게 되었습니다.

 

(남,녀 최우수자 △고려대 이문주, 동국대 최수지)

(모의회담 참가자 단체사진)


이번 모의남북회담은 전국의 북한학과 학생이 참가한 제1회 대학생 모의남북회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제1회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학생들의 역량과 창의성이 돋보였던 시간이었습니다.


개개인의 능력과 더불어 멋진 팀워크를 이루어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그 모습에서 남북관계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회담에 직접 참가한 입장으로서는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남북회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그 속에 어떤 목표와 철학이 담겨있는지, 합의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이행 문제는 또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한학과 학생으로서 이런 기회를 얻게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을 공부하는 학생이기에만 겪을 수 있었던 너무도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통일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는 사실입니다.


"통일 미래의 꿈"이라는 이 블로그의 제목처럼 통일은 미래의 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담을 준비할 때, 그리고 회담 현장에서만큼은 통일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였습니다. 통일 문제를 미래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안으로 여겨 온 몸으로 껴안을 때 비로소 통일은 오는 것입니다.


다가올 통일을 위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 의식을 가지고 하나 하나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이번 행사를 통해 북한학과 학생들이 얻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모의남북회담이 제1회를 거쳐 제2회, 제3회 거듭되다가 결국엔 실제 남북회담에서 활약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더 이상 남북회담이 필요없을 그 날, 통일의 그 날을 위해 열심히 달려갈 것입니다.


이상으로 상생기자단의 전동규, 최수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