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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한반도 먹거리 X파일

한국에선 작년부터 모 방송국의 먹거리 추적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건강한 음식, 올바른 식자재 사용을 지향하는 이 방송은 꼼꼼한 방법으로 착한 음식점을 선정하여 시청자들에게 홍보하기도 하고, 관공서와 손을 잡고 비양심적인 업자들을 처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 방송 시간 대부분은 평범한 우리 일상의 음식, 식자재들이 모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건강하지도, 위생적이지도 않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간 수많은 주제로 방송이 진행되었습니다만 누가 뭐라 해도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역시 인공조미료(MSG 등)입니다. ‘여름하면 냉면!’이라 할 정도로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냉면’ 역시 화학조미료의 손길을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대다수의 냉면전문점에서 냉면 육수(냉면의 맛을 좌우하는!)를 인공조미료로 제조한다는 것이 방송에서 드러났습니다.

 

인공조미료는 인간의 미각을 즐겁게 하는 이로운 물질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사용이 올바르지 않을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여줍니다. 신선하지 않은 재료가 가장 맛있는 재료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것! 많은 사람들은 신선하지 않은 재료와 인공조미료가 내는 맛에 현혹되었습니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공조미료의 농간에 넘어갔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지 모릅니다. 실험의 대상들은 요리학교의 수강생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이나 예비 요리사들을 상대로 한 인공조미료육수와 천연육수 중 맛의 선호 조사에서 인공조미료 쪽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습니다. ‘인공조미료의 사용은 식당, 업자들 입장에선 정말 필수인가...’라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선?!
소위 물냉면은 ‘평양식’, 비빔냉면은 ‘함흥식’으로 표현하며 북한의 냉면은 그 맛이 일품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또 왠지 북한의 음식을 떠올리면 ‘천연의’, ‘정성의’, ‘정갈한’등의 단어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인공조미료가 사용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습니다. ‘맛내기’라는 이름의 이 인공조미료는 개개인이 지참하여 다니기도 하고 북한의 고급 식당가에는 테이블별로 구비되어 있기도 한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에서 출판된 한 요리책에 냉면의 요리방법 설명 중 마지막에 ‘맛내기 조금’이 기재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북한도 인공조미료의 신비로운 맛에 빠져들고 있는 걸까요?

 

<영상 캡쳐>평양의 대표적인 음식점 옥류관의 모습. 대동강 기슭에 자리하고 있으며 북한의 당정 간부 연회 및 외국인 접대장소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인공조미료의 사용이 대중화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유명 냉면 전문점인 옥류관의 음식을 접해본 사람들이나 금강산 관광 중 북한 음식을 접했던 관광객들의 말을 빌어보면 북한 음식들은 전체적으로 조금 싱겁거나 삼삼하다고 합니다.(삼삼하다는 표현은 조금 싱거운듯하면서 맛이 있다는 표현이랍니다.^^) 금강산 관광 중 북한 음식을 접했던 제 지인은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맛이 느껴져 두 그릇, 세 그릇도 거뜬히 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영상 캡쳐>옥류관은 북한을 대표하는 음식점이기에 손님들 또한 많다. 조리실 내부의 모습인데 많은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분업하여 음식들을 준비한다. <영상 캡쳐>일본의 유명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도 옥류관을 찾아 즐겁게 식사를 했다. 면발이 끊기지 않고 계속 나오자 호탕하게 웃으며 면발을 재미나게 들어보였다.

 

사실 ‘통일 미래의 꿈’의 수많은 기사들 중 <냉면>은 가장 많이 소개되거나 언급된 북한 음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중국 북경의 옥류관의 냉면을 맛보거나 평양냉면의 조리법만을 전달하며 실제 북한의 유명 맛집을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도 빼어난 맛을 자랑하는 북한 음식점들이 있습니다. 그 중 최대한 북한 현지의 조리법을 지키면서 인공조미료 또한 사용하지 않는 북한음식 전문점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종로에 위치한 ‘능라밥상’입니다.

기사 작성을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제가 직접 방문해 보았습니다.
능라밥상 내부 구석구석엔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글귀가 붙어있습니다.

온반과 만두전골, 비빔밥 등 각종 요리들이 많습니다만 그중 물냉면(평양냉면)과 비빔냉면을 주문하였습니다.

 

 

'사리 추가' 물냉면입니다. 가격도 4,000원으로 무척 저렴합니다.(사리추가는 500원입니다.) 일반적인 '곱배기'는 이곳에서 '사리추가'라고 합니다. 비빔냉면입니다. 알싸하게 매운맛은 아닙니다. 달큰하고 고소한 맛의 소스가 독특합니다.

‘삼삼하고 깔끔하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심심하거나 싱겁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기엔 앞서 언급했었던 ‘삼삼하다(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동행한 일행이 주문한 비빔냉면 역시 소스의 고소함이 독특했습니다. 달큰한 소스는 부담 없이 매콤한 맛을 전해주어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일행 역시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간단히 나온 무생채와 백김치 또한 정갈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즐겁게 식사를 끝내고 나가는 길에 한쪽 벽면의 글귀가 눈을 끌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시는 이애란 박사님의 표현과 같이 통일은 어쩌면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밥상’이라는 우리의 아주 기본적인 일상에서 통일의 기운이 꿈틀거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더 나아가 스포츠, 음악을 통한 교류나 학술연구, 아주 기초적인 경제 교류 등을 통해 통일의 기운을 키워나가는 일도 가능하겠지요.

저는 통일의 첫 발걸음은 거창한 행동이나 실질적인 정치적 참여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아주 단순한 관심, 바로 많은 국민들의 관심에서 그 발걸음을 뗄 수 있습니다.
당장 내일, 우리 집에서부터 통일을 떠올리며 통일밥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