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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통일의식의 분화와 역동성: 2015 통일의식조사 학술회의 취재 in 서울대

2015년 9월 11일 금요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2015년에 진행된 ‘통일의식조사’를 발표하기 위한 자리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목련홀에서 마련했습니다. 통일평화연구원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통일의식조사의 취지는 

‘통일, 북한, 대북정책, 북한이탈주민, 국제환경, 사회의식 등에 대해 우리사회의 여론과 국민 의식을 파악하여 분석함으로써 효율적인 통일 논의를 창출하며 정책 수립과 실행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 활용하는 것’

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통일평화연구원이 2007년에 첫 조사를 시작하여 매년 7월을 조사시기로 하여 국민의 통일 의식을 조사하고 발표하여 책자로 간행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이러한 조사가 꾸준히 행해져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1회의와 2회의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요, 1회의에서는 이번 년도에 진행된 통일의식조사의 결과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발표 중인 정은미 연구원


제일 먼저 정은미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조사개요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였습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북한의 DMZ 지뢰도발 이전인 7월에 조사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변화된 여론을 다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과, 올해부터 고령화된 사회의 상황을 반영하여 기존에 65세 이하 성인 남녀를 조사한 것과 달리 74세 이하까지로 범위를 늘려서 조사를 하였다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조사가 굉장히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특징적인 것과 소론을 중심으로 결과를 간략하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발표는 <통일에 대한 인식>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조사에서 제일 두드러진 특징은 세대 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무관심 혹은 기대가 없는 모습이 뚜렷하게 반영되었다는 것입니다. “통일이 필요하냐?”라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20대는 약 30.7%만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50대 이상은 63.8%가 긍정적으로 답하여 2배 이상의 격차가 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통일보다 현재 상태가 좋다’, ‘통일에 관심이 없다’ 라는 응답도 20대의 비중이 제일 많아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으로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로는 조사 이래 거의 매년 1위가 ‘같은 민족이므로’, 2위가 ‘전쟁위협 해소’, 3위가 ‘선진국으로 도약’ 등의 순위가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통일의 이유 중에서 올해 처음으로 ‘이산가족 고통해소’가 두 자리 수의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은미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가 이산가족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1회의 참가자들


두 번째 발표는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가 <대북인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대학생 기자로서 같은 나이 또래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제일 궁금했는데요, 발표에 따르면 ‘20대가 북한발 안보위기를 가장 높게 인식했고, 북한정권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으며, 북한을 적대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가장 높다.’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2015년의 국민의 대북인식을 살펴보면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불안의식과 북한정권에 대한 불신이 소폭으로 완화된 가운데 북한에 대한 비판적, 적대적 의식이 상승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라고 조사되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대북정책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먼저 ‘정부 대북정책 만족도’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된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북한의 DMZ 지뢰 도발 이후로 만족도가 상승한 것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2007년 조사 이후 정부나 대북정책 방향과 무관하게 경제상황 만족층과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는 층의 대북정책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층보다 높은 추세가 지속되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통일에 대한 견해에서 조기통일층, 현상유지, 무관심층 간에 대북정책 현안, 역사인식, 탈북자들에 대한 태도, 다문화 표용성 등의 문제에 대해 상당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조기통일층은 탈북자들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장용성 연구원은 통일에 대해 소극적인 층이 늘어난 것이 우려된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발표 중인 최규빈 연구원


네 번째로는 최규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협력연구원이 <주변국 관계 인식>을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주변국에 갖고 있는 친밀감 측면에서는 한국인들은 미국에 대한 친밀도가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고,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상승했으며 이에 반해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강화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즉, 중국과 일본의 이미지에 변화가 감지된 것입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주변국가 중 일본, 중국,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한 반면, 미국이 제일 통일을 원하는 국가라고 인식한 점이었습니다. 

다섯 번째로는 김병조 국방대학교 교수가 <통일인식의 세대별 격차와 세대 내 분화>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통일의 주도세력을 연령이 아닌 ‘세대’로 분석해보고, 누가 통일에 적극적일까라는 문제의식이 들어가 분류를 한 부분이었는데, 이는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세대 구분 (출처: 2015통일의식조사 자료집)


조사 결과, 세대별로 통일인식에 격차가 존재하며, 현재 통일준비세대에서 특히 통일필요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세대별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 이후 경험하는 남북관계 및 통일관련 사건에 의해 변화하는 가변적인 성격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통일인식은 세대효과, 통일정책효과, 그리고 남북관계 효과 등의 모든 것을 반영하여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현재에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은 전 세대에 걸쳐 고른 효과를 얻지는 못했으며, 이보다는 북한의 적대적인 대남정책이 계속되면서 통일준비세대가 통일에 대해 관심이 낮아지고 소극적이 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조사는 ‘세대별 축구경기에서 응원하는 국가’를 조사한 것인데요, 북한과 미국이 대결했을 때 북한을 응원하겠다는 비율이 월등하게 높으나, 세대별로는 통일준비세대의 북한 응원 비율이 가장 낮았습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북한을 응원하는 비율이 줄고, 미국을 응원한다는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즉, 민족과 동맹을 비교했을 때, 한미공조에 중요성을 두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세대별 격차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세대 내에서도 통일의식의 분화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통일추진형, 통일소극형, 통일방임형 등 유형별로 분석을 시도해보니 세대 간 차이보다 세대 내 차이가 큰 경우도 많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통일에 가장 적극적인 통일추진형은 남북교류를 보다 지지함으로 남북교류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발표 중인 황정미 교수


마지막 발표는 황정미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가 <탈북자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탈북자에 친근감을 느끼냐는 질문에 대해 지난 9년 간 큰 변화는 없지만, 일정하게 친근감이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아직은 긍정적 응답보다는 부정적인 응답이 약9%가량 많았습니다. 또한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자의 수용’, 그리고 ‘탈북자를 위한 정부 지원 증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찬성측과 반대측의 비율이 50대 50으로 의견이 반분되며 고착화되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여론이 양분, 대립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20대가 특히 탈북자에 대한 친근감 문제에 부정적인 응답을 보이지만, 탈북자에 대한 전체적인 한국 사회의 인식은 북한 정권이나 대북 갈등과 구분되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수용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2회의 참가자들


발표가 끝난 후 잠깐의 휴식시간 이후에 2회의가 진행되었는데요, 5명의 전문가들이 발표에 대한 의견을 내거나 통일과 관련한 생각을 토론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시간에는 정말 다양하고 깊은 생각들이 제시되었습니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발표를 들으면서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많이 혼란스럽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 반응들이 많으며, 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인식 등 틀린 사실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혼란이 오는 이유로 크게 2가지를 제시했는데요, 통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약하고 현상유지정책만 펼치며 정권마다 변하는 혼란스러운 정부 정책과 공론을 세우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지식인과 전문가들의 잘못이 그것이었습니다. 20대가 통일에 대해 소극적인 것도 애국심이 적기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독일 통일 당시를 연구했을 때, 독일 통일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구동독의 민주주의를 선택한 주민들의 변화 동력’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부분과 관련하여 남한에 와있는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만족한다면 이것이 우리의 통일 역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탈북민의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 통일의식 등의 조사도 병행되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전우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통일이 북한을 상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남한 내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설문 내용 중에 통일이 국가의 이익은 되겠지만 나의 이익은 될 것 같지 않다라는 결과가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했습니다. 즉, 국가의 이익이 나 개인에게 까지 온다는 신뢰가 없으며, 세월호 사건을 보고 정부가 위기관리 능력이 없다는 것을 목격해 통일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사회가 과연 이를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 통일 의식에 대한 조사를 통해 한국인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여론에 좌우되지 않게 통일을 하나의 시대정신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윤영 서울대 독어독문학 교수는 지난여름 방학에 서울대 프로그램인 SNU in Berlin에서 경험한 대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였습니다. 같은 대학생으로써 참 많이 공감되었는데요, ‘우리가 분단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통일이라는 과제를 떠안아야 하는가’ 라고 말한 학생도 있는 반면 ‘어떤 방식으로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을지 많이 이야기를 나눈다.’ 라는 학생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시각 자체는 전반적으로 무관심했다고 하는데요, 학생들은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대학생이 된 이후 통일 교육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또한 독일이라는 통일 현장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이 분단 시절에도 독일은 대화를 하며 문제를 푼 것 과 달리 우리는 북한과 소통도 부족하고 그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된 기조를 유지한 독일과 달리 우리는 통일된 외교정책이 없는 것도 지적했습니다. 다음으로 독일 통일 직후의 이민자들의 문학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민족의 통일만 강조할 경우 한반도에 사는 다른 이민자들은 배제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땅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나 혼혈아 등도 포함할 수 있는 통일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까지 무려 2007년부터 꾸준히 국민의 통일의식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조사 결과 발표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오늘 나온 의견들을 참고하여 보완하고 더 세부적인 분석이 진행되어 다양한 데이터가 쌓인다면 통일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광범위한 조사 내용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홈페이지(http://tongil.snu.ac.kr/)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8기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의 홍다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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