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 4기 금경희입니다. 요즘 풍산개, 김정일리아 등 북한을 소재로 한 남한의 영화가 속속들이 개봉하고 있는데요 한 누리꾼은 "남한에서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가 다룰 수 있는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쉬리>부터 시작해서 <공동 경비구역 JSA>, <실미도>, <의형제>, <풍산개> 등 북한 관련 영화가 꾸준히 개봉되어 왔다. 그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때려부수고 대립하는 것을 뛰어 넘는 무언가가 있다. 영화들이 말하는 궁극적인 결론은 바로 '통일'이다. 그러한 점에서 남한의 북한 관련 영화는 국민들로 하여금 북한을 '공존과 화합의 대상'으로 인지하게끔 한다."면서 북한 소재의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언급했습니다.
왼쪽부터 <쉬리,1998>, <공동경비구역 JSA, 2000>, <의형제, 2010>, <풍산개, 2011>
문화예술은 당대인들의 세계관과 총체성이 반영된 산물로 문화예술을 통해 당대 사회의 시대상을 재구성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문화예술 중에서도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영화'는 우리가 특정 사회나 국가,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의 문화와 사회상을 알아보려면 북한의 영화예술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북한의 영화들도 사랑, 인간, 평화통일, 화합 등을 주제로 할까요? 정답은 안타깝게도 '거의 그렇지 않다'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한 인간의 사랑과 불굴의 의지를 다룬 영화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체제의 우월성', '북한 인민들의 자긍심 고취'를 목적으로 한 영화가 다수이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북한의 영화예술은 북한의 정치 체계와 사상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즉, 북한의 영화는 겉으로는 당의 영화 정책을, 실제로는 이에 대한 김정일 정권의 생각과 지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왼쪽부터 <자강도 사람들, 2001>, <피묻은 약패, 2004>, <살아있는 령혼들, 2007>
'자강도 사람들' 사진 출처:http://blog.naver.com/ohnana83?Redirect=Log&logNo=80001686962
또한 북한의 영화는 호소성이 높아야 하며 현실보다 앞서 나가 혁명 투쟁의 매 단계에서 동원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철저하게 선동적 무기로써 활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권이 창출하고 체제를 공고화하기 시작했던 5~60년대의 북한 예술영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당시 북한 사회의 주요 사건을 만날 수 있습니다.
1945년 해방시기부터 1950년 남북전쟁까지의 시기는 북한의 정권 토대를 구축하던 시기입니다. 이 때에는 일제로부터 해방한 위대한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영화와 전후 복구 과정에서 주민들의 노력을 동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많이 개봉했습니다. 특히 항일 무장투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일제 강점기, 만주지방에서 김일성의 유격대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가 다수입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유격대 5형제>, <한자위단원의 운명>, <첫 무장대오에서 있었던 일>, <조선의 별> 연작 등이 있습니다. 특히 <내고향>은 ‘관필’이란 이름의 주인공이 1930년대 항일 유격전 활동과 지주와의 대립 투쟁을 벌이면서 해방을 맞는다는 내용의 작품인데요, 김승구가 시나리오를 쓰고 강홍식이 연출한 이 영화는 1930년대의 항일 빨치산 활동을 이른바 ‘애국주의적이며 영웅적인 투쟁’으로 미화하고 지주와의 대립을 계급 투쟁 개념을 인용, 설명한 것으로 193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김일성 우상 주제 영화로 지명되고 있습니다.
또한 <로동가정>, <개척자들>, <군당지도원> 등 노동을 고취시키는 영화도 있었는데요, 특히 김영근이 시나리오를 쓰고 민정식이 연출한 <용광로>는 ‘해방 직후 전반적인 민주 건설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면서 당의 영도 밑에서 자립적 민족 경제의 토대를 튼튼히 구축하기 위해 나라의 제철 부문 노동자들이 줄기찬 창조적 노력 투쟁에 나선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왼쪽부터 <내 고향, 1949>, <조선의 별, 1980>, <개척자들, 1984>
사진출처 : 북한지역정보넷(http://www.cybernk.net)
한국전쟁 이후 개봉된 북한의 영화는 한국전쟁을 중심으로 북한인민군의 용맹성이나 미군의 잔인함을 부각하는 영화들이 다수입니다. <월미도>, <장산리 녀성들>, <적후의 진달래>, <이름 없는 영웅들> 연작 등이 있는데요. <세계에 고함>은 6ㆍ25 전쟁을 북침전쟁으로 표현하며 그 책임을 우리나라와 미국측에 전가하고 자신들의 참전을 정의로운 일로 규정함과 동시에 이를 세계적으로 선전하려는 역사 왜곡물입니다. 그리고 <정의의 전쟁>은 1951년 제 6차 국제 영화 축전에서 ‘기록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뒤이어 나온 민정식 시나리오, 연출의 <식량전선>과 윤득춘 시나리오, 연출의 <싸우는 철도 일군> 등은 전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후방에서 전쟁을 도운 인민들의 애국주의 투쟁을 형상화한 작품’ 으로 이른바 대중적 영웅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이 시기의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한상운 시나리오, 전동민 연출로 1953년에 만들어진 <정찰병>입니다. 북한 영화 잡지에 실린 이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950년 8월, 고착된 전선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군 사단 지휘부에서는 총공격을 앞두고 적정이 판정되지 않아 정찰 군관 리학철에게 적구에 들어가 정찰 임무를 수행할 것을 명령한다. 먼동이 터 올 때, 정찰조는 적들이 신설한 군용 도로에 도착한다......(중략)......리학철은 최고 사령관 동지의 8.15 명령서를 엄숙히 낭독하고 원수 격멸의 비등된 기세로 포지지를 향해 전진한다. 가열한 포진지 습격전이 끝날 무렵 총공격의 신호탄이 오른다.’
왼쪽부터 <적후의 진달래, 1970>, <이름 없는 영웅들,1978>, <월미도, 1982>)
1956년부터 66년까지는 북한의 '천리마 운동'이 시행되던 시기였습니다. '천리마 운동'은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와 같은 속도로 사회주의 경제를 건설하자'는 뜻입니다. 이 운동의 전개로 제1차 5개년 계획(1957~1961)은 전 부문에 걸쳐 예정보다 1년 빠른 4년 만에 목표를 달성하였다고 합니다. 이 시기 노역 선동을 주제로 한 대표적 영화로는 극영화 <신혼부부>, <행복의 길>과 기록영화 <강철>, <건설의 하루>, <평양시 복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후 1960년대는 북한의 유일 체제를 확립하고 주체 노선을 강화하는 시기였습니다. 이에 김일성, 김정일 일가를 우상화 하는 영화가 제작되었는데요. 주로 김일성을 중심으로 아버지 김형직, 어머니 강반석, 동생 김철주, 부인 김정숙 등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가계의 우수성을 부각하기 위해 만든 영화로서 <영생> <친위전사> <혁명전사> <려명>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50~60년대를 전후해서 제작된 북한의 문화예술영화를 살펴보았습니다. 북한의 문화 예술영화는 그 소재와 이야기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던 반면 그들의 작품에는 시대정신과 사회주의 체제, 그들의 지도자 우상화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결국 앞으로도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세습 체계 확립 및 그 합리화와 새 세대들에 대한 사상, 계급 교양 강화라는 선차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혁명 전통 주제 작품과 체제 찬양 작품 및 남한과 미국을 모략하는 내용의 작품 등을 많이 제작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지금과 같이 경직되어 있을수록 남북한 문화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해야 합니다. 남북교류의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가 통합되어야 비로소 남과 북은 공동의 운명을 지닌 민족공동체로서 공동의 대응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남과 북이 합작하여 우리 민족의 역사에 관한 영화, 통일과 화해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면 좀 더 빨리 통일로 한 발짝 다가서는 위대한 걸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 최척호, <북한예술영화>, 신원문화사, 1989 이명자, <북한영화사>, 커뮤니케이션 북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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