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선배, 독일의 중심에서 통일을 느끼다 (2) 베를린과 페니히 박사

연방 내무부를 떠나 연수단은 브란덴부르크문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브란덴부르크문은 동서독을 하나로 이어주던 운더 덴 린덴로의 끝지점에 있으며 파리저 광장 가운데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Friedrich Wilhelm II)의 명령으로 프로이센 제국의 건축가였던 칼 고트하르트 랑한스(Carl Gotthard Langhans)가 설계했으며 초기 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이고 1788년부터 1791년에 걸쳐 건축됐으며 높이는 26m, 가로 길이는 65.5m입니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정문인 프로필라에(Prolylaea)를 본따 설계한 것으로 문 위에 올려진 ‘승리의 콰드리가’는 네 마리의 말이 승리의 여신이 탄 마차를 끄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의 피해를 입었으며 1956년에 1년 간 동독에 의해 재건축이 되었고, 통일 후 1990년 서독 정부가 보수공사를 했습니다. 이후 2002년에 독일 통일 12주년을 기념해 보수공사와 함께 폭격으로 인해 검게 그을린 부분을 지워내는 작업을 통해 지금의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독일을 상징하는 건축물로서 현재 독일에서 주조하는 50센트 유로화에 브란덴부르크 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면서 동서독 주민들은 이 문을 통해서만 유일하게 베를린을 왕래할 수 있었으며 1989년 11월에 약 10만 여명의 인파가 이 문 앞에 운집한 가운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승리의 콰드리가’는 역사적으로 3번의 훼손을 당했습니다. 첫번째는 1806년에 전쟁에서 승리한 나폴레옹이 승리의 댓가로 승리의 콰드리가를 프랑스로 들고 갔지만 1814년에 전쟁에서 승리한 프러시아가 다시 프랑스에서 되찾아 왔습니다. 두번째는 나치 시대에 ‘승리의 콰드리가’ 여신이 들고 있는 봉 속의 십자가(독일의 상징)가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로 바뀌었는데 2차대전 이후에 복구 공사를 했었고 세번째는 통일과정에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사람들이 브란덴부르크 문을 훼손하면서 문을 복원하면서 훼손된 부분에 대해 복원하였습니다.

연수단은 독일하면 가장 생각나는 문화재인 브란덴부르크 문의 ‘승리의 콰드리가’를 보면서 현재 북한에 체제유지를 위해 역사적으로 가치를 지닌  문화재를 훼손시킨 사건이 있는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또한 의문에서 발전시켜 만약 북한에서 변형 시킨 문화재가 있다면 통일 이후에 어떻게 문화재를 복구할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화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만큼 중요한 유산인데 그 유산을 제대로 복원하지 않는다면 선조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1989년 11월 통일을 맞이하면서 열렸던 브란덴부르크 문처럼 한국의 휴전선도 통일이 되어 열릴 것을 기대해 보았습니다.

브란덴부르크를 보고 난 뒤 연수단은 하룻밤을 자고 숙소에서 가까운 자유베를린대학교 한국학부 연구실을 방문했습니다. 강연자인 페니히 박사는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를 전공하시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독일에서 한국 전문가로 통하며 통일 문제에 있어서 저명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올해 11월에 한독통일자문회의 때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였으며, 연세대에서 '독일 평화통일 20년의 경험'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였습니다.

강의 요약
 

통일에 있어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먼저 한국과 독일을 역사적으로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은 9개의 국가와 국경을 마주한 채 여러 연방으로 나누어져있어 약 75년이라는 짧은 단일 국가로서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독일은 강대국의 입장이었고 이웃 나라들에게 문제를 많이 일으켜왔지만 한국은 왕이 중앙 집권하며 약 600년 동안의 단일 국가를 유지해왔고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는 주로 약소국의 입장이었습니다.
 

독일의 분단은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한국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이었지만 한국의 분단 상황은 군사 도발 같은 극단적이고 경색적인 관계를 띄고 있음. 한국은 남북이 전쟁을 했고 두 나라간 이동이 매우 제한되어있는 반면 독일의 분단 상황에서는 부분적으로 전화, 서신, 방문 등이 가능했습니다. 
 

분단을 유지 하는데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생각해보기 바람. 국제적인 관계에서 본다면 분단으로 인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인 관계를 맺게 됨으로 그 나라의 자주성을 약화시키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는데 독일은 2+4 협상을 통해 통일을 이루었고 자주성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독일의 통일은 매우 급진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17년 간 동안의 양국간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또 양국의 국민들이 통일을 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통일 과정에서 이루어진 화폐의 통합은 정치적, 사회적 통합의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인데 경제적인 면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동독의 탈산업화가 발생하고 경제적 구조가 파괴되면서 서독에서 들어온 돈의 70% 가량이 동독 시민의 사회 복지 비용으로 지불되었습니다.
 

독일의 통일은 부작용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유럽의 통합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남북은 분단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불하고 있는데 양국의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경색 관계가 완화되.고 경제적 수치로 따질 수 없는 긍정적인 가치들이 수도 없이 생겨날 것임. 하루 빨리 관계 정상화를 하기 바랍니다

질의응답

(질문1) 남, 북한 양국간의 관계 정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이를 위해 젊은 세대인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어떤 부분에서 준비를 하면 좋을까?

(답변)여러분들이 학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어렵겠지만, 북한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 북한의 지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북한에 있는 지도세력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왜 그럴 것 인가? 북한시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계속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통일을 준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남한과 북한이 서로 같은 것에 집중 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남, 북이 서로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집중하고 강조하고 있는데, 남북은 공통의 언어, 유사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서로의 동질성에 집중할 것을 조언합니다. 그리고 지도자를 이끌어내는 여러분의 정치적인 참여와 선택이 중요함. 또한 북미 관계가 매우 중요하므로 이를 위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질문2) 신학과 학생으로서 통일에 대해 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알고 싶다.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종교가 한 역할과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지?

(답변)조직과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동독의 교회 조직이 통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동독에는 주로 개신교가 존재했었는데 교회가 했던 역할은 영적이고 종교적인 역할 보다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세력의 조직으로 활용되었고 시민들이 교회에서 집회를 갖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목사 같은 경우는 재정적으로 독립 되어있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통제를 받지 않았고 전화나 편지를 같은 것을 자유롭게 썼습니다. 이런 이유로 교회가 정보 공유의 장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동독의 교회는 정치적이고 사회 참여적인 역할을 많이 했고 서독으로부터 많은 재정을 지원받았습니다. 이때 교회가 갖고 있는 종교적 요소로서는 단순한 보호 차원에서의 역할을 수행했는데 공산국가에서는 신을 부정했기 때문에 시민이 당에 들어가지 않는 명분으로 교회를 활용 한 것입니다. 정보의 파급력이 당시 동독에 존재했던 다른 시스템에 비해 매우 탁월했습니다. 

1990년 3월에 있었던 총선에서 당선 되었던 많은 사람들이 개신교의 목사들이었습니다. 마지막 동독의 민주 정부의 외무부 장관, 국방 장관은 목사였고 로타 드 메지에르 총리는 개신교의 중요한 직분을 맡는 장로였습니다.

라이프치히를 방문하면 니콜라이 교회를 방문할 텐데, 이 교회의 조직을 통해서 월요일에 평화 가두시위가 이뤄졌고 전국으로 점점 파급되어 결국 정치적 혁명으로 전환 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독일이 평화 통일을 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동독 시민들의 내부적 변화였고,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교회의 조직력과 정보력이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내부 조직을 변화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에는 인터넷, 정보 공유 시스템이 거의 없는데 이런 것들을 북한에 제공해주고 변화를 일으킨다면 점차적으로 통일은 이루어 질 것입니다.

강의가 끝나고 점심을 먹고 연수단은 베를린시 외곽에 있는 포츠담시를 방문했습니다. 포츠담시는 아직 동독 시절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3편에서 볼 드레스덴과 반대로 통일 이후 발전되지 못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포츠담시는 인구가 10만여명에 불과하여 조그마한 소도시인데 이 곳에 방문한 이유는 독일인들의 분단이 시작된 포츠담 회담이 열렸던 체칠리엔호프궁을 방문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 곳은 독일의 마지막 황태자인 빌헬름과 그의 아내인 황태자비 세실리에의 궁전으로 이용되었습니다. 1918년 발생한 독일 혁명으로 황태자 빌헬름이 추방당한 이후, 1945년 소련이 점령하기 전까지 세실리에의 단독 궁전으로 이용되었는데 1945년 7월에 포츠담 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오늘날은 포츠담 회담을 이용하여 호텔과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포츠담 회담은?

포츠담 회담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전후로, 국제 질서의 재편과 패전국의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독일 포츠담에서 1945년 7월 17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린 회담입니다.
 

회담 결과 포츠담 선언이 발표되었으며 승전국들은 이 선언을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해 준엄한 경고를 함과 더불어 패전국인 독일에 대한 전후 처리를 논의하였습니다. 또한 이 회의를 통해 종전 후, 독일은 미국, 영국, 소련, 프랑스 4개국에 의해 분할 점령되고 분단이 시작되었습니다.

체칠리엔호프궁의 큰 특징은 미국, 영국, 소련 3개국 정상의 집무실과 포츠담 회담장 등 포츠담 회담 당시의 내부 구조를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포츠담 회담이 끝나고 회담장의 원형 모습 그대로 보존이 체결되어서 현재까지 그 모형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한 세실리에가 사용했던 방들과 회담장에 왔던 3국가의 수반이 쓰던 방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그 당시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꼈습니다.

이 회담을 통해 연합국은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하였고, 패전국인 일본을 놓고 연합국의 입장을 재확인된 역사적 회담이었기에 일본에게 강점 당하고 있었던 우리에게도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포츠담 회담은 미국과 소련에 의한 한반도 분단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회담으로서, 회담이 지난지 66년이 지난 지금 독일은 통일을 달성했지만 아직까지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 우리에게는 이곳이 매우 가슴 아픈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연수단은 이곳에서 승전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약소국가의 운명이 결정되는 역사를 상기하면서, 한반도의 자주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가 힘을 길러야한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지금까지는 베를린과 베를린시 근처에 포츠담을 둘러본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제 연수도 막바지로 가면서 3편에는 드레스덴과 라이프치히 방문 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