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무박 4일간의 남북 고위급 회담으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이 종결되었습니다. 이에 경실련 통일협회에서 9월 2일 <고위급접촉 타결 이후 남북관계 전망과 과제>로 긴급 좌담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남북 합의에 대한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과제를 어떻게 수행해나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겠지요. 정은영 기자가 열린 좌담회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이종수 (사)경실련통일협회 이사장은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극적인 반전 끝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법을 찾은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장기간 경색으로 당국 간 신뢰가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합의된 기본 틀을 바탕으로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남북관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여러 현안과 의제들에 슬기로운 해법을 이자리를 통해 모색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인사말을 마쳤습니다.
좌담회는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의 토론 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김영윤 회장은 이번 고위급 회담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대화로 풀어나간 점을 높게 평가하지만, 긴장 관계의 항구적인 해소가 되지 않은 점을 비판했습니다.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북한의 어떠한 대외 선전용 도발이 있을지 긴장태세를 낮추어서는 안 되는 시점인데 더불어, 공동 보도문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한계를 두고 있어 이번 고위급 회담은 남북한이 파국을 막는 일회용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였습니다.
더불어 극한으로 치닫던 남북한이 43시간의 협상으로 돌연 '교류협력'의 관계로 돌아선 것을 통해 정부 기조 변화에 대한 회의감을 표명했습니다. 한 번의 협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남북관계라면 왜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느냐는 물음과, 스스로를 꼼짝 못하게 했던 5‧24조치 올가미에 벗어나기 위한 고도의 정치 공학적 계산이라면 적어도 5‧24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언급했어야 하지 않았는가하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 군사적인 대북관계를 중요시하는 남한이 북한이 원하는 경제교류와 협력에 얼마나,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가지느냐가 현 시점은 물론,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가름하는 핵심이 될 것을 강조했습니다.
안찬일(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8·25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김정은의 국정운영 문제가 부각되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원칙주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한미 합동 군사훈련 기간 중 도발, 그리고 중국의 전승절을 코앞에 두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무리수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한미는 협력을 통해 신속한 군사적 대응체제를 갖추었으며, 중국은 전승절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여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황병서와 김영철이 대남 도발과 북한군을 움직이는 핵심 세력임이 확인 된 것도 주목할 부분임을 언급했습니다.
또한 안찬일 소장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대북 심리전이 상당히 효과적인 비대칭무기가 될 수 있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의 확립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얻어낼 수 있음을 강조하며 정상회담이 빠른 시일 내에 추진되기를 소원했습니다.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고위급접촉 합의 결과인 민간교류 활성화와 당국 회담 개최가 결국 인도적 지원,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더불어 5·24 조치의 해제 문제와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5·24 조치의 해제는 천안함 사건과 연계되어 쉽게 해결하기 곤란하지만 이번 합의한 유감표명(+α) 또는 해제 조치 없이 경협 및 민간교류를 재개하는 우회적 방식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군사위기의 해소와 더불어 경협 재개조치가 이어질 경우 기존 남북합의의 포괄적 재검토와 협의를 통한 전면적 남북관계 개선도 가능합니다. 특히 군사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로서 남북군사공동위 구성, 운영과 남북장성급군사회담 재개 등 조치의 적극 검토가 필요함을 언급했습니다. 다만 추가적인 불확실한 요소(대북 전단 살포, 북한 당창건 70주년을 즈음한 축포로써의 전략적 도발 감행)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 문제들의 해결 또는 우회가 지속적 관계개선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서주석 연구위원은 더 나아가 대내외적 검토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 대해 이를 정례화하기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의 규모와 성격 등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인가. 금강산 재개와 관련하여서는, 북한의 추가적인 조치로 무엇을 요구할 것이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대안에 대한 판단과 수용문제, 전담문제, 군사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 정례화 문제를 제시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제적 이해와 협력을 제고하고 북핵 상황 약화 방지를 위한 대화의 급속 재개방안이 요구됩니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 당국이 평화적 회담을 개최, 성사 시킨 것에 대해 격려와 환영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한적이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반적인 평화 공세를 주도하지 못하고 북측이 데드 라인을 제시한 이후에 뒤늦게 협상에 나선 점, 선제적인 평화 조치를 보장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힘겨루기로 국민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한 점, 협상의 성과가 제도화될 여지가 있는지 더욱 지켜봐야 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번 협상이 핵-미사일 의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어 북한이 10월 10일을 전후 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한국 정부의 입지를 매우 좁게 만들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했습니다. 더불어 10.16 한미 정상회담을 기회로 대북 강경책 등 역풍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향후 1달간 박 대통령의 대북 기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가 중요하며 남북 협상 전개 과정에 따라 보복갈등의 여지가 있는 만큼 사태의 추이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함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협상이 5·24 제재를 사실상 무효화 시킬 수 있는 합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 있게 방향을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정철 교수는 무엇보다 사전적, 선제적 평화 조치의 강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상회담을 촉구하되 6·15와 10·4의 연장선임을 분명히 하고 제도적 합의의 승계를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주도성을 발휘하여 6자회담 재개나 북미협상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합니다."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의 발제는 '한반도, 2015년 여름(은 얼마나 위험했고, 가을은 얼마나 평화로울 수 있나?)'의 토론 제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혜정 교수는 "이번 남북기본합의서가 위반된, 북한 지뢰'도발'과 남한 확성기방송 대응은 남북한 체제에 대한 적대 의식이 너무 멀리 온 것은 아닌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 (특히 핵 위협)으로 미군, 특히 육군의 국방개혁이 미루어지는 한반도 상황을 언급하며, 불안정한 상황에 정권의 독자적이고 현실적인 북핵문제의 해결 방도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독자적, 과잉 대응을 원하지 않는 입장에 한국은 미국을 뒷자리에 싣고 난폭 운전을 하는 대리운전자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지정학적인 저주가 걸린 동맹 축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여름 남북의 대립과 협상의 극적인 드라마에서 강대국이 동맹에게 끌려 다니는 '잔혹극'을 보았을 지도 모릅니다. 이번 남북 대립은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고 핵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위험한 전쟁 시나리오에 한반도 하나가 남은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한 각성이나 구조적인 인식이 부족함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돌아서면서 6자회담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져만 가고, 상황 악화방지가 상당히 중요한 시점에 희망적인 상황은 미국은 설득하는 것이지만 미국의 정치적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남북 당국이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념체계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 걸려있으며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일종의 치킨게임 번복 가능성이 너무나도 큼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정상회담으로 통로를 만들 수 있지만, 그 동력이 있겠는가에 대해 회의감을 표명했습니다.
박인휘 교수의 마지막 발제와 이어진 토론으로 좌담회는 뜨거운 막을 내렸습니다. 긴장과 합의를 번복하는 남북관계에 이번 합의가 어떻게 발전하여 어떤 시금석이 될지, 전문가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상 경실련 열린좌담회 취재기사를 마칩니다!
여러분의 공감 하나가 통일부기자단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글 내용에 공감하셨다면, 공감을 꾸욱 눌러주세요♥
'통일 미래 길잡이 > 현장과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KB 락스타 챌린지, 독일통일의 교훈을 찾아서 ② 베를린 장벽 기념공원 (0) | 2015.09.17 |
---|---|
아름다운 동행! 탈북청소년을 위한 <2015 뷰티풀 드림 콘서트> 1부 (0) | 2015.09.16 |
민족화해를 바탕으로 열어가는 평화통일! '민화협' 이성헌 공동의장 인터뷰 (2) | 2015.09.15 |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통일관 그리고 통일 이야기 (0) | 2015.09.15 |
기자도 뛰었다! 김명종 기자의 제12 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 현장스케치! (0) | 2015.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