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후보의 대북정책 2편: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북정책 시리즈 2편입니다. 1편을 읽고 오셨다면 트럼프와 클린턴의 대략적인 대북관에 대해서 이해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이번 편에서는 미국 내에서는 두 후보의 대북인식을 일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미국 내의 언론 보도와 사설, 연구자료 등을 바탕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처음 의도와는 달리 생각보다 자료가 없어서 기사를 작성하면서 많이 아쉬웠지만 이어지는 3편에서는 두 후보의 외교안보자문이 대북정책을 주제로 1시간 여 동안 토론한 내용을 다룰 예정인 만큼, 각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가져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기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를 트럼프로, 힐러리 클린턴을 클린턴으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을 힐러리로 주로 지칭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성(Last Name)을 부르는 것이 맞으므로 클린턴으로 지칭하였습니다.
모든 자료는 직접 번역 혹은 의역한 내용으로, 공식 번역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번역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럼프의 고립주의, 클린턴의 개입주의
일반적으로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1930년대 미국에서 나타났던 고립주의 정책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1930년대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치면서, 더 이상 국제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국내 통치에만 집중하겠다는 정책을 표방하게 되는데요. 트럼프는 이와 같은 고립주의 기조를 바탕으로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관이 될 수는 없다(U.S. can no longer afford to be the policeman of the world).”고 주장해왔습니다. 반면, 클린턴의 외교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취임한 미국 대통령들의 기본적인 외교 인식인 개입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동맹국들과의 안보 협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불량 국가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두 후보의 상반된 외교정책 기조는 이들의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상당 부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직접 북한을 통제하기보다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중국을 압박하여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일반적으로 중국 역할론으로 통칭되는데요. 하지만 중국 역할론이라고 해서 미국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도록 여러 통로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죠. 반면, 클린턴은 북한이 핵 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중국과의 협력도 포함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UN 체제 내에서의 국제사회 협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 북미관계의 전격 변화 예고
미국 언론 National Interests는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다루면서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은 클린턴에 비해 덜 미묘하다(less nuanced)”면서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경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중국이 북한에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할 새로운 압박 포인트를 제시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중국과의 무역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트럼프는 분명 정계와 재계의 반대에 부딪히겠지만, 기존 정부 인사들은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믿을 만한 설명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반면 미국 언론 USA Today는 트럼프가 1차 대선토론에서 중국이 북한에 개입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어이, 트럼프, 중국이 왜 북한에 개입하려 들지 않을지 알려줄게(Hey, Trump, here’s why China won’t ‘go into’ North Korea)”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의 중국 역할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기했는데요. 그 이유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1. 중국은 북한을 3만 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과의 완충지대로 인식하고 있다.
2. 중국은 수많은 국영기업들이 북한과 거래하는 것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3. 일부 학자들은 미국이 중국에 경제적 제재를 가해서 북한을 압박하도록 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이는 결국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고 거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대북정책에서 중국 역할론은 트럼프와 클린턴의 공통된 정책이지만 정도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전적으로 중국에 맡기고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고, 클린턴은 북한 문제를 국제사회와의 협력으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 중에 중국과의 협력이 조금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죠. 트럼프의 경우에는 북한 문제를 전적으로 중국에 맡기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지, 압박한다고 중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할 수도 있다?
한편 1편에서도 잠깐 언급했었지만, 지난 5월 트럼프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대화할 수도 있다고 한 파격 발언에 대해서도 주요 언론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왔습니다.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 빅터 차(Victor Cha)교수는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두 후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북한이 제재에 허리를 굽히고 대화에 응할 경우 무엇을 줄 것인가”라며, 트럼프는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경우 지난 30년간의 외교 흐름에 역행하는 면대면 협상까지 염두에 둘 것임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AP 통신은 "트럼프가 구체적인 대화 형식이나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어떤 형식이라도 대화가 성사된다면 북미 관계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요.
(1편에서 언급했었지만 이에 대해 가디언(Guardian) 지는 “김정은과 직접적으로 대화하겠다는 트럼프의 입장은 미국의 고위 관료들과 북한의 고위 관료들의 대화에 의존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것”이라고 평가했었죠.)
트럼프의 발언이 다소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까지의 대북정책에 유의미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미국 사회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클린턴의 대북정책: 예상 가능한 대북정책, 변화는 가능할 것인가?
미국의 언론 The Nation은 클린턴을 ‘전통적인 미국 외교정책의 신봉자’라고 지칭하면서 클린턴의 대북정책에 대해 “클린턴은 북한과 중국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군사 압박과 경제 제재 정책을 훨씬 넘어서는 강경책을 준비해 왔다”고 평가했는데요. 앤드루 바세비치(Andrew Bacevich) 교수가 “클린턴이 오바마 대통령에 비해 훨씬 강경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한 부분도 덧붙여 인용했습니다. 한편 미국 언론 National Interests는 클린턴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했습니다.
만약에 클린턴이 6자회담에서 미국의 목표이기도 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계속 주장한다면, 북한과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불가능할 것이다. 클린턴 정부가 북한에 존재하는 핵과 미사일 무기를 동결하는 것에 만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약화시킬 것이며,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그녀의 공약과 상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에 덧붙여 클린턴이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클린턴과 다른 선임자들이 이제까지 추구해온 “전략의 재검토(rethinking of the strategy)”를 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레 열어놨는데요. 전반적으로 클린턴이 기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는 선에서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이미 오바마 정부 대북정책의 효과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클린턴의 대북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고, 그렇다면 클린턴의 대북정책에 전격적인 변화가 가능할 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클린턴과 트럼프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미국 언론 National Interests는 “과연 클린턴과 트럼프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논평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는 선택지가 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인기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지속되어온 정책을 계속하는 것이다. 점진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은둔왕조의 정권교체를 목표하는 상하원 의원들은 이러한 정책에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혹은, 워싱턴에서 정치적 루저(loser)가 되겠지만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질 외교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북한이 무엇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 지 모른다. 클린턴 혹은 트럼프 정부는 초강대국이나 현실주의자들이 하는 방법, 즉 힘과 협상을 이용하여 그것을 알아낼 수 있다. 비록 상대가 당신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겪게 하고 싶은 자라도 말이다.
결국 다른 정책에서도 그렇지만 대북정책에서도 변화의 트럼프와 안정의 힐러리가 대립하는 구조로 두 후보의 대결이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기존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꾸준히 지적하며 대북정책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죠. 이에 대한 평가는 양분되는 모습입니다. 반면 클린턴은 기존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개선된 대북정책을 예고하고 있지만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이에 대한 평가도 양분되고 있습니다. 대북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교정책에서 예측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급격한 외교정책의 변화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에는 일반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일정 부분 대북정책에서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3편에서는 지난 10월 11일 두 후보의 외교안보자문, 커트 캠벨(Kurt Campbell, 클린턴 캠프)과 피터 후크스트라(Peter Hoekstra, 트럼프 캠프)가 워싱턴 D.C.의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여 두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다룹니다. 1편과 2편에서 두 후보의 전반적인 대북관과 대북정책에 대해 다뤘다면 3편에서는 좀 더 세세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제9기 대학생 기자단 이화여자대학교 유진이었습니다.
참고자료
Clinton, Trump offer sharply different views on foreign policy (2016/10/09 Canton Rep)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하겠다, 아무 문제 없다" (2016/05/19 오마이뉴스)
Donald Trump’s Views on North Korea Test Hillary Clinton (2016/05/18 New York Times)
Hillary’s Hawks Are Threatening Escalation Against North Korea (2016/10/28 The Nation)
Tough and Tougher: Clinton vs. Trump on North Korea (2016/09/15, National Interests)
Could Clinton or Trump Change U.S. North Korea Policy? (2016/10/03, National Interests)
Hey, Trump, here's why China won't 'go into' North Korea (2016/09/27 USA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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