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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후보의 대북정책 1편: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북인식은?

미국 대선후보의 대북정책 1편: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북인식은?



드디어 미국 대통령 선거가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1월 8일 화요일에 실질적인 대통령 선거인 대통령 선거인단이 선출될 예정인데요. 이번에 선출된 미국의 45번째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 취임하여 임기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저는 북한학과 미국학을 동시에 복수전공하고 있어서 시험기간에도 3차례의 대선 토론을 모두 챙겨볼 정도로 이번 미국 대선을 굉장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데요. 제 주위에도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북관에 대해 궁금해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두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한 시리즈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비록 대선이 끝나더라도 대선 과정에서 이슈가 된 많은 정책대안들은 여전히 논의의 대상으로 남아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두 후보의 대북정책은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논의될 지를 바라보는 기준선이 될 것입니다. 

저도 미국 대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왔지만 각 후보의 대북정책을 간단하게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서 이번 시리즈 기사는 세 편으로 나눠서 편성했습니다. 1편에서는 두 후보가 북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내용이나 선거캠프 차원에서 발표한 입장보도 자료, 언론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두 후보의 대북관을 평가해보았습니다. 이어서 2편에서는 미국 내에서 일반적으로 두 후보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3편에서는 두 후보의 외교안보자문이 각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두 후보의 대북정책을 더 자세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긴 시리즈지만 세 편을 모두 보시고 나면 두 후보의 대북정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기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를 트럼프로, 힐러리 클린턴을 클린턴으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을 힐러리로 주로 지칭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성(Last Name)을 부르는 것이 맞으므로 클린턴으로 지칭하였습니다.

모든 자료는 직접 번역 혹은 의역한 내용으로, 공식 번역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번역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차 핵실험 직후 각 캠프의 입장보도

먼저 비교적 최근인 지난9월 9일 북한이 강행했던 5차 핵실험 직후 발표된 각 캠프의 입장보도문을 보겠습니다. 5차 핵실험이 보도되자마자 트럼프 진영과 클린턴 진영 모두 즉각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요. 

트럼프 캠프: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이 된 이후 자행된 북한의 4차, 5차 핵실험은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서 저지른 여러 재앙적인 실수들에 추가되는 또 하나의 예시다.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서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북한의 핵 개발은 더 강력하고 정교해졌다. 힐러리 클린턴의 대북정책은 실패한 국무장관의 또 하나의 외교적 실수다.


클린턴 캠프: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강행 결정은 터무니없는 것이며 용납할 수도 없다. 나는 북한이 결국 운반 가능한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결정을 확고히 한 이 무모한 행동을 강하게 비난한다. 이는 미합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며,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금년 초 UN에서 통과된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도 추가적인 제재를 모색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한다. 동시에 우리는 한국,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또한 대북압박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해야 하며, 우리는 중국이 그렇게 하도록 할 것이다.”

트럼프 캠프에서 발표한 입장보도문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국무장관이었던 클린턴에게로 돌리며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요. 반면 이에 대한 뚜렷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클린턴 캠프의 경우에는 북한의 핵실험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기본적으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면서도 강화된 대북정책의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클린턴이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인데요. 이 부분은 이전부터 중국 역할론을 강하게 주장해온 트럼프와 입장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클린턴은 특히 4차, 5차 핵실험 이후 중국 역할론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두 후보가 적어도 중국을 이용하여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차 대선토론에서의 북한 언급

세 차례의 대선 토론에서 북한 문제는 1차토론에서만 잠깐 언급되었고 2차, 3차토론에서는 아쉽게도 다뤄지지 않았는데요. 역시 핵 문제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1차토론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는 민주당 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힐러리는 공화당 색인 붉은색 정장을 입고 나왔네요)



레스터 홀트(Lester Holt):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미국의 안보에 관한 문제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핵 무기 선제 사용에 관하여 미국이 오랫동안 고수해 온 정책을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현 정책을 지지하십니까? 

트럼프: 한 번 핵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우리는 이를 준비해야 합니다. 어떤 가능성도 제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몇몇 국가들, 특히 북한의 경우, 우리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은 우리를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중국이 북한에 개입해야 합니다(China should go into North Korea). 중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 매우 영향력이 강한 국가입니다. 북한 문제에서 또 하나 영향력이 강한 국가는 이란입니다. 이란은 북한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로,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란과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이란이 북한에 어떤 역할을 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어야 합니다.

이 질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핵 선제 불 사용(No First Use) 원칙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된 질문으로 보여지는데요. 핵 선제 불 사용 원칙은 경보 즉시 발사 폐기 (No Launch on Warning) 원칙과 궤를 같이하는 정책입니다. 핵 선제공격이 없는 한 핵을 선제 사용하지 않으며 (핵 선제 불 사용), 핵 선제공격을 감지하는 즉시 핵 무기를 발사한다는(경보 즉시 발사 폐기) 것인데요. 이는 미국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사안이고, 특히 동맹국들은 핵 선제 불 사용 원칙이 채택될 경우 의미 있는 핵 억지가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역시 트럼프는 중국 역할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여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개입해야 합니다(China should go into North Korea).”라는 부분을 ‘중국이 북한을 침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해석에 여지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 영향력을 가지는 국가로 이란을 제시한 점도 흥미롭습니다. 한편, 이에 대해 클린턴은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지킬 것이라는 점을 확언한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의 북한 언급: 트럼프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트럼프는 각종 TV 프로그램이나 언론에서 북한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꾸준히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왔습니다. 지난 4차 핵실험 직후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문제를 풀어야 하며, 우리는 중국이 문제를 풀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심지어 북한을 중국의 아기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는 버지니아비치의 토론에서 “북한이 믿을 수 없는 것들을 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은 믿을 수 없는 것들을 하는 과정에 있다⋯그들은 적대적이며, 우리 나라에 대한 일말의 존중도 없다. 이는 잠재적 재앙이다.”라며, “내가 하려는 것은 간단하다. 중국이다. 북한은 당신들의 아기다(China, this is your baby). 이건 당신들의 문제다. 당신들이 풀어라.”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김정은과 대화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김정은)와 대화할 것이다. 그와 대화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가디언(Guardian) 지는 “김정은과 직접적으로 대화하겠다는 트럼프의 입장은 미국의 고위 관료들과 북한의 고위 관료들의 대화에 의존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지는 노동신문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미국의 기존 한반도 정책을 뒤엎는 트럼프의 제안이 최소 한 명의 청중(북한)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 “미국민이 결단코 선택해야 할 후보는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에서 ‘이란식 모델’을 적용해보겠다는 우둔한 힐러리보다 조선과의 직접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라 해야 할 것”) 

트럼프의 이와 같은 발언에 트럼프 캠프 내에서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는데요. 실제 당선되더라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추진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런 파격 발언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의 북한 언급: 클린턴

클린턴은 9월 9일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 인사들과의 미팅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전략의 재검토는 물론, 중국을 포함한 인접국들에게 이것이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설득시키는 긴급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확실해졌습니다⋯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할 계획입니다.”라고 언급하는 한편 “우리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제재는 충분하지 않았고, 제가 직접 협상에 참여했던 국제사회의 제재 또한 있었지만 그것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는데요. 

이를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지는 클린턴이 미국의 현 대북정책이 북한에 효율적인 제재를 가하고 중국을 포함한 북한의 동맹국에 압박을 가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연설이 클린턴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보다 더 강한 대북정책을 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역시 국무장관으로 근무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적인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목적으로 더 강화된 대북압박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스스로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후보라니, 멋지네요)



이제까지 두 후보가 북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내용과 선거캠프 차원에서 발표한 입장보도 자료, 언론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두 후보의 대북관을 알아보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북정책에서 직접적인 대응을 하기 보다는 중국을 압박하여 북한을 다룬다는 중국 역할론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까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면서 국무장관으로서 힐러리 클린턴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선거전략을 펴는 모습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자신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북한의 핵 개발이 진전된 부분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추가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대북제재와 동맹국 협력을 유지, 강화하겠다는 부분은 기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2편에서는 미국 내에서 일반적으로 두 후보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들의 대북정책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제9기 대학생 기자단 이화여자대학교 유진이었습니다.


참고자료

STATEMENT ON NORTH KOREAN NUCLEAR TEST (2016/09/09 Donald Trump For President)

Statement From Hillary Clinton On North Korea’s Nuclear Test (2016/09/09 Hillary For America)

The first Trump-Clinton presidential debate transcript, annotated (2016/09/26 Washington Post)

'This is your baby': Trump passes North Korea responsibility to China (2016/09/06 Washington Examiner)

Trump: North Korea is China's problem to fix (2016/01/06 CNN)

Donald Trump says he is open to talks with North Korea’s Kim Jong-un (2016/05/18 The Guardian)

North Korea Applauds Donald Trump’s Threat to Pull Troops From South (2016/06/01 New York Times)

Clinton hints at tougher North Korea policy (2016/09/09 Washington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