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왜 페미니스트 운동이 없을까?

사진출처. 이선아 기자, '北 어머니 날 띄우기..출산 장려 의도', YTN뉴스

   2012년 북한은 11월 16일을 '어머니 날'로 제정했습니다. 어버이 날이 특별히 없는 이유는 북한에선 수령 3인만을 국가의 어버이라고 칭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어머니 날은 1961년 11월 16일 김일성에 의해 제 1차 전국 언머니 대회가 열린 것을 모델로 하였습니다. 이 어머니 대회에서는 '조선의 어머니상'을 내세우며 어머니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제시하고 있는데 여성의 역할이 꼭 어머니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또 사적인 가정 영역에 국가의 개입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나아가 어머니의 역할이 국가 경제적 이익 산출의 역할, 정치적 사상 홍보 및 교육의 역할, 출산의 역할 등에 제한된다는 점에 있어서도 여성 인권 침해가 의심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실제 하나원에 방문했을 때 관계자에 의하면 여자, 남자 탈북민의 건물을 나눠 교육하는 이유는 흔히 북한 남편들이 아내와 함께 교육받기를 꺼려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원 관계자는 사회주의 체제하에 남녀 평등할 것 같지만 오히려 남한 보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훨씬 심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 여성 인권의 실태와 원인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북한 여성 생존권 -배급체계 문제

북한은 1990년대 중반에 심각한 홍수를 겪었고 이는 곡물 생산 악화로 즉각 이어졌습니다. 곡물생산량이 1990년 910만톤에서 1996년 250만톤으로 급감하였고 1993년쯤 식량배급체계가 붕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근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대상은 북한 여성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여성들은 배급체계 붕괴 이전에도 생존권에 위협이 있었다고 합니다. 주부에 대한 배급할당량은 하루에 300그램으로서 정규 노동자의 절반에 불과하고 유치원 아동과 같은 수준입니다. 이 때문인지 여성의 건강권이 악화되어 유니세프 보고서에 의하면 수유 어머니 중 50만명이 빈혈에 걸린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는 기근 이후 더욱 심각해 진 상황입니다.

2.     북한 여성 경제 활동권

여성 인권에 있어 경제 수준은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비록 북한의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과 <사회주의 노동법>에서 여성의 동등한 경제활동권이 법제화 되어 있지만 북한 역시 1980년대 남한 정부가 자행했던 직업에서의 젠더 분리가 비슷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즉 노동력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에게는 경공업과 사무직 일과 같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 분배되고 이러한 일들의 임금은 남성들보다 낮았습니다. 또한 이런 일일수록 1990년대 이후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자 여성 노동자들은 해고 1순위로 전락하였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 아시아 여성연구소에서 발간된 <북한 여성의 인권: 실태와 요인>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경공업과 서비스 산업의 주요 부문별로 다시 세분해서 임금을 보면,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는 경공업과 서비스 산업의 특정 부문의 임금은 인상률이 낮았고, 따라서 가장 낮은 임금을 초래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경공업 중에서는 가죽(1,400원)과 음료(1,373원) 부문은 가장 낮은 임금을 보여주고 있고, 서비스산업 중에서는 장사(1,321원)와 음식(1,300) 부문이 가장 낮은 임금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부문들은 여성의 비율이 높거나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는 부문이다. 이러한 차별적인 임금은 북한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2002년 7월 경제개선조치 이후 일하는 여성들의 상황은 성차별적 임금인상 때문에 더 나빠졌다고 할 수 있다.“

 

3.   북한 여성 가족에 대한 권리

 

북한 여성들이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가사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중 부담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1990년대 기근 이후 가족의 생계를 위한 여성의 역할이 강화되기도 하였습니다. 또 북한에서는 장사가 “얼굴이 깎이는 일”로 간주되어 남자 보다는 여자가 장마당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가족 생계 부양을 위해 가정 외에서의 노동과 가정 내에서의 노동을 모두 짊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4.   북한 여성의 성에 대한 권리

 

북한에서 성매매는 성평등법 7조에 의해 금지되어 있으나 북한은 아직 반성매매국제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심각한 기근 이후 성매매는 급증하였고 한끼 북한 기근 이후 보고된 성매매의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끼 식사를 위한 성매매, 상업화된 성매매, 장사와 여행허가를 위한 뇌물로서 성매매, 직장상사에 의한 강요된 성매매 등입니다.

 

5.   북한에서는 페미니스트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북한은 여성에 대한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큰 사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북한 헌법 77조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와 똑 같은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산전산후휴가의 보장, 여러 어린이를 가진 어머니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 산원. 탁아소와 유치원망의 확장, 그밖의 시책을 통하여 어머니와 어린이를 특별히 보호한다. 국가는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할 온갖 조건을 지어준다.” 그러나 실상 배급체계나 노동 분배 과정에서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 법조항이 무색해 진다고 합니다. 또한 “가부장적 사회주의”인 북한의 특성이 북한 여성의 가족내 역할을 강요하는 지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남녀평등 관련법과 제도는 북한 여성들의 평등권 운동을 통한 쟁취의 결과라고 하기 보다 국가 이념 건립을 위한 일종의 장치인 경향이 더 큽니다.

 

북한은 그럼에도 여성학과 여성운동이 발달되지 못했습니다. 물질적 풍요와 여성교육의 확대가 여성 스스로의 의식을 높이고 사회적 문제와 갈등을 인식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미흡한 산업 발달은 여성운동을 일으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또한 여성의 독립적인 여성정책기구나 조직이 만들어지려면 세계적인 여성 운동 트렌드에 맞춰 참고할 만한 모델이 제시되거나 협력할 수 있는 외국의 독자적인 기구가 필요함에도 이러한 교류과정에 있어 제약이 많은 편입니다. 즉 북한 여성은 북한 정부가 제시하는 여성의 상, 어머니의 상을 그대로 답습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놓인 것입니다.

 

 

 

 

남한에서도 최근 이슈화 되는 사회적 문제 중에 젠더 불평등이 있습니다. 북한의 현재 상황은 그동안 남한에서 이루어졌던 노동에서의 젠더 분리, 가사 노동의 젠더화, 성의 상품화 문제 등 여성 인권 침해와 관련하여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 여성들이 계속되는 기근과 경제 위기 속에서 여성 관련 사회적 문제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1차적 피해자로 전락하다는 점에서 이는 앞으로도 남북 모두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한도 북한도 여성의 동등한 인권 신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 가야 할 것입니다.

 

이상 이수민 기자였습니다.

 

참고자료:  심영희, <북한 여성의 인권: 실태와 요인>, 숙명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연구소 학술저널, 2006, 151-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