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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공주의 남자>에는 있고 <사육신>은 없던 것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2011)>가 시청률 20%를 3회 연속 넘기며, 수목드라마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드라마 배경, 방영시간, 방송사가 같았지만 남북합작드라마 <사육신(2007)>은 6%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왜 두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렸을까?

 

 

<공주의 남자>는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김승유(박시후 분)와 이세령(문채원 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공주의 남자>의 주인공은 가상이지만, 실제 역사인 계유정난을 바탕으로 했다.

 

* 계유정난 : 조선시대 계유(癸酉)년에 일어난 쿠데타. 단종의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이 김종서, 황보인 등을 죽이고 정권을 잡은 사건이다. 계유정난은 수양이 1인자로 나서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단종을 몰아낸 수양은 이후 세조가 됐다.

 

 

 

2007년에 방영한 남북합작드라마 <사육신> 역시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했다. KBS가 방송장비와 제작비 지원 전반을,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제작을 맡았다. 북한배우의 남한방송 출연은 당시에 큰 화제였다.

 

그러나 <사육신>의 시청률은 한 자리 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첫 회 이후로 계속 시청률이 곤두박질해 1.9%까지 내려갔다. 애국가 시청률인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육신>은 2000년대 ‘최저 시청률의 드라마’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같은 계유정난임에도 왜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극과 극을 달렸는가?

 

 

 

화려한 볼거리 VS 단조로운 제작

<공주의 남자>는 한복 의상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촬영 한 달 분량에 2억 5천만 원을 투입했다. 장신구들 역시 1억 원을 넘나든다. <공주의 남자> 의상 담당 관계자는 “‘공주의 남자’ 속 한복들은 천연염색을 해 정말 좋은 색감이어서 방송화면으로만 보여드리기에는 아쉬울 정도”라고 말했다.

 

<사육신>은 2000년 대 들어 화려해진 남한 사극 드라마의 의상에 비해 단조롭고 어둡다. 남한 측의 제작지원이 있었지만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다소 떨어지는 화질 역시 이에 한 몫을 했다. 시청자들은 80년대 사극을 보는 것 같다며 불평했다.

 

(출처 : 시사서울)

 

중견 연기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VS 낯선 배우들의 생소한 북한 억양

<공주의 남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은 화제가 됐다. 국내 중견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서(이순재 분)와 수양대군(김영철 분)의 불꽃 튀는 카리스마 대결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주연 배우들 역시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사육신>은 남북합작이지만 제작을 북에서 맡아, 북한 배우들만이 출연했다. 남북합작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얼굴을 아는 배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더빙된 배우들의 북한 억양과 발음 역시 생소했다. 시청자들은 “너무 연기가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웠다”, “대사 전달이 안 되니 자막을 넣어 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시청자는 “남한 측의 배우들과 함께 출연했다면, 톤과 용어를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전했다.

 

 

 

색다른 해석 시도 VS 기존 시각 고수

<공주의 남자>는 야사 '금계필담' 중 김종서 손자와 수양대군 딸의 사랑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김종서 손자가 드라마에서는 막내아들로 재설정되어, 계유정난 2세들의 이야기라는 구조를 갖췄다.

 

수양대군을 비판하면서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다. 큰딸 세령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수양을 보여주고 있다. 수양은 권력 앞에서는 냉혈한이지만 자신의 가족만은 끔찍하게 여긴다. 큰딸 세령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기까지 한다. 시청자들은 권력자 수양을 증오하다가도 아버지 수양에게서 연민을 느낀다.

 

반면, <사육신>은 정사를 바탕으로 기존의 역사관을 그대로 따랐다. 사육신과 단종은 선으로, 수양대군은 악으로 묘사됐다. 로맨스가 주된 남한 드라마에 비해 <사육신>은 정통사극을 지향했다. 북에서 온 첫 대본은 철저하게 정사 위주였다. 그러나 남측과의 대화 끝에 야사를 참고해 ‘러브라인’을 넣어 수정했다.

 

<사육신>은 화려한 남한 사극드라마와 달리 꾸미지 않은 담백함이 있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스토리가 진부하다고 평했다. 한 시청자는 “선악 구분이 너무 명확해 볼 때마다 김이 빠진다”고 말했다.

 

 

 

 

드라마 <사육신>은 남북 간의 동질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확인시켜줬다. 분단된 남과 북이 같은 역사를 공유한 한민족이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이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07 KBS연기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제작 측면에서 보여준 남북의 괴리는 결국 해소될 수 없었고 이는 저조한 시청률로 이어졌다. 이미 남한 드라마 방식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북한 드라마에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육신>처럼 통일도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것일까? <사육신>은 반 세기동안 분단된 남과 북의 현주소를 보여준 아쉬운 드라마다.

 

사진 출처 : KBS <사육신>, KBS <공주의 남자>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