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경적(The Horn)' 이란 영화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영화는 임경동 감독의 첫 영화로서 탈북자의 삶에 대해 다룬 영화입니다. 자신의 첫 영화로 탈북자의 삶을 다뤘기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는데요. 독립영화라 보니 어디서 봐야할 지 난감해 하고 있던 중, 충무로 역사 내 '오재미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운영이 되는 영상센터로 DVD시청, 영상편집 프로그램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늑해보이는 오재미동 내부의 모습>
경적은 25분 짜리의 독립영화로 35회 서울독립영화제, 10회 대구단편영화제, 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후보로 올랐었고, 3회 대전독립영화제와 62회 칸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감상해 볼까요?
'어, 이렇게 그냥 끝나버리네. 뭘 말하고 싶었던 거지?'
영화가 다 끝난 후, 저는 약간 당황했는데요. 아마 이 영화를 처음 접하는 분들의 반응은 대개 이럴 것이라 예상됩니다. 독립영화 특유의 철학성을 가지고 있고, 주제를 뻔하게 드러내지 않거든요. 하지만 천천히 곱씹어보면 감독이 하고싶은 이야기가 나타납니다.
<사진출처 : 다음 영화>
등장인물은 북한이탈주민이면서 보험금 수령인인 철민, 그리고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인 보험회사 직원 영림, 북한이탈주민 관련 경찰인 고형사 이렇게 셋입니다. 이야기는 철민의 아버지가 실종되고 차만 남아 보험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인데요.보험처리 과정 중에 귀찮다는 듯이 연신 불만을 터트리고, 때로는 낄낄거리며서 실종된 철민의 아버지가 "북한으로 도로 간거 아냐?" 하고 얘기하는 고형사의 모습, 철민과 영림의 대화를 불편하게 바라보면서 어떤 탈북자인지 의심하며 뒤에서 알아내는 고형사의 모습은 참 씁쓸합니다. 하지만 어쩐지 우리와 많이 닮아있는 듯한 고형사의 모습에서 관객은 뜨끔함과 "어쩜 저런 말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둘 다 갖게 됩니다.
이 와중에 안타깝게 서로를 바라보는 철민과 영림의 모습은 그저 담담합니다. 대화가 오가진 않지만 서로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듯 그렇게 한동안 같이 앉아있는데요. 고형사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보험금 많이 타서 부자되겠네, 정착금보다 많겠다"하며 철민에게 툭 내뱉습니다. 전혀 배려없는 모습에서 우리는 또 당황스러우면서도 부끄러워집니다. 그리고 철민과 영림은 내내 별다른 말 없이 조용하기만 합니다.
보험처리를 마치고 셋이 돌아가던 중 차의 경적이 망가져서 경적소리가 멈추지 않고 나는데, 그걸 보며 시끄러워 죽겠다고 고형사는 짜증을 내고 철민과 영림은 여전히 차 안에서 묵묵히 앉아 있습니다. 그 옆으로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달리는 차들을 보며, 우리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또 직면하게 됩니다.
<북한이탈주민 입국 현황>
위 표는 통계청 자료로 북한이탈주민의 늘어나는 입국현황과 성비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굉장히 많은 북한주민들이 북한을 이탈해 남한으로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하고 있지요. 실제로 저 역시 많은 북한이탈주민분들과 사귀고 있으며, 제가 자주가는 노원구에도 특히 북한이탈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각 대학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것 뿐, 많은 우리 또래의 대학생들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관심이 없고 그저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함부로 말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그들도 나와 다를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인데 말이죠.
아직도 탈북자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과, 남한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는 탈북자. 영화를 보며 사실 우리의 삶 속에서 그들은 나와 동등한 사람도 아니며, 의심스럽고 불편하기만 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그들이 내는 '경적'을 그저 시끄러운 소음이라고 취급해 무시하고 있진 않나 돌아보게 합니다. 아직까지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일까요?
탈북자에 대한 배타적이고 무의식적 내면을 드러내는 영화 '경적', 빠아앙 경적 소리와 함께 그들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는 어떠했나 번쩍 정신이 든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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