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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쫑알쫑알 수다방

북한에서도 토익, 토플 시험을 볼까?

방학을 맞아 학원가 일대에는 영어를 공부하려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긴 방학을 통해 토익, 토플, 텝스 등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려고 하기 때문이죠. 가히 '대한민국 영어열풍'이라 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에도 토익, 토플과 같은 시험을 볼까요?

가정1) 북한에서도 영어 자격증 시험을 본다.
근거1) 영어는 거의 세계의 공용어라 할 수 있다. 
근거2) 북한에서는 미국 영어 대신에 영국 영어를 공부해서 시험을 볼 것이다.
가정2) 북한에서는 영어 자격증 시험을 보지 않는다.
근거1) 북한은 미국을 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이 사용하는 영어를 공부하지 않을 것이다.
근거2) 북한은 폐쇄적인 사회로, 자국민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저는 토플 시험을 등록하던 중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토플은 시험 등록을 하기 위해서 국적을 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토플 시험 프로파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국적/거주 위치에 Korea,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가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북한 사람들도 토플 시험을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응시하는 지역에는 북한은 없고 Korea, Republic of 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사람들은 토플 시험은 보지만 북한에서는 보지 않고 외국에 가서 본다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미국교육평가원 ETS이 공개한 토플 점수 자료를 보면 북한의 점수도 나와있었습니다.


2010년 북한의 토플 평균 점수 78점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인들의 점수가 81점인 것을 보면 남북한 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주목할 점은 북한 국적 학생의 성적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2007년 69점이던 것이 72점(2008년)→75점(2009년)→78점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한국의 토플 점수는 2007년 77점에서 2008년 78점으로 오른 뒤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81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한국의 상승세보다 북한의 상승세가 훨씬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도 열심히 영어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평양 제1중 영어 듣기 수업


지금까지 북한에서 주류 외국어는 러시아어였습니다. 학교에서는 러시아어를 가르쳤고 러시아어가 우수한 학생은 러시아나 체코 등 동구에 유학할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반면 북한은 영어의 경우 적성국가의 언어로 분류되어 엄격히 금지되었습니다. 영어와 관련된 책이나 비디오는 물론 영어가 적힌 티셔츠까지도 사용이 금지되어왔었죠.

하지만 영어가 점점 국제어로서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런 금지는 완화되었고, 80년대 말 사회주의권 국가가 몰락하면서 러시아어는 쇠퇴하였습니다. 드디어 1995년에는 필수 외국어가 러시아어에서 영어로 바뀌었습니다. 

현재 북한 당국은 학생들의 영어 교육을 갈수록 중시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 대학 과정에서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
2. 중학교 1학년부터 가르치던 영어 수업을 2008년부터는 전국의 소학교에서 3~4학년을 대상으로 진행
3. 영어교원들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서방국가들에서 원어민 교사들을 초청
4. 영어권 국가들에서 파견된 영어 교사들이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외국어대학 등에서 직접 영어를 가르침
→ 말하기와 듣기 능력을 키우는 실용 영어를 중시


하지만 북한의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영어교육은 북한에서 선택된 소수의 엘리트 학생을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한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가정의 자녀들을 대상으로만 영어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토플 시험도 북한에서 선택된 소수의 엘리트만 보기 때문에 평균 점수가 높은 것입니다.

현재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서 제일 적응하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영어를 잘 모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 대다수는 북한에서 영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북한의 영어열풍에서 저는 또 다른 슬픈 진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북한은 특권계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이고, 영어열풍도 그들만을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영어를 배우기는 커녕 하루하루 추위와 배고픔으로 고통 받는 학생들이 훨씬 많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남한의 학생들은 영어 공부가 너무 어렵다고 투덜대지만, 이렇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