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아저씨' 고재영씨가 말하는
통일 미래의 꿈
[지금 만나러 갑니다]
통일부 공식 블로그 '통일 미래의 꿈'에 한번 이상 방문해 본 누리꾼이라면 눈에 익을 닉네임이 있으니 바로 '고재영 빵집'이다. 방명록에는 좋은 글귀를, 댓글로는 통일에 대한 관심을 표하지만 무조건적인 옹호가 아니라 때로는 칭찬, 어쩔 때는 악플(?)도 다는 그 사람. 심지어 요새는 통일부 블로그 뿐만 아니라 통일부 공식 트위터, 페이스북에도 등장하니 그야말로 '통일부 소셜미디어 관심일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자주 방문하지?', '진짜 빵집하시는 분인가?'라는 생각에 들려본 개인 블로그엔 웰빙을 주제로 한 빵집이라는 소개 글이 방문객을 반겨주고 있다. 그러나 모든 빵에는 잡곡을 사용하고 설탕도 최소한의 양만을 사용한다는 소개 글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헌혈증을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는 헌혈증을 빵으로 맞교환 해주고 이렇게 해서 모인 헌혈증은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글이었다. 지역 복지관과 협약을 맺어 지역 사회에도 수익의 일부를 함께 나누고 있다는 빵집 아저씨, 고재영씨.
알면 알수록 보통의 빵집 아저씨는 아닌 것 맞지? 이쯤 되면 상생 기자단이 직접 출동해서 빵집 아저씨 고재영씨를 인터뷰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게다가 빵이라면 무조건 "콜!"을 외치는 기자단의 사심도 한 몫 했으니. 햇볕이 타오르는 어느 오후에 상생 기자단은 통일부 소셜미디어 관심일촌, 빵집 아저씨 고재영씨를 만날 수 있었다. 어디로? 고재영 빵집으로!
[취재당일]
통일부 공식 블로그(및 기타 소셜미디어)의 관심일촌 누리꾼과 통일부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기자단의 만남. 밖에서 만났다면 하나의 접점도 없었을 묘한 인연이 '통일'과 '통일부'라는 이름으로 갖게 된 특별한 자리여서 였을까. 사전에 확인해둔 고재영 빵집으로 발길을 향하는 동안 상생 기자단은 설렘과 기대감이 뒤섞인 기분으로 조금 들떠 있었다.
어떤 식으로 취재할 지 최종 검토하는 시간을 가지며 빵집 아저씨 고재영씨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을 늘어놓다보니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빵집에 눈 깜짝할 새에 도착했다. 성인 네댓명이 들어가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동네 빵집. 그 곳에서 궁금하기만 했던 필명 '고재영 빵집'의 고재영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를 둘러본 후 본격적인 인터뷰를 위해 빵집 아저씨 고재영씨는 기자단을 가게 뒤쪽으로 안내해 주셨다. 그 곳에는 먼 곳까지 찾아온 상생 기자단의 더위를 달래줄 맛있는 빵과 시원한 음료가 마련되어 있었다. 올레!! 직접 만든 빵이라며 먹어보라고 얘기하시는 고재영씨와의 기분좋은 첫 만남. 허겁지겁 지나간 상황에 이제서야 정식으로 상생 기자단 소개를 했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던 한낮의 취재는 '통일부 블로그에 방문하게 된 계기'란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빵집 아저씨가 왜 통일에 관심을?]
1. 통일부와 통일 사이에서
"통일이라는 건 누구나 다 공감하는 부분이잖아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으니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그 역시 통일에 대한 생각은 항상 자리 잡고 있는 듯 했다. 같은 가족끼리 서로 만날 수 없고 단절된 채 살아온 지도 올해로 60년. 그러한 상황 속에서 통일이라는 것이 당연하다고들 말하지만 60년의 세월동안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짐과 동시에, 분단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의 무관심도 깊어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두 집단의 중점에 서 있는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통일이고,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서가 통일부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왜 정권이 변화할 때면 사람들의 입에 통일문제와 통일부가 이리도 자주 오르내리는 지, 통일과 통일 정책, 통일부의 상황에 대해 궁금했고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고 한다.
평소 통일과 통일부에 관한 그의 생각 역시 이 연장선 상에 위치하고 있었다. 통일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차피 해야 하는 민족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를 이루는 과정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자신과 같은 일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고재영씨의 말에 통일부 블로그를 책임지고 있는 상생 기자단이 궁금한 점이 있었으니, 바로 현재 통일부가 통일과 관련된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나 콘텐츠를 제시하는 부분에서 홍보나 그 전략이 적정한가, 라는 부분이었다. 답변하기에 다소 예민할 수 있지만, 평소에 자주 방문한 단골 손님답게 고재영씨는 뼈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통일에 관한 홍보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이 통일을 반대하는 친구들도 많고..."
대한민국의 향후 100년을 움직일 예상사건을 꼽아본다면 단연코 통일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과 분단 상황을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젊은 층은 통일을 반대하는 의견을 많이 내고 있고, 통일을 하게 되더라도 '우리의 세대에는 안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젊은층의 통일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통일 반대 현상의 원인에 대해 고재영씨는 통일부의 홍보가 미흡했던 것이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한 방북 허가, 북한이탈주민관리 등 현재 통일부에서 하고 있는 업무들은 통일을 '능동적'으로 추진한다기 보다는 단지 남북 관계를 '소극적'으로 관리하고만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통일문제와 이를 준비하는 통일부에 대해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주었다.
2. 통일과 상생기자단
듣기 좋은 대답보다 오히려 따끔한 충고에 이야기를 집중할 수 있었다. 매 맞기를 자처하고 현재 「통일 미래의 꿈」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상생기자단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나오는 쓴 소리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덧붙여 다른 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좋은 의견도 제시해 주었다.
"어린이나 젊은 사람들이 좀 더 친근하게 느낄만한 글 내용이 부족한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도 접할 수 있는 통일관련 행사나 이미 다른 매체에도 보도된 이야기가 많이 올라오는 점이 아쉬웠다며, 직접적으로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고민하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통일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부탁하였다. 예를 들어 '동요를 북한 지역별 사투리로 바꾸어 알아보기', '유명한 드라마 대사를 북한 사투리로 알아보기', '바뀐 북한 지방의 옛 지명'과 같이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게 친근한 내용을 제안해 주셨다. 좀 더 재밌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내용, 우리 상생기자단에게 필요한 고민거리가 아닌가 싶었다.
3. 통일재원마련에 대하여
요즘 통일 핫이슈로 떠오른 통일재원마련에 대한 질문도 조심스럽게 던져보았다. 역시나 똑 부러지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재영씨는 통일재원마련이 많이 논란이 되면서 반대하는 사람도 많지만 통일이 된다는 전제하에 통일재원 마련 문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통일재원마련이 왜, 어떻게 징수 되어야 할 지, 그것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비용이 부과된다면 많은 반발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 고재영씨를 인터뷰한 며칠 뒤 통일부에서는 엄종식 차관을 단장으로 한 통일재원마련 TFT를 구축하였으며 고재영씨가 제기한 것과 같이 통일재원마련에 대한 공감대를 얻고 올바른 시행을 위하여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쟁반의 빵이 줄어들면서 인터뷰도 서서히 마지막으로 향했다. 통일부나 상생기자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나 부탁하고 싶은 것을 여쭤보았다.
"말 그대로 통일부는 이름 그대로 활동을 많이 해야해요. 통일에 대해서..."
고재영씨는 다른 복잡한 문제보다 통일에 관련된 것들에 대해서 연구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홍보에 주력하기를 주문했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눈에 띄기 위해서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이래서 통일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진심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일문제나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데 통일부나 상생기자단이 그러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의 홍보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통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부탁했고,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쿠키를 기대하며]
빵을 만드는 일을 하시기에 한반도 모양의 빵을 만드실 생각은 없냐는 조금은 재밌는 질문도 드려보았다. 빵은 만드는 과정에서 부풀기 때문에 처음 모양대로 완성이 될 수 없어서 빵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쿠키로는 가능하다고 했다. 덧붙여 한반도 모양 쿠키 틀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조만간 고재영 빵집에서 한반도 모양의 쿠키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인터넷 선을 넘어 만났던 '고재영 빵집'의 고재영씨는 하루하루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다른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저씨였다. 통일에 대한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신발끈을 묶게 된 이 날의 인터뷰. 오늘도 맛있는 빵을 굽고 계실 고재영씨의 빵을 머지않은 미래에 개성행 기차에서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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