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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남과 북이 함께한 송년회 파티현장 - 북한이탈주민 봉사단체 '햇빛 사랑회'

뽀드득 뽀드득

 전날 자정 무렵 내린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눈을 밟으며 조금 특별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바로 북한이탈주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봉사단체 햇빛 사랑회입니다햇빛 사랑회는 매주 토요일 10~12시까지 병원, 양로원, 요양원 등을 방문하며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햇빛사랑회 '송년회 파티'

▲ 공연 준비가 한창인 사무실

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26일은 어르신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겸 송년회파티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파티답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사무실 안팎이 분주했는데요, 안쪽에서는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계셨고, 밖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 북한 음식 '밥 완자'

▲ 북한 과자 '손가락 과자'

▲ 직접 준비한 각종 과일

또 한 편에서는 다 같이 나눠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가보니 서로 나눠 먹기 위해 각자가 준비해온 음식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군만두처럼 생긴 음식과, 눈 내린 맛동산 같은 과자가 눈에 띄었는데요, 이는 밥 완자손가락 과자라는 이름을 가진 북한 음식이었습니다.

이런 날이면 가족과 고향 생각에 눈물짓는 어르신들을 위해 고향 음식을 준비해 온 것인데요, 음식을 보며 애써 눈물을 감추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습니다드디어, 10시가 조금 넘자 준비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햇빛 사랑회에 소속된 공연예술단 팀은 평균연령 60이 넘은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원봉사를 위해 노래와 안무를 새로 배우셨다면서 멋쩍은 웃음을 짓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 즐겁게 공연하시는 모습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진행된 공연은 잘했군, 잘했어’, ‘부채춤등 다채로운 공연으로 가득했습니다. 즐거운 공연을 보는데, 이상하게 제 마음은 무거워지고 뭉클해졌습니다.

 통일부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곳을 취재하고,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들으면서 기사로 다뤘지만 사실 제 마음속 한민족이라는 단어는 감흥 없는 막연함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같이 웃는 모습을 보니 어렴풋이나마 한민족에 대한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더불어, 같은 한반도 안에 있는 두 땅덩어리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데, 철책선 하나 때문에 그 가까운 거리를 이렇게 멀리 돌아오셨구나.. 환하게 웃으실 수 있는 분들인데.. 얼마나 그동안 몸과 마음이 괴로우셨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1시간여의 모든 공연이 끝나고 다 함께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었습니다. 저는 햇빛 사랑회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최은희 회장과 최진주 총무를 인터뷰했습니다.

▲ 최진주 총무, 최은희 회장

저는 2006년도 남한에 아들과 함께 들어왔습니다. 탈북 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고, 북한에 다시 끌려가 옥살이를 하기도했습니다. 그리고 힘겹게 남한에 들어왔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당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며칠을 울면서 보내다가, 남한에서 새로 얻은 인생을 이렇게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봉사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도중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자 최 회장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셨는데요, 비록 전부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그때의 아픔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최 회장을 중심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봉사를 시작했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지원이나 후원이 없었기에, 매주 교회를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하다가 몇 년 전 한 교회의 도움으로 지금의 사무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일흔이 넘은 연세에, 이렇게 매주 봉사하는 것이 힘에 부치지는 않으신지 여쭤보자, 최 총무는 물론, 나이가 나이인지라 때론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은 내 삶을 누군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며 남과 북이 서로 동질감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햇빛 사랑회의 목표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최 회장은 햇빛 사랑회가 지금까지 오는 과정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지금까지 온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을 도와 드리며 통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북한이탈주민 하면 불쌍하고 안타깝게 보거나, 경계하는 시선이 아직도 많은데 우리들도 우리를 받아준 대한민국에 조금이나마 공헌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느덧 광복 70주년이었던 2015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70년 전 남과 북은 밥상 앞에 마주했던 한 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혼자입니다. 혼자 밥 먹는 것에 익숙해져서,이젠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으니 제발 따로 살자”라고 말하기보단, 저 멀리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해보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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