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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5월의 테마:한반도 비전포럼] 두번째 이야기

 


  

한반도 비전 포럼_1일차 : 제2회의

독일 통일 20주년과 한반도에의 함의


 

  

 

 

지난 5월 13~14일 양일간, 서울 신라 호텔에서는 ‘한반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한반도 비전 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등 국내외를 망라한 각계의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여 한반도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의미 깊은 자리였습니다. 이 중 포럼 첫째 날, 제2회의는 독일 통일 당시 실무를 맡은 '겐셔' 전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참석하기로 하였으나 건강상의 문제로 한스 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 대사가 연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주미 독일 대사, 주아프가니스탄 독일 대사 등을 역임하였으며 독일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자이트 대사는 실제 통일을 이룬 독일의 생생한 사례를 들어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강연 하였습니다.  

 

 

 

 

 

 


 

  

제2회의는 자이트 독일 대사님의 발표, 국내 대표와 대사님과의 토론, 질의응답 순서로 이어졌는데요, 토론에 앞서 이루어진 독일 대사님의 발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열강들의 힘의 각축장이다. 따라서 강대국의 입장이 한반도 정책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6자 회담 형식은 독일이 동독과 서독에 4개 국가를 더 참여시켜 2+4 형태의 회의를 진행한 것과 유사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 사회 내의 움직임들은 통일을 향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역량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세대로의 교체, 충분한 경제적 역량 또한 한국 사회 내에서 찾을 수 있다. 한반도에서 독립적, 민족 자결주의적 원칙에 기초한 통일이 가능하길 바란다.'

 


 

이어서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님의 사회로 한스 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 대사와 남주홍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남성욱 국가 안보전략 연구소장, 제성호 외교통상부 국제인권대사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아래는 제 2회의에서 이루어진 토론 내용 중 우리가 주목해보아야 할 의제들을 뽑아 간단히 정리한 것입니다.   

(편의상 토론자들의 직함은 생략한 채 기재합니다.)

 

 


남주홍: 독일 통일과 관련한 서류를 살펴보면, 비밀경찰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 동독 정책을 펼치면서 오히려 긴장이 완화되어 갈 때, 스파이 활동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왜 그런 것입니까?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독일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한스 울리히 자이트: 상호주의와 인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해나가야 합니다. 독일은 당시에 정치범에 대한 자유를 요구하였고, 동독과의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펼쳤습니다. 스파이, 간첩 문제에만 시야를 국한하면 안 됩니다. 서독은 이와 관련해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고, 당시 통일을 생각지 못하고 행동한 측면이 많았습니다. 이런 점은 한국이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역사는 예측 불가능하므로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눈앞에 있는 안보 위협에만 급급해서 여러 옵션들을 차단해서는 안 됩니다.

 

남성욱:  한반도는 초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핵문제는 동․서독 간에는 없었던 문제입니다. 핵무기를 해체하지 않고 통일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보십니까?

 

한스 울리히 자이트: 북한은 약소국으로서, 핵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전략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북한 지도부의 평화적 변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상도 필요하고, 장기적인 노력과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통일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대학생들이 질문을 하는 시간도 이어졌습니다. 미리 준비된 영상을 통해 질문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직접 토론장에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는데요, 자이트 독일 대사님은 특히 한국 대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아래는 학생들의 질문과 대사님의 답변 중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Q.독일 통일 과정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한반도 통일은 어떠한 문제를 초래할 것인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대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 독일 통일 당시의 어려움은 ‘통일 비용’ 이 아니라 사람과 관련한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동독인들이 자본주의에서 적응 가능할 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현대화된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기를 장기적으로 가지고 가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적응할 기간을 주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통일의 ‘영향’ 측면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통일의 장점은 경제가 아닌 문화부문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독과 서독이 전통적 문화가 교류하게 된 것은 큰 축복입니다. 한국도 이러한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여, 독일의 입장에서 통일이 가져온 긍정적 영향에 대해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유럽 연합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7개국의 유럽 연합은 독일의 통일로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경제 통합 과정에서 독일의 어려움은 무엇이었습니까? 충격 요법과 점진적 방법 중에 무엇이 경제 통합에 더욱 좋은 방법일까요?

 

A: 독일이 경제 통합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동독의 경제 상황에 대한 파악이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충격 요법은 독일이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독일은 점진적인 통합을 원했지만 동독 경제가 완전히 붕괴되어 충격 요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뿐, 이것은 의도적인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은 충격요법을 취하지 말고, 점진적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북한의 경제는 현재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한국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겠지만, 이는 통일 후 10~20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일차적으로 농업분야에 지원하고 점차 광업 분야까지 지원을 확대 하는 등 단계적으로 지원을 해나가며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Q. 통일에 대한 염원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국민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면 장기적인 전략과 설득이 필요합니다. 1980년대 독일의 청년들도 자신의 삶, 진로, 직업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거시적 국가 전략이나 미래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에 관심이 없고, 나의 인생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해도 북한이 현실에서 사라져 버리진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북한은 절대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피할 수 없으며 계속 안고가야 할 문제입니다.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한 때입니다.

 

자이트 독일 대사의 발표와 국내 대표들과의 토론,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 뒤에

포럼 1일차, 제2회의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영선: 토론을 마무리하며, 독일과 한국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스 울리히 자이트: ‘국가의 분리’ 측면에서 한국이 훨씬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동․서독은 내전 때문에 갈등한 적이 없지만 한국 전쟁은 아직도 그 상처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하영선: 답변 감사합니다. 한반도는 통일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앞으로 더욱 고도의 발전된 모델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통일 전, 통일 과정, 통일 후로 나눈 후 세계사적, 국내사적으로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이상으로 토론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제2회의에서 이루어진 논의 내용은 20년 전, 실제 통일을 이룬 독일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통일 문제를 점검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녔습니다. 앞서 성공적으로 통일을 이룬 국가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독일 통일에 대해 더욱 눈을 크게 뜨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입니다. 독일 통일과 한반도 문제 속에서, 역사를 통해 미래를 배운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취재, 정리/ 안이슬

사진, 영상/ 박동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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