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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평화재단 심층강연, "통일코리아를 위한 한국 사회의 성찰과 변화: 우리 안의 북한, 우리 밖의 북한, 그리고 종북 엑소시즘"

  지난 12월 16일, 평화재단에서 11월 17일 열린 심포지엄 '통일코리아를 위한 한국 사회의 성찰과 변화'의 후속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날 강연에서는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이 '우리 안의 밖의 북한, 우리 안의 북한, 그리고 종북 엑소시즘'이라는 주제로 강연 했습니다.

  ‘종북’은 뭔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불편해지고 껄끄러운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 ‘종북주의자’라고 규정당하게 된다면, 그 사람이 했던 모든 말들은 진의를 의심받게 될 것입니다. 북한을 추종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용납할 수 없고, 그렇기에 종북이라는 단어는 꺼내기 참 조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왜 화합과 평화를 논의하는 통일 강연회에서 분열을 상징하는 ‘종북’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강연을 하게 되었을까요?



 강연자는 한국 사회의 ‘종북’ 담론을 통해서 분단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통일의 주체로 나설 자격과 준비를 갖추고 있는 건전한 사회인지를 점검해 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통일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회를 포용하고,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과 조화롭게 사는 길일 터인데, 우리 안에서 종북이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체가 없는 종북 논쟁은 건강한 토론과 숙의를 통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어렵게 하고, 사회의 분열만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통일을 논하기에 앞서 남남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종북’ 프레임을 분석하여 강연자는 어떻게 통일을 계획하고 준비해야 할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강연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한국 사회는 통일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품을 만큼 건강한 사회인가? 

 

 이 질문은 우리에게 북한은 무엇인가? 는 질문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이때 강연자는 우리가 세 개의 북한과 마주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반도 북쪽에 있는 실체가 있는 북한 정권, 한국 사회 내부의 안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서의 북한, 그리고 한국사회 종북 논쟁속의 북한입니다.

 한국 밖의 물리적 북한은 세 단계 북한으로 나뉩니다. 한국전쟁, 대화의 시기, 그리고 북한의 도발 이후의 적국으로서의 북한입니다. 우리 안의 북한으로는 ‘간첩’과 ‘종북’이 있습니다. 냉전시대에는 간첩이 우리 안의 적, 타자로 존재했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은 우리 내부로 들어왔고 남남갈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우리 안에 존재하지만 사상이 다른, 적으로서 '종북'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때 강연자는 우리가 북한의 다양한 얼굴, 그리고 우리가 규정하고 있는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먼저 강연자는 우리가 우리 밖의 북한을 보는 시각의 추이를 살핍니다. 우선 한국인이 안보 불감증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를 찾기 힘듭니다. 국방대학교의 일반국민의식 여론조사, EAI 여론조사 데이터아카이브 조사에서 2006년 북핵 실험,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때 ‘전반적으로 안보 상황이 불안하다’라는 주장은 각각 63.8%, 81.5%로 높은 수준의 위협 인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2000년 9월 1차 남북정상회담 때 18.9%의 응답 비율을 보여준 것과 비교했을 때 대조적입니다. 2006년, 2010년의 높은 안보 위협 인식은 한국인이 안보 상황에 따라서 탄력적인 반응을 보여 준다는 사실을 나타내며, 이는 안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지 불감증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다음으로 한국의 북한 인식으로는 대북정책의 인식을 들 수 있습니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평가는 점차 수렴해가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지지자 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은 2015년의 경우 진보 61.2%, 보수 55.4%로 6포인트 차에 불과합니다. 새누리당 지지자는 59.8%가,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는 64.6%가 관광 재개 입장을 표명해 5% 정도의 차이만을 보였습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질문에 대한 보수, 진보 간의 의견 차이는 연도별로 2010년 12%, 2011년 22%, 2012년 16%, 2013년 9%, 2014년 7%로 점차 줄어드는 초세를 보였습니다.

 남북 이슈와 한·미 관계에 대한 태도를 교차해보면, 한·미 공조와 민족 공조를 대립적으로 보는 주장보다 이를 병행하려는, 이분법적 가정에서 벗어난 안보의식이 확산되었음이 확인됩니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북핵 우선 해결을 주장하는 전통적 보수 의견은 전체 국민의 28.7%, 반대로 한·미 동맹의 의존에서 벗어나 남북대화를 선행하라는 전통적인 진보 시각은 12.9%에 불과합니다. 전통적인 이분법 구도에서 안보 문제에 접근하는 유권자들은 41.6%에 불과한 셈입니다. 반면 북핵 문제와 관련 없이 대화를 재개하라는 점에서는 진보적 견해이지만, 한·미 동맹은 긍정적으로 보는 보수적 시각을 밝힌 병행론자가 무려 51.3%에 달합니다.

 특정 정부의 대북 정책의 성과에 대한 지지와 반대는 분명히 나뉘어져 있는 상황이지만 ,북한 문제가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드러내는 지표로서의 효용성은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 갈등도 완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한 대북정책에 대한 찬반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 일반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합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강연자는 우리 안에서 어떻게 종북 현상이 생산되고 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강연자는 북한과 관련된 안보 현안이 안보에 실제 미치는 영향과 상관없이 남한 내부 정쟁의 도구로 동원되는 과정을 비판합니다. 안보는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하지만, 안보 이익의 관점이 아니라 당파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정치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위해 ‘종북’이라는 단어로 북한을 호명하는 행위는 북한을 국내정치의 실체 없는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종북의 개념은 무엇일까요? 종북은 정의내리기 어렵습니다.

 성남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이 종북 개념을 정의합니다. “종북은 반국가단체인 북한 정권의 주장이나 정책에 맹목적으로 찬성하고, 북한의 정권 세습이나 인권 문제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옹호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사상이나 언행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라 할 것이다.”

 덧붙여 성남 지방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종북 개념의 확장을 비판합니다. “ 비록 최근 일부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는 종북이라는 표현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외교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것,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온화한 정책의 시행을 주장하는 것, 북한과 관련된 사건에 관하여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불신하는 것, 동맹국인 미국에 반대하고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것,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것, 외관상 종북세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거나 이들과 결과적으로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 등으로 그 문언상 의미를 넘어서 광범위하게 다의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종북의 통상적 의미를 위와 같이 확대할 어떤 합리적 근거도 찾을 수 없다.”

 종북은 “적대라는 관계”를 통해서 드러난다는 점에서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지만, 바로 그 특징 때문에 특정되지 않은 현상 혹은 집단을 공격할 수 있다고 강연자는 말합니다. 종북에 대한 혐오 표현은 우리 사회 내에서 강력하고 절대적인 적대를 구성하기 때문에, 이는 극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강연자는 북한 인식은 합리적이지만 북한과 관련한 안보쟁점을 다루는 남한 내의 정치 논쟁은 비이성적으로 흐르고 북한과 관련 없는 ‘이른바 종북' 문제가 정치사회적 관심을 지배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북한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 남한 내부 이념의 갈등, 북한 추종세력의 존재 등이 뒤섞인 것이 의미 없는 종북 엑소시즘, 종북 논쟁이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한 주요한 대안으로서 우선 남북 관계의 회복을 주장합니다. 북한이 위험해지고 남북 적대가 심화될수록 북한의 악마화는 정당화되는데, 남북대화와 교류 협력의 복원을 통해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함으로서 북한의 위험을 통제하고 예측하여 상호 친밀성을 높여 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비롯해 다원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청중으로부터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통일은 대박’ 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통일 담론에 적대적인 사람들 관심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강연자는 편견과 적대로 비롯한 언설이 아니라 합리성을 통해서 통일을 위한 화해와 포용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이렇듯 강연은 언뜻 보수진영에서 보면 귀에 거슬리는 면도 있지만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서 통일과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의 세월이 끝나가고, 이제 2016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행사가 있었는데요, 행사들의 바람과 소망대로 통일을 위한 논의가 더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자료출처:황병주, ‘1970년대 유신체제의 안보국가담론,’ <역사문제연구 제 27호>

         <통일코리아를 위한 한국 사회의 성찰과 변화> 강연집

사진출처: 평화재단 유미경 님, 기자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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