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주한독일문화원에는 조금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벽에 관한 전시라고 하는데요, 어떤 벽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 있는 약 250km에 달하는 휴전선입니다.
본 전시의 김혜련 작가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90년, 독일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을 맞이한 독일에서 유학 후 돌아온 김혜련 작가는
분단국가인 고국의 슬픔을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지, 한번 떠나볼까요?
노란 은행나무 사이로 버스는 달려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주한독일문화원은 남산 도서관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로 이 곳이 주한독일문화원입니다.
문화원 앞 전광판에는 이번 전시의 포스터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정해진 전시관 안에 작품들이 모아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원 곳곳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입구로 들어서면서부터 전시가 바로 시작되는데요,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나의 연'입니다.
'나의 연'은 삐라 대신 아름다운 연을 날리고 싶다는 김혜련 작가의 염원이 담긴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전시관 곳곳에서 작은 움직임에도 산들산들 흔들리는 '나의 연'을 볼 수 있습니다.
나의 연 My Kites
2014, watercolor on paper, installation(variable), 40x40cm each
너의 얼굴 Your Face
2015, tusche on paper, installation(variable), 92x122cm each
'너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는 북한 병사의 얼굴을 그린 그림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이어서 어떤 작품인지 소개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김혜련 작가의 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해드립니다.
" 그는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남쪽 군인들과 마주 보면서 귀엽게, 사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옆에 있는 북한 군인은 손에 담배를 들고 있었지만 그는 남쪽 군인을 쳐다보며 그냥 웃고 있었다. 약간 쑥스러운 듯, 눈매가 가늘고 선하고, 착하고 정직해 보여서 도무지 살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중략)... 그는 웃고 있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혹시 강제수용소에서 굶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병들어서 죽은 것은 아닐까? 그는 지금, 사진 속 그는 지금, 내 작품의 모델이 되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나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하고 있다. 타인의 얼굴 그리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나로 하여금, 수도 없이 쳐다보며 그 얼굴을 그리게 하고 있다. 붓을 들고 고개를 숙이고, 때로는 눈물이 너무 흘러 그리다 말고 소리 죽이고 울었다. 그와 내가 무슨 인연이란 말인가? 그는 지금 살아 있을까? 남한 군인을 마주 보고 이렇게 환하게 웃는 그는 분명, 평소에도 이렇게 자주 웃었을 것이다. 자상하고 섬세한 여느 젊은이들처럼, 그렇게 환하게 웃었을 것이다.
그는 웃고 있는데, 그를 그리는 나는 눈물이 난다. 그리고 있노라면 그가 나인지, 내가 그인지, 그의 얼굴에서 빛이 나온다. 그가 쓴 모자가 광배가 되고, 웃던 그는 울고 있다. 나 대신 울고 있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 눈물이 난다. 배 속에서부터 눈물이 난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그 속에서 하나가 되는 황금빛 눈물이 된다. 황금 눈물, 우리의 살인을 용서해 달라고, 그는 아마도 하늘나라에 있을 것이다. 황금빛 눈물 안에서 웃고 있을 것이다."
위 작품은 제목이 소개되어있지 않았지만,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색동과 한지가 날카로운 철사에 꿰여있는 모습을 통해서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공간은 가장 많은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공간입니다.
전시 소개 책자를 원하시는 분들은 이 곳에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시된 작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래부터는 작품의 사진과 함께 안내 책자에 적혀있는 간략한 정보만 소개해드릴테니,
'슬픔의 벽'이라는 주제를 염두하며 김혜련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감정에 대해 공감해 보세요.
확성기-너는 나이다 Loudspeaker-You are Me
2016, Woven bamboo with thread, 30(h)x45x28cm
투명한 Transparent
2016, Wire mesh, necklace, 60(h)x50x30cm
고깔모자 Party Hat
2016, Wire mesh, child's toy, disposable gloves, 50(h)x70x38cm
거울 Mirror
2016, Wire mesh, mirror, jewelry, 38(h)x24x24cm
나의 연 My Kites
2014, watercolor on paper, installation(variable), 40x40cm each
소원 성취 A Wish Come True
2016, Styrofoam. roll-up brush holder, tacks, 42(h)x30x18cm
성벽 Fortress Wall
2016, Styrofoam, fabric, pins, 45(h)x30x18cm
바리케이드 Barricade
2016, Oil on wood with wire, 16(h)x18x44cm
색동 Saekdong
2016, Wire mesh, silk and paper, 60(h)x33x35cm
(작품 정보 없음)
나비 Butterfly
2016, Wire mesh, paper, 32(h)x40x25cm
색동 Saekdong
2016, Wire mesh, metal, silk, 35(h)x40x25cm
왕과 왕비 King and Queen
2016, Jewelry, nails on canvas, 200(h)x95x95cm
자, 어떠셨나요?
제가 소개해드린 작품 외에도 문화원 곳곳에서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으니
직접 생생하게 작품을 경험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생각보다 전시된 작품의 수가 많아서 다 둘러보니 어느새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었습니다.
작품에 몰입하며 덩달아 슬프고 먹먹해졌던 마음을 안고 문화원을 빠져나왔습니다.
'분단'을 주제로 한 미술 전시는 처음 관람해보았는데요, 그 어떤 말이나 글보다 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슬픔의 벽' 전시는 '통일문화주간 2016'의 일환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통일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던 '통일문화주간 2016'은
10월 21일부터 10월 25일까지 통일을 주제로 한 공연이나 전시, 영화제 등 다양한 통일문화 축제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통일문화주간 행사 기간과는 별개로, 본 전시 '슬픔의 벽'은 10월 19일부터 12월 2일까지 계속됩니다.
올해 말일인 12월 31일까지 파주 도라산역에서는 DMZ 사진전이,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는 통일 사료 전시가 열리고 있으니,
남은 전시 기간동안 문화예술을 통해 통일에 대한 공감을 느껴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지금까지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윤재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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