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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워터파크와 피임용 아편 : 북한은 과연 변화하고 있는가?

 언론을 통하여 우리는 심심찮게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접하곤 한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휴대전화가 쓰인다, 북한에 고층건물들이 세워진다, 북한의 거리에도 택시가 다닌다, 운운하는 이야기들이 바로 그것이다.

 김정은의 등장 이후 확실히 이전의 김정일의 시대와 비교하여 북한 내에서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음은 실로 분명한 것이긴 하다.

 문자 그대로 혹서(酷暑)였던 올여름. 그 염천 속 북한 평양에 소재한 릉라인민유원지의 물놀이장은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물 반, 사람 반’이라고 할 정도로 붐볐다고 한다. 헌데 사진 속 물놀이장의 그 시설 수준이라는 것이 가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등장 이전인 예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를 떠돌며 아직까지도 종종 회자되는 북한의 낙후된 놀이시설을 찍은 사진들과는 그 외양이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화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최신식의 설비로 아주 세련되게 잘 무장된 ‘워터파크’의 모습, 그 자체였다.

<릉라인민유원지 물놀이장> 출처 : 휴가 즐기는 북한 주민들, 연합뉴스 (13.8.14.)

 뿐만 아니라 이미 널리 알려졌듯 지난해에는 김정은의 지시로 마치 걸 그룹의 공연처럼 세련된 모습의 모란봉 악단이 등장하였고 더군다나 그 공연에 그들이 자주 운운하는 소위 ‘자본주의 황색바람’의 대표적 상징인 월트디즈니의 만화 캐릭터들까지 나타나는가 한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미국의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이 김정은의 초청에 의해 올해 초 방북, 김정은과 함께 농구경기를 관람하는 사상 초유의 일 또한 벌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작금의 이 현상이라는 것이 정말로 사물의 모양, 성질, 상태 따위가 달라짐을 뜻하는 ‘변화’라는 낱말을 사용하면서까지 형용할 수 있는 수준의 값어치가 있는 것이라 단정을 내릴 수가 있는 것일까.

 최근 북한에선 ‘꽃바꾸’라는 낱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생계형 매춘여성'을 가리키는 낱말로 즉 북한체제 내에서의 만성적 빈곤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돈이 아니라 그저 밥 한 숟갈을 위하여 몸을 팔아야 하는 비극적 운명들에 대한 지칭이다.

 쌀알 한 톨 얻기도 어려운 판국에 그녀들이 피임약을 구하기가 쉬울 리 만무하다. 때문에 최근 한 매체를 통하여 공개된 한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들은 제대로 된 피임약 대신 아편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해당 증언을 한 탈북자는 덧붙여 북한 주민은 아편이 아예 성병을 예방하는 '약'으로 알고 있으며 북한에서 아편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밝힘과 함께 일반적으로 아편은 1g당 5,000원 정도로 피임약과 비교하였을 때에 상당히 저렴한 편인지라 피임약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밝혔다.

<아편의 재료인 양귀비> 출처 : 北 매춘여성, 피임약 대신에 '마약' 복용… 왜?, 동아일보 (13.8.22.)

 한 쪽에서는 워터파크의 시원한 향연이 펼쳐지고 다른 한 쪽에서는 아편을 사르며 몸을 파는 이 기막힌 상황. 과연 이것이 언론에서의 비정기적 언급처럼 소위 북한체제의 변화라며 운운할 수 있는 값어치의 수준인 현상이란 말인가. 이는 기실 이전의 김정일 집권시기와는 그 껍데기에 있어서 다소 달라진 바가 일부 보일 따름이지 결국에는 그 시절과 같은 상황이나 다름 아닌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통일 대한민국의 시대를 위하여 우리가 제시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써 아편에 중독된 저 ‘꽃바꾸’들도 워터파크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날의 도래야말로 ‘북한의 변화’라 비로소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