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함께 공부하는 학교, 남북어울림대안학교

서울시 구로구에는 남한 학생과 북한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학교가 있다. 남북어울림대안학교가 바로 그 곳이다.

아버지가 신의주 출신…처음 만났을 때, 낯설지는 않아

강시란 남북어울림대안학교 교장의 아버지는 북한 신의주 출신이다. 하지만 설립 당시만 해도, 북한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운영에 대해 우연히 소개를 받게 됐다. 놀랄 법도 한데, 아버지 덕분인지 새터민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이내 학교 운영을 맡기 시작했다.

강시란 교장은 탈북자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격증, 고졸 학력이라도 있어야 남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느꼈다.강 교장은 새터민 학생의 대학 진학에서 취업까지를 생각하는 학교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작은 여의도였다. 여의도에서 딸 송나은 씨(숙명여대 대학원 졸)와 함께 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구로구로 활동을 옮기고, 현재는 구로1동 구일초등학교 인근에서 두 모녀가 열성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남한 학생, 북한 학생 함께 공부해요

 

남북어울림대안학교는 새터민 학생 30명과 남한 학생 20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새터민 학생들은 학교 기숙사에 살면서 공부하고, 남한 학생들은 방과 후 학습으로 공부한다.

함께 공부하는 까닭에 새터민 학생들의 남한 사회 적응은 눈에 띄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친해지면 서로의 집에 놀러 가기도 하는데, 남한 학생과의 교류는 새터민 학생의 한국사회 적응에 도움이 된다. 강시란 교장은 "남북 학생들을 함께 가르치길 잘했다"며 "이러한 화합이 통일대비의 일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단기간 중고등과정 수료, 1대 1 개인 눈높이 학습지도

남북어울림대안학교 학생들은 1년 반에서 2년만에 빨리 중고등과정을 마칠 수 있다. 교육부의 정식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새터민 학생들은 나이가 많다. 정식 학제를 지키게 되면 초등 과정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현 학제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나이 많은 새터민 학생들이 정식 교육과정을 따라가는데 한계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학교는 교육부의 인가를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통한 단기간 중고등과정 수료를 선택했다. 현재 초등교육과정 2명, 중고등교육과정 11명, 대입준비생 11명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1대 1 학생지도 역시 남북어울림대안학교만의 특징이다. 새터민 학생들은 특성상 수준 차가 크기 때문에 1대1 눈높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에 자원봉사교사와 공부하고 도서관에서 자율학습을 한다. 이런 진행방식에 차차 적응하다가, 공부의 방향을 자신이 결정하기에 이른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된다고 한다.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성장하다

 

연세대학교 멘토들과의 만남

남북어울림대안학교의 선생님들은 모두 대학생 자원봉사자다. 대학생들은 각 대학교 홈페이지, 입소문,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숙명여대 학생들이 25명으로 제일 많지만, 건국대, 성균관대, 숭실대, 중앙대, 한양대 등 타 대학생의 참여도 높아질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들의 열정만큼, 학생들의 학구열 역시 뜨겁다. 올해 대학에 합격한 한 학생은 영어 선생님만 4명이었을 정도로 의욕적이었다고 한다. 설립된 지 1년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학교에서 현재 벌써 3명의 학생이 대학에 합격했다. 2012 입시에는 이화여대 1명, 서울시립대 2명의 합격생이 나왔다. 검정고시에도 8명의 학생이 합격했다. 학교의 짧은 역사에 비해 큰 성과를 얻은 것이다.

학생들은 공부에 의욕적인 만큼  꿈도 많다. 북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외교관이 되겠다는 학생, 통일 후 한반도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꿈을 가진 학생도 있다.

 

최영민(23) 학생은 2004년 함경북도에서 왔다. 최 군은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해, 현재 남북어울림대안학교에서 공부중이다. 그는 남한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20살 때부터 회사, 막노동 등을 통해 생계를 꾸려나갔지만,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일반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적응하기 어려웠다. 획일화된 학교 수업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현재 최 군은 남북어울림대안학교에서 공부하며 요리사를 꿈꾸고 있다. 고교 검정고시를 준비중인 그는 대학 진학까지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학교에서 창단된 깔끔이봉사단 단원으로도 활동하게 됐다. 최 군은 "전에는 공부를 강제로, 억지로 했는데, 지금은 학교가 너무 좋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부담감도 덜하다"며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운영상 어려움은 있지만, 시작하기 잘했다고 생각해요"

  

강시란 남북어울림대안학교 교장

남북어울림대안학교는 강시란 교장을 비롯한 모든 교사들이 무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 자비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 교장은 "직원과 전문 강사들도 채용하고 싶지만,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집세는 한민족문화복지진흥원에서, 음식은 푸드뱅크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학교 전반을 운영하기엔 많이 열악한 실정이다. 심지어 지난 연말에는 먹을 쌀이 떨어졌었다. 다행히 동창옥 구로 1동 동장의 배려로 백미 200kg와 반찬이 지원됐지만, 언제까지 후원에만 의지해야 할 지 막막하다. 

강 교장은 "이곳을 통해 남북의 화합을 도모하고 나아가서는 통일의 그 날을 대비할 수 있으면 한다"며 "많은 새터민들과 청소년들을 도울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