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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에도 24시간 편의점이 있나요?


 안녕하세요,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황주룡 기자입니다. 이번에는 북한 관련 소식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아시아경제의 최근 기사입니다. 8월 9일 보도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에도 편의점과 같이 24시간 문을 여는 '소매점'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아무래도 우리가 상상했던 편의점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법 편의점 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나요? 아래는 기사 내용입니다.

 

 함경북도를 오고 가는 중국 상인 이 모씨에 따르면 "함경북도 무산과 회령 등 북중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소매점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매점은 "중국 돈으로 약 2만 위안(한화 330만 원 정도) 정도만 가지고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소규모의 창업"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매점의 경우 처음에 중국 상인들이 팔고 남은 물건을 처리하기 위해 차려 놓았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편의점으로 정착했다고 전하였습니다. 소매점에는 술, 담배, 육류 등 식료품도 있고 손톱깎이 등의 생필품도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소매점들은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나선, 함흥, 평양까지 소매점이 생겨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한 모양입니다.

 

 지난해에 한국에 입국한 40대 이북 여성에 의하면 "함경북도 무산군에 이러한 소매점이 다섯 군데나 있고, 24시간 문을 여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소매점들은 국가기관에 매달 중국화 300위안 정도를 바쳐야 하며, 이것 외에도 보위원이나 보안원들에게 정기적인 뇌물을 줘야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 사진 출처=조선일보

 

 이 사진은 두만강 건너편에서 찍은 함경북도 무산 지역의 모습입니다. 소매점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위와 같이 북한에는 최초로 편의점과 같은 기능을 하는 소매점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 경제가 최초로 도입되었다고 봐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이미 시장의 기능을 하는 '장마당'이 있습니다.


 혹시 북한에서 80년대 초부터 9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아시나요? 바로 '장마당 세대'입니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항일 혁명을 기준으로 하여 세대 구분을 해 왔습니다. 쉽게 예를 들면 '혁명 1세대', '2세대', '3세대' 이런 식으로 세대 구분을 해 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장마당 세대'일까요? 이는 북한의 시대적인 배경을 이해하면 알기 쉽습니다. 북한의 장마당 세대들은 90년대 중반 당시 엄청난 아사자가 속출했던 '고난의 행군'을 경험했습니다. 이들은 호구책(糊口策)을 마련하기 위해 반사회주의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는데, 그 결과는 지금 북한 경제의 일반적인 주류 현상이 되어 버린 장마당을 만들어 냅니다.


 장마당 세대들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였습니다. 고난의 행군으로 비롯된 식량난으로 인해 기존의 사회주의식 배급체제가 붕괴되면서, 북한 사회의 노동자들은 스스로 먹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러한 환경에 의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유분방한 가치관이 확산되었습니다.


 한편 장마당의 확산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또 다른 새로운 풍조를 만들어 냅니다. 기존에 규제 대상이었던 시장에서의 활동이 왕성해짐에 따라 법치가 무력화되었고, 결과적으로 장마당 세대들 사이에서는 준법 개념 자체가 약화됩니다.


 즉 범법 행위를 하게 되더라도 뇌물을 바친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으며,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법의 구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북한 사회 제반의 현주소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새롭게 생겨난 소매점도 위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의 편의점'은 장마당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현재의 북한 경제는 이미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비밀스럽게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입니다.


 국가정보원은 2015년 7월 14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장마당 세대는 이념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며 부모 세대에 비해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하면서 "이들의 성장은 외부 사조 수용과 시장의 확산 등 북한 체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위와 같이 북한 내부의 시장경제 확산은 북한 체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요? 저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먼 시평을 놓고 이야기할 때 언젠가는 가능할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이 '장마당 세대'가 김정은 체제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북한의 편의점 열풍 현상을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언젠가는 북한 사회도 북한 주민들의 손에 의해 새로운 물결이 일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