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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남북이 함께 어우러지는 '탈북민닷컴'

 혹시 인터넷에서 ‘탈북민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 북한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인터넷 검색을 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이 사이트의 글을 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탈북민닷컴’은 네이버에서 북한 관련 사이트 중 검색어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사이트로서, 4명의 탈북 대학생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닷컴' 홈페이지

 2013년 1월부터 준비를 하여 2013년 3월 처음으로 홈페이지가 문을 열었는데요, 7월 현재 8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간 올라온 글만 해도 약 1000여 건 정도입니다.

 탈북민 닷컴의 운영진인 강디모데 씨는(28, 건국대 3) ‘탈북민들이 남한 생활 적응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바로 외로움’이라고 지적합니다. 현재 정부는 탈북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경제적인 지원이 주를 이룹니다. 그래서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데 있어 경제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많은 탈북민들은 가족과 친구들을 고향에 두고 옵니다. 가족이 다함께 남한으로 온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가족 중 일부가 북한에 있는 경우도, 더 심각하게는 남한행을 시도한 가족으로 인해 강제수용소 혹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가족이 자신 때문에 수용소에 갇혀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좋은 것을 먹고 입더라도 그 마음이 기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운영진 강디모데 씨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많은 탈북민들은 ‘외로움’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더 심각하게는 이런 외로움이 우울증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탈북민 닷컴’과 같은 사이트가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비록 완전하지는 못할지라도 온라인상에서나마 서로 교류하는 것이 외로움과 우울증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탈북민 닷컴에서는 많은 탈북민들이 들어와서 정보를 얻어갈 수도 있고, 또 자신들의 어려움이나 고민에 대한 글을 올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만큼은 그러한 글들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이루어질 수 있었기에 이 사이트는 많은 탈북민들에게 힐링의 공간, 쉽터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탈북민들의 수기와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각종 정착 정보(장학금 등), 그리고 각종 북한 관련 뉴스 등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코너는 단연 탈북민들의 수기와 영상입니다. 그만큼 탈북민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민, 더 나아가서는 자신이 겪고 있는 그 어려움을 먼저 겪고 또 훌륭하게 극복해낸 선배를 찾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탈북민닷컴의 운영진 중 한 명인 신호명 씨(32, 건국대 3)는 많은 사람들이 탈북민들을 향해 편견을 갖고 있듯, 탈북민들 역시 우리 사회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가령, 자신들이 직장에서 무엇을 잘못해서 혼이 났는데도 자신이 탈북민이라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은 바로 탈북민 자신의 상처로 되돌아옵니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온라인상의 이러한 공간이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편, 탈북민닷컴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대학생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탈북민닷컴의 운영진 중 한 명이며, 2013년 5월에 <연어의 꿈>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던 강디모데 씨는 현재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고 있는데요, 이미 탈북민닷컴을 통해 자신의 전공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강디모데 씨는 대학에서 배운 웹페이지 운영 등의 기술을 탈북민닷컴을 통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생들이 하는 일이기에 학교 공부 시간을 쪼개 가면서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이 곳에서 나고 자라면서 공부해 온 남한 학생들의 실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공부해도 모자랄 판에 그럴 시간까지 쪼개어 가면서 웹페이지를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운영진 신호명 씨는 이런 자신들을 보고 가끔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조언하는 지인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남한 생활에 지친 그들에게도 이 공간이 하나의 치유 공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운영진들 역시도 사회에 정착하느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웹페이지를 통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접하고, 또 그들에게 격려도 해주고, 또 때론 자신들이 관심과 격려를 받기도 할 때 마음에 휴식을 얻고 공부하러 갈 수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이 공간을 통해 그들 역시 격려 받을 수 있었고, 때론 자신들의 어려움이 다른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쓰이는 것을 보면서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학생 운영진이 겪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자금난입니다. 차라리 네이버나 다음 카페로 만들었다면 자금에 대한 어려움은 조금 덜 수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운영진은 하나의 웹사이트를 고집했습니다. 그래야만 조금 더 자유롭게, 운영진의 의도에 맞게 웹사이트를 꾸밀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정착금의 일부를 힘겹게 쪼개어 묵묵히 같은 탈북민들을 도우며, 보람만을 대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 탈북민닷컴을 운영하는, 운영진들의 소망 중 하나는 바로 이 웹사이트를 통해 한국 내에서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약 80여 명의 회원 가운데 절반은 남한출신, 그리고 절반은 탈북민이라고 합니다. 남한 출신과 북한 출신이 절반씩 섞여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또 듣는 가운데 미래에 올 한반도의 통일, 남북 주민의 하나됨을 이미 조금이나마 실현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운영진들은 ‘탈북민’이라는 커뮤니티의 이름을 통해서도, 탈북민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변하게 되고, 또 사회가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갖게 되기를 소망하고 있었습니다. 탈북민들을 부르는 호칭은 다양합니다. 법적으로는 ‘북한이탈주민’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많은 탈북민들은 이 호칭이 마치 도망자와 같은 어감을 주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좋은 어감을 위해 ‘새터민’이라고도 부르고 있지만 이들은 이 호칭 역시도 적절하지 않다고 합니다. 입국하고 처음 몇 년이야 새터민으로 불릴 수 있겠지만 10년, 2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새터민으로 불린다면 그것은 이들이 영원히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운영진들은 이들을 부르는 가장 적절한 호칭은 ‘탈북민’이라고 생각하여 웹사이트 이름을 이렇게 정했다고 하였습니다. 어차피 ‘탈북’이라는 의미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에 바꿀 수 없는 것이고, ‘탈북자’에서 끝의 ‘자’자를 빼고 좀 더 부드러운 의미인 ‘민’자를 추가해 ‘탈북민’이라고 한 것입니다.

 대학생 신분임에도 자신의 이익을 넘어서서 국가와 사회를 바라보며 자신의 물질과 시간을 내어 현신하는 운영진들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 웹사이트를 통해 많은 탈북민들이 쉼을 얻고, 또 정보도 얻으며 남과 북이 함께 사는 미래 사회를 이루기 위한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도 함께 전해 봅니다. 이현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