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프리미엄 샘물, 신덕샘물

물이 무시할 수 없는 '음료'가 된 것은 최근 일이 아니죠? 프리미엄 생수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워터바, 물 전문점도 있습니다. 워터 소믈리에를 뽑는 대회도 생겼습니다. 산지와 품종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와인처럼 물도 수원에 따라 맛이 달라져 마시는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샘물을 전문으로 파는 상점이 있습니다. '조선광천수회사'는 청진시, 평성시, 함흥시 등 주요 도시에 샘물을 전문적으로 팔고 있습니다. 신덕샘물과 금강산샘물, 강서약수, 삼방약수, 광명약수와 같이 유명한 샘물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신덕샘물은 김정은 일가가 대대로 즐겨 마시는 샘물입니다. 예전에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물을 사서 마신다고 일일이 설명해야 했지만 이제는 물을 구매한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고 합니다.

◇ 신덕샘물이란?

북한 지도부는 1980년대 초반부터 전국의 샘물을 조사해 김씨 일가가 마시는 최적의 샘물로 신덕약수를 간택했습니다. 당시 만청산연구원 과학기술 통보실은 '1인당 샘물 소비량으로 한 국가의 경제력을 판단할 수 있다', '질 좋은 샘물은 외국에 수출해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원천'이라고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고서를 본 김정일은 전국의 샘물을 장악해 즉각 분석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금수산의사당 경리부 부장은 만수무강연구소에 샘물성분 분석 과제를 맡겼습니다. 만수무강연구소는 양강도와 평안남도,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의 이름난 샘물과 약수를 분석했습니다. 평남 대동군 강서약수와 온천군의 신덕약수, 강원도 세포군의 삼방 약수, 강원도 고산군의 광명약수가 후보로 올랐습니다. 그 중에서 선정된 게 바로 신덕샘물입니다. 

신덕샘물은 평안남도 온천군과 룡간군의 경계에 있는 해발 410m의 신덕산 기슭에서 솟아나는 약수입니다. 신덕약수에는 철, 동, 붕소, 칼슘, 마그네숨, 몰리브덴 등 건강과 장수에 좋은 미량원소들이 적당히 들어있다고 합니다. 다른 샘물이나 강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질산성 암모니아나 질소를 비롯한 인체에 유해한 원소들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위, 대장 등 소화기 계통과 내장계통의 질병과 고혈압, 간염 등의 치료에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신덕샘물은 하루에 50리터짜리 물통 2,4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 분출됩니다. 김씨 일가가 소비하고 남는 나머지는 수출용으로만 제한돼 제조되고 있습니다.  

◇ 북한의 샘물 사업

북한의 샘물 공장

북한이 물이 돈이 된다고 생각한 계기는 1989년 평양에서 개최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이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금강산 샘물’과 ‘강서약수’를 팔았는데 호평이 대단했던 것입니다. 김정일은 1995년 ‘고려신덕산 샘물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샘물을 상품화했습니다. 

북한은 중국과 합영회사를 설립해 샘물을 생산했습니다. "칠보산 합영회사"는 1999년 8월부터 '칠보산 천수동샘물'이라는 상표의 광천수를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칠보산 천수동샘물은 칠보산에서 수평선으로 1,200m 동굴을 판 다음 다시 수직으로 232m 파서 퍼올린 천연샘물입니다. 

지난 9월에는 김정은이 룡악산 샘물공장을 찾아 현지지도 했습니다. 70일 전투 기간에 공장 설비 신축 및 증설, 개건공사를 끝내고 샘물 생산능력을 2배 늘린 것을 치하하고 '수질 좋은 천연 샘물이 많다'면서 '각 도, 시, 군들에서도 샘물생산 공장들을 세워 인민들이 그 덕을 보게 하여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의 이야기입니다. 북한에선 인간이 생존하는 데에 가장 필수적인 물조차 출신성분과 부의 정도에 따라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평양 시민들의 식수원, 대동강은 너무 오염되었고 그 물을 제대로 정수하지 못해 수돗물 속에는 흙과 지렁이가 섞여 나온다고 합니다. 수도가 집집마다 있어도 하루에 오전과 저녁 각각 1시간씩만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고 그나마도 아파트 고층에서는 물이 닿지 않습니다. 수도인 평양의 상태가 이렇다면, 지방은 어떨까요? 지방에선 일부 당, 보위, 보안기관을 제외하고는 수도화가 되어 있지 않아 강이나 개울물을 그대로 가져다가 먹습니다. 씻고 옷을 세탁할 물도 부족한 그들에게 영양소 풍부한 샘물은 그림의 떡입니다.

북한 주민에게 당장 사용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게 가장 시급합니다.

북한 샘물 가격은 일반 북한 주민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1리터짜리 '룡악산 샘물'은 중국 화폐로 1위안입니다. '룡악산 탄산수'는 3위안입니다. 입쌀 1kg을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북한 부자들은 중국에서 식수를 수입해 먹는데 0.5리터짜리 식수 한 병 가격은 신의주 시장에서 0.8위안으로 북한 돈 1000원 정도입니다. 일반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샘물도 있습니다. 평안남도 은산군 천성리의 '천성 샘물'입니다. 장마당에서 1리터에 북한 돈 600원에 거래되며 5리터를 석유통에 넣어 3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중국물 한 병에 비하면 4배 정도 싼 편입니다. 다만 주민들은 북한 외화벌이 회사들이 물 시장을 독점해 이 샘물마저 사먹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물조차도 일부의 특권계층을 위해 외화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질병을 없애는 '약수'를 홍보하기보다 정상적인 수도 체계를 갖춰 북한 주민들의 식수난을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www.unityinfo.co.kr/sub_read.html?uid=19776&section=sc6

http://news.kotra.or.kr/user/globalBbs/kotranews/10/globalBbsDataView.do?setIdx=247&dataIdx=342&pageViewType=&column=&search=&searchAreaCd=&searchNationCd=&searchTradeCd=&searchStartDate=&searchEndDate=&searchCategoryIdxs=&searchIndustryCateIdx=&searchItemCode=&searchItemName=&page=37&row=40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12/20160112008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