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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의 아나운서 (2)

3) 인민 방송원의 장기간 진행과 젊은 아나운서

북한의 방송원들은 남한의 시청자에게도 낯이 익을 만큼 숫자가 제한적입니다. 대표적인 방송원은 리춘히, 류정옥, 전형규 등이 있습니다. 리춘히는 정년이 넘은 최근까지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뉴스를 전했고, 다른 인민방송원들도 오랜 시간동안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특정 방송원 몇 명이 뉴스를 장기간 동안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에는 TV 아나운서가 20여 명, 라디오 아나운서가 100여 명 가까이 됩니다. 사실 이 숫자는 방송시간이나 프로그램 숫자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중에 가장 연차가 높고 공훈이 센 몇 사람만 고정돼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은 타 부서로 계속 순환근무를 하게 됩니다. 김정일 위원장 눈에 들어 한마디라도 칭찬을 들으면 순식간에 잘나가는 것이고, 그런 기회를 잡지 못하면 기자나 다른 행정직, 지방방송으로 옮기는 시스템입니다. 시청률과 여론조사도 없다 보니 기준은 오로지 김정일 위원장의 칭찬밖에 없었습니다.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2012년 1월, 북한 조선중앙TV에 젊은 여성 아나운서가 등장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최고사령관 생일에 맞춰 처음 등장한 이 앵커는 지난 40년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목소리였던 리춘히 아나운서를 대신할 인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 등장한 이 젊은 앵커는 '김정은의 입'이 되어 북한 정권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4) 북한 아나운서의 방송멘트 재량권

한국에서는 아나운서들이 직접 방송멘트를 작성하거나 수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북한의 방송원들도 멘트에 대한 재량권이 있을까요?



장해성 전 조선중앙TV작가는 인민방송원(방송원 중에서 인정을 받으면 공훈방송원이 되고 더욱 큰 공을 세우면 인민방송원 칭호를 받는다) 이라 해도 글자 하나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나 인민군 총사령부 발표문처럼 해당기관에서 쓰는 문장은 말할 것도 없고, 조선중앙TV에서 자체적으로 방송하는 보도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TV를 통해 방송되는 모든 원고는 3단계 결재를 거칩니다. 기자가 쓰면 부장, 부국장, 부위원장이 검토합니다. 그 뒤에는 당 비서가 관할하는 내부검열과 출판검열국이 담당하는 국가검열을 받습니다. 그 과정이 다 끝나야 화술현상국으로 넘어가서 방송원이 읽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녹음하게 됩니다. 완성된 편집본에 대해서도 같은 결재과정을 다시 거치게 됩니다. 보도내용뿐 아니라 방송원들의 소개말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방송제작시간이 매우 오래 걸립니다.

이러한 복잡한 검열체계가 있다 보니 북한 뉴스에는 생방송이라는 게 없습니다. 운동경기 중계 방송도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한 시간 정도 시차를 두고 방송을 합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동정을 보도할 때에는 김 위원장이 해당지역을 벗어난 뒤에야 방문소식을 보도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5) 방송사고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높은 지위를 유지하는 아나운서들이지만 그들 역시 북한 사회 내에서 항상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말’실수 하나가 아나운서의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아나운서들도 가끔씩 말실수나 생방송 중 웃음을 참지 못하는 방송사고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나운서들이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표현이나 말실수로 인해 네티즌의 악플을 받으며 곤욕을 치루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방송원들도 방송 사고를 내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방송원은 당의 목소리와 얼굴을 대변하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방송 사고에 대한 징계수위는 남한사회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습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타격을 입은 전형규 아나운서와 1996년 김일성 사망을 김정일 사망으로 잘못 읽는 실수를 저지른 아나운서를 방송에서 볼 수 없게 된 일이 있습니다. 방송 사고를 낸 방송원은 보통 좌천되거나 일정기간 동안 혁명화에 참여하는 등의 징계를 받습니다. 


북한의 아나운서 (1), (2)를 통해 북한 방송원이 받는 특별대우와 선발방식 그리고 방송멘트 재량권 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북한의 방송원은 남한 사회가 북한 소식을 가장 처음 접하는 북한의 '입'입니다. 그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북한의 소식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장해성 전 조선중앙 TV작가가 말하는 북한 아나운서들 / 신동아 / 황일도 기자

조선중앙 TV 20대 초반 미녀 앵커 등장 '북한 초미녀?' / 2012-01-13 / 스포츠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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