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북한 평양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에서 김우식, 이영균 선수가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경기장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힘차게 울려퍼진 것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리나라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따라서 애국가와 태극기도 인정하지 않으며 거부해왔기 때문에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올해 북한 땅에서는 사상 최초로 이를 허가했다는 사실에 큰 의의가 있었답니다. 마치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풀려가고 있는 지금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지 않나요? 그 역사적인 순간, '2013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를 소개합니다!
▲ 북한주민들이 태극기 게양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AP=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북한이 경기 결과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고, 아시아역도연맹이나 세계역도연맹에서도 실시간 경기 결과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역도연맹은 외국 통신사를 통해 합계 종목의 순위만 전달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연맹이 평양에 있는 선수단과 연락하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해지는 팩스 뿐이라 소통에 문제가 있었는데, 특히 선수단이 방북한 후에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3월, 대한역도연맹에 보낸 초청장에서 이번 대회가 'Pyongyang Indoor Stadium', 즉 평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고 알려왔는데, 대회 전 연맹이 받은 팩스에는 우리 선수단이 '정주영체육관'을 방문했으며 그곳에서 훈련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합니다.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류경정주영체육관을 '평양실내체육관'이라고 쓴 것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실제로 평양 체육관과 정주영체육관은 같은 평양에 위치해 있지만, 약 2km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다른 건물이랍니다.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은 평양직할시 보통강구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북이 공동으로 1999년 착공하여 2003년 완공한 현대식 종합 실내 체육관입니다. 체육관 이름에서 '류경'은 버드나무가 많은 도시라는 의미를 가진 평양의 옛 명칭이며,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이름이 붙은 것은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북한이 제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농구, 배구, 씨름 등의 경기가 진행되는 이 체육관은 1만 2300여 석을 갖춘 주경기장과 164석의 보조경기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아산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개관식 때는 남북 연예인과 예술가들이 합동공연을 펼치고 남북 통일농구경기가 열렸답니다. 얼마 전, 미국의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제1위원장과 이곳에서 농구경기를 관람하여 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 평양 체육관 (출처: 서울=연합뉴스) ▲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출처: 서울=연합뉴스)
이처럼 평양 체육관이 아닌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대회 국가준비위원장인 김용진 내각 부총리, 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인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 북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인 리종무 체육상, 역도협회 위원장인 박명선 인민봉사총국 총국장, 알리 모라디 아시아역도연맹 서기장, 그리고 아틸라 아담피 국제역도연맹 경기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또한, 조선중앙TV는 이번 대회의 일부 경기와 시상식을 녹화중계했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와 시상식 장면도 전파를 탔다고 합니다. '2013년 청년, 성인급 아시아컵 및 구락부 력기선수권대회'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중계에서 북한의 진행자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남조선의 선수라고 소개했으며, 중계화면 하단에 선수의 기록과 태극기를 보여주었답니다.
'2013 청년, 성인급 아시아컵 및 구락부 력기선수권대회'에서 구락부는 '클럽'을 뜻하며, 북한에서는 역도를 '력기'라고 부른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역도의 세부종목인 인상과 용상을 어떻게 부를까요? 한 번의 동작으로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인상은 '끌어올리기'라고 부르며, 바벨을 가슴 위까지 올려서 한 번 받쳐 든 다음에 다시 머리 위로 추어올리는 용상은 '추켜올리기'라고 부릅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 4명이 모두 메달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권예빈 선수가 13일 열린 주니어 여자 69㎏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가장 먼저 시상식에 태극기를 올렸고, 다음날 주니어 남자 85k급에서 김우식, 이영균 선수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94㎏급에서 이재광 선수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원래 국제 역도대회 관례상 출전 선수가 1명이면 시상식이 열리지 않는데, 77kg급에 출전할 계획이었던 김우식 선수가 체급을 올리면서 두 선수가 출전하게 되었고, 따라서 북한 땅에서 열린 공식행사에서 처음으로 태극기가 오르고 애국가가 연주되었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 개막식에서는 북한에서 열린 공식행사 최초로 우리나라 선수단이 '대한민국, KOR'라는 공식국호를 사용하고, 태극기를 흔들면서 입장했습니다. 이전에는 공식 국호 대신 '대한올림픽위원회, KOC'라는 대체 국호를,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사용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큰 변화인 것이지요. 또한, 개막식 영상에서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북한 여성 군악대 상의에 파란 한반도 그림이 새겨져 있었답니다.
▲ 우리나라 선수단 기수 구원서 선수가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출처: 대한역도연맹)
▲ 북한 여성 군악대 상의에 새겨진 한반도 (출처: 서울=연합뉴스)
그러나 그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출전한 경기를 관전하며 박수를 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습니다. 지난 15일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양 정주영체육관을 방문하여 여자 63kg, 69kg 체급의 경기를 관람했는데, 우리나라의 염옥진, 정지연 선수가 출전해서 두 선수 모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답니다. 김 위원장은 경기 관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고 태극기가 게양되는 모습까지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 경기를 관전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 부부 (출처: 로이터=뉴스1) ▲ 나란히 게양된 태극기와 인공기 (출처: 로이터=뉴스1)
이렇듯 이번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와 국가인 애국가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북한의 예전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상 최초로 평양 땅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울려퍼진 이번 대회! 그 전의 남과 북은 어땠을까요?
또한, 지난해 여름밤을 뜨겁게 달궜던 런던 올림픽 때 주최측의 실수로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 경기가 열린 경기장에 인공기가 아닌 태극기가 화면에 나타나자 북한은 항의의 뜻으로 1시간이 넘도록 경기를 거부한 적도 있습니다.
2007년 4월 황영조 감독이 이끄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이 평양에서 열린 '제20차 만경대상 국제마라손(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 선수가 북한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한 이번 대회!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8개, 은메달 24개, 동메달 30개로 북한과 중국에 이어 종합 3위를 차지했답니다. 특히 선수단의 기수인 구원서 선수는 자신의 체급에서 전 종목을 석권하며, 금메달 6개를 획득했습니다. 또한, 우리 선수들의 값진 땀의 결과로 평양에서 6차례나 태극기가 게양되었습니다. 불과 1년 전 런던 올림픽 때 있었던 사례만 생각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지요.
경기 후 전해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면, 전과 다른 북한의 모습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의 아나운서가 공식국호가 아닌 '남조선'이란 국호를 사용했지만, 우리 선수단의 전창범 단장이 시정을 요구한 후로는 '대한민국'이란 공식국호를 호명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 선수단의 응원석이 경기장 중앙 맨 앞자리에 위치하도록 북측이 배려하기도 했답니다. 이외에도 북한주민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시상대에 오른 우리 선수들을 향해 열화와 같은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며, 정치적, 이념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스포츠를 통해서 우리는 한민족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심장과 같은 평양에서 태극기가 펄럭이고,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대한민국' 국호가 호명된 이번 대회는 분단 이후 최초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개최국으로 종합 1위를 차지한 북한과 타지에서 열린 대회에서 종합 3위의 쾌거를 이룬 우리 대표팀이 단일팀으로 다음 대회에 출전한다면, 1위는 따 놓은 당상 아닐까요? 이번 대회를 통해 남북이 스포츠로 조금 더 가까워졌듯이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역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종목에서 단일팀을 꾸렸으면 하는 큰 바람을 해봅니다. 한반도 단일팀을 꿈꾸며, 이상 6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한솔 기자였습니다!
대한역도연맹 http://www.weightlifting.or.kr/main/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07906
http://news.hankooki.com/lpage/sports/201309/h20130915205150111960.htm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15/20130915900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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