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진아 기자입니다. 저는 지난 5월 13일 동국대학교에서 통일교육원과 (사)전국대학통일문제연구소협의회의 지원 아래, 대학생통일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통일아카데미에 참석하였습니다.
행사는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의 주최로 '극장국가 북한의 국가성격'을 주제로 2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극장국가 북한: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의 공저자인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의 정병호 교수가 초청강사로 오셨고, 이번 특강에서는 문화인류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 출간배경
<극장국가 북한> (권헌익•정병호 지음, 창비 펴냄) ⓒ창비
이 책은 가장 먼저 영어로 출간되었습니다. 영국에 있는 권헌익 교수의 제안으로 영어권의 독자들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협하고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쓰여졌으며, 이를 번역하여 한국에 출간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발간이 된 날짜는 2013년 2월 12일인데 이 날이 바로 북한이 핵실험을 했던 날입니다. 이 사건 때문인지, 책의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게 되었고 현재는 재판, 삼판을 찍어내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극장극가 북한>이라는 책이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이 팔리는 이유는 아마 ‘북핵’이라는 현실적인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극장국가’라는 가상의 현실을 논의하는 듯한 제목에 화려한 표지로 인하여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위로를 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극장국가 네가라(Negara)
극장국가는 북한 이전에도 존재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사회인류학자인 클리퍼드 기어츠가 연구했던 대상인 발리의 네가라라는 왕국이 있습니다. 이 왕국은 전형적인 극장국가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그 끝은 매우 참혹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군인이 이 곳을 포위하고 항복을 종용했을 때 여러 극장국가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남은 네가라 왕국의 왕은 항복을 하기는커녕 신하들과 노예들을 모두 데리고 화려한 장례행렬을 하며 네덜란드 군의 총탄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죽었습니다. 포로가 되기보다는 자살을 택했던 것이죠. 극장국가의 현실이 역사적인 경험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북한 연구의 문제
“현재까지 대상국가를 연구할 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이라는 가정아래 분석을 하였습니다. 경제학자 역시 사람들이 합리적인 경제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상정하고 경제학 이론을 세우고 있습니다만 사람들은 경제행위는 항상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정치행위 역시 근대적인, 유럽적인 혹은 서구적인 정치적 합리성으로만 작동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모든 일은 이론에 부합하여 일어나지 않습니다. 북한 역시 우리가 바라보기에는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이유 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문화인류학자로서 정병호 교수는 이미지를 통하여 어떤 측면을 보여주고 있는가를 분석했다고 말했습니다.
◈ 극장국가 북한의 성격
정병호 교수는 2002년도에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은 기근에 의한 뒤끝이 마무리되지 않고 심각한 식량난에 허덕이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북한의 탁아소에는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눈에 띄었고, 2~3월인데도 방에 온기 하나 없이 손발이 차디 찼던 것이 기억이 남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틀어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장군님, 그리운 장군님, 내 꿈속에서도 보고 싶은 우리 아버지 장군님”이라며 아주 기운차게 부르는 것을 보고 마치 주일학교의 찬송가나 성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국가권력의 상징적이고 연극적인 양상은 그 권력이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 권력 자체를 패러다임화 하는 여러 양태들을 만들어낸다
-클리퍼드 기어츠
북한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하는 이미지 메이킹에는 제작, 감독, 연출을 동시에 하는 수령이 존재합니다. 그런 이미지 메이킹 중에서 대표적으로 4가지를 뽑아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1. 아버지 김일성, 어머니 김정숙
기독교에서 하나님 아버지와 자애와 어머니적인 연상방법으로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김일성이 아버지로, 김정숙이 어머니로 불리는 것은 북한만의 독특한 방법입니다. 그들은 혁명유자녀, 젊은 고아들의 양부, 양모와 같은 역할을 하여 어린 아이들을 품에 안아주는 그림으로 보여줬습니다.
2. 만경대혁명학원(유자녀학원)
아버지역할의 김일성과 어머니, 즉 산파와 같은 역할의 김정숙을 위해선 인민들은 그들의 자녀라는 논리가 세워집니다. 따라서 온 국민이 김일성의 자녀라는 뜻에서 시작하게 된 만경대혁명학원은 가족구조의 출발점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꽃파는 처녀, 피바다
<꽃파는 처녀> (출처: 자주민보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3318§ion=sc7)
북한이라는 국가적 성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탈식민지(Post-colonial)적 현실’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식민지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유랑과 이산의 역사를 통한 민족적 정체성과 현재의 역사가 일치되어,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 혁명적 가족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는 것 입니다. 특히 꽃파는 처녀는 김정숙의 생애와도 연관이 되어있는데 그녀가 부모를 잃고 회령에서 두만강을 넘어가는 아픈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4. 유격대국가-혁명열사릉
혁명열사릉은 우리나라의 국립현충원과 비슷한 것으로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들을 모아 국가적인 영웅의 반열에 놓는 형식입니다. 중간에는 김정숙의 상이 있고 수령과 가까운 순서대로 동심원 방향으로 배열이 되어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혁명열사릉의 김정숙 동상은 한복을 입고있지만, 선군정치 이후부터 군복을 입은 동상으로 바꾸기 시작하여 회령 등 다른 지역에 있는 동상들은 옷을 갈아입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요소는 김정일의 세습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가족국가와 빨치산의 패러다임을 결합하는 도중, 김정숙이 선군의 어머니로 그리고 결사옹위의 표상으로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 마무리하며
이상하고 특수한 국가로 비추어지는 북한을 단지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영상을 통해 그들의 가치관과 이렇게 표현하게 된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된 지금,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지니는 것이 아닌 이 책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북한을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분에게도 생기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진아 (동국대 북한학과/leilajinah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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