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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재중 탈북 고아 이야기 (1) 김윤태 교수 인터뷰

 혹시 '재중 탈북고아'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많은 사람들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갖지만 가장 인권이 취약한 계층인 재중 탈북고아 문제에는 정작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제 2회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에서 21개 선택 강좌 중 하나로 강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는데요, 이 강의를 맡아 진행했던 백석대학교 김윤태 교수(조직신학)와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굵은 글씨는 질문자인 이현정 기자)

 

김윤태 교수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번 “제2회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에서 선택강좌로 “재중 탈북고아들의 인권 문제와 한국 교회”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진행하셨는데요, 재중 탈북고아들은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인가요?

 이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탈북민들의 삶을 알아야 합니다. 탈북민의 80% 이상은 여성들인데요, 이것은 특히 여성들이 탈북을 많이 시도해서라기보다는 탈북한 후 중국 땅에서 살아남기에 여성들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탈북한 여성들은 90% 이상이 중국 남성들에게 인신매매로 팔려가게 되거나 화상채팅 등의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됩니다.농촌 총각이나 정신지체장애인, 홀아비 등의 중국 남성들에게 보통 6000위안 내지 7000위안 정도(1000달러 정도)에 팔려가게 되는 것이지요. 이들을 노리는 인신매매조직이 아예 북한 땅에서부터 계획적으로 데리고 나오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듣기에는 끔찍한 이야기이지만, 사실상 중국에서 탈북민들이 이런 일이 아니고서는 살아남을 길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탈북민 중에 여성이 많은 이유도, 딱히 여성이 탈북을 많이 시도해서라기보다는 여성들은 이런 방법으로라도 결국 살아남는데, 남성들은 살아갈 길이 없어 중국 땅에서 죽어가기 때문인 것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성들은 그나마 성매매로 목숨은 부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국 남성에게 팔려가서 아이를 낳은 후에 어머니인 여성이 강제북송되거나 남편의 학대 등을 견디지 못해 가출하거나, 남한으로 와 버릴 경우 이 아이는 고아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걸 두고 고아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어머니는 없지만 아버지는 있으니까요.

 꼭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남성이 탈북여성과 결혼하는 것을 불법으로 여기기 때문에 탈북 여성들이 비록 중국 남성과 결혼하였다고 하더라도 탈북 여성들에게 중국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고요. 불법적인 결혼 관계에서 탄생한 아이를 중국 남성의 호적에 올릴 수도 없는 일입니다. 또 이런 한족 아버지가 탈북 여성이 낳은 아이에 대해 그리 애착을 갖고 있지도 않고요. 여성이 떠나가면 이 아이를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고아가 되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한족이고 어머니는 탈북민인 이 아이들의 경우, 중국 국적도, 북한 국적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국적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차라리 탈북민이라면 북한 국적이라도 있겠지만 이들은 전혀 무국적 상태인 것입니다. 호적에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도 다닐 수 없습니다. 결국 이들은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를 숨기며 자라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강제북송되거나 남한으로 입국하거나 중국 남성과 이혼하여 도망쳐 나오는 경우 이 아이들은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게 됩니다. 만약 임신한 상태로 중국공안이나 북한특무대에 붙잡혀 북송되면 중국 씨를 가졌다는 이유로 더욱 천대를 받게 되는데요, 배를 구타하거나, 배 위에서 널뛰기를 하는 등의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강제낙태를 당하게 됩니다.  혹은 아예 처음 탈북할 때부터 아이를 데리고 탈북했다가 아이 엄마만 혼자 북송되면서 아이가 홀로 남겨져 고아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전세계가 주목하고, 또 각종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있는 실정인데요, 강제수용소 등에서 행해지는 인권 유린의 실태에 대해서는 저도 언론을 통해 접한 적이 많이 있지만 재중 탈북고아들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다루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말씀을 듣고 보니 오히려 강제수용소의 실태보다도 재중 탈북고아들의 인권 실태가 더욱 심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왜 적극적으로 보도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렇지요. 그 처한 인권적인 상황으로 본다면 어느 누가 재중 탈북고아처럼 심각하겠습니까? 하물며 탈북민이라고 해도 최소한 북한 국적은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그것조차도 갖지 못한, 무국적 상태의 아이들로서 어디도 소속이 없고, 그 누구도 이 아이들을 돌볼 책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대신 내 줘야 하는데 누가 내주겠습니까? 강제 북송된 탈북 여성이 내겠습니까? 아니면 중국 남성인 이 아이들의 아버지가 내겠습니까? 

 우리가 흔히 북한 인권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정치범 수용소의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언론들이 그것을 가장 크게 다뤘기 때문이지요. 그 다음이 북한의 기아 문제, 그리고 그 다음이 재중 탈북민 문제입니다. 하지만 재중 탈북고아들의 문제는 이슈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자료조차도 조사된 것이 없습니다.

재중 탈북 고아에게는 누구도 그들의 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이 없다.

 

도대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요?

 우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태 파악부터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한 단체들마다 추정치가 굉장히 많이 차이가 나는데, 가장 적게는 4000명부터 많게는 10만명까지 보고 있습니다. 일단 현황 파악부터가 되지 않았는데 무슨 해결책을 논할 수가 있겠습니다.

재중 탈북 고아들의 숫자 추정치

2012년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 '해외 체류 북한 이탈 주민 아동 인권 상황 실태 조사'보고서: 약 4000명 추정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대략 2만 5천 명

활동적인 대북 민간 단체들: 적게는 2만에서 많게는 5만명

그레그 스칼라티우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7만명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 보고서: 최대 10만명

=>숫자조차도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조사마다 편차가 심하다!

 

그렇군요.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실태 파악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부끄럽게도 국제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UN에서는 이미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특별한 기구를 발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2012년 11월 27일 제67차 UN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결의안을 토론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의회에서는 ‘탈북 어린이의 복지를 위한 법안(North Korean Child Welfare Act of 2012)’까지 통과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최종 서명함으로써 발효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정작 동족이며 당사자국인 한국에서는 북한인권법안조차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먼 나라인 미국에서조차도 북한인권법안은 진작에 통과되었고, 이젠 탈북 고아들을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북한인권법안조차도 9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탈북 고아에 대한 입양법마저 통과된 상황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먼저 나서야 할 우리 정부가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소극적이라는 점은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물론 우리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지만, 그러나 국제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나서고 있다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 아닌가요? 아직도 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우리 정부가 나서지 않는 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결국 빛을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열쇠는 사실상 당사국인 우리 정부가 쥐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탈북 고아들이 미국으로 입양까지 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였지만 문제는 이 아이들이 무국적 상태라는 것입니다. 입양을 하더라도 국적이 있어야 입양될 것 아닙니까? 여권이 없는데 어떻게 비행기에 태워서 입양을 보내겠습니까? 결국 미국에서 통과된 법안 역시도 허울뿐,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우리 정부가 이 아이들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준다면 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세계 각국으로 입양되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문제에 관심 갖는 여러 나라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이들의 국적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한, 세계 어느 나라도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없고, 국적 없는 아이를 국제 사회가 돕는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인권 문제에 관심 갖고 탈북 고아들을 돕고자 하더라도 이 아이들에게 무작정 미국 국적을 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탈북 고아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국적 문제.

현재 대한민국은 북한에서 출생한 아이에게만 대한민국 국적을 주고 있다.

중국에서 북한 여성으로부터 태어난 아이는 대한민국 국적도, 중국 국적도 가질 수 없다.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 아이들에게 어느 나라가 되었든 국적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고요,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적을 갖는 것이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습니까? 알고 있다면 왜 계속해서 국적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인가요?

 대한민국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이 아이들이 정말로 탈북 여성이 낳은 아이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북송되어 북한에 있는 여성이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증명해 줄 수가 있겠습니까? 또한 중국에서도 정식으로 혼인관계가 증명된 것이 아니고요. 그렇다고 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이 탈북 여성의 아이라는 것을 증명하겠습니까? 대한민국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서류로서의 증명입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서류가 증명할 수 있습니까? 물론 정부 입장에서야 모든 일을 서류로 처리하는 것이니 서류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아이들의 아버지 되는 중국 남성이 하도 답답하니까 중국 정부에서 이 아이는 탈북 여성이 낳은 아이라는 증명서까지 떼어 왔습니다. 중국 정부에서도 이 문제는 골칫거리다 보니 그 정도의 협조는 해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이 증명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 정도의 증명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DNA 검사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그 검사 결과도 받아들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재중 탈북고아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결국 국적 문제라는 것이군요. 그리고 이 문제라면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커다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고요. 정말 조속한 시일 내에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마냥 해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고요, 그 이전에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입니다. 국적이 없다 보니 비행기도 태울 수가 없고, 그런 난제들 때문에 한층 문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것은 중국 내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간 두리하나 선교회에서 중국 내 고아원을 운영해 왔습니다. 물론 중국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더라도 여전히 이 아이들은 무국적 상태이고, 학교도 자유롭게 오갈 수 없으며 평생을 이렇게 살 수도 없는 노릇인 만큼 최상의 대책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선 그 이상의 방법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커다란 문제는 일꾼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보육교사로서의 자격증도 있어야 하고, 중국어도 능통해야 합니다. 단지 생활중국어가 능통한 것뿐만이 아니라 법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중국 정부와 법적인 의사소통을 할 만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게다가 소명감도 있어야 하고, 한국어도 능통해야 합니다. 결국 이런 모든 조건을 갖춘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은 조선족이 역할을 맡아왔지만,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면에서 많이 아쉽습니다. 결국 이걸 돕는 한국 교회는 돈만 주고 책임만 떠안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명감뿐만 아니라 전문성까지 갖춘 인력이 요구됩니다.

 

그렇군요. 끝으로 당부의 말씀을 한 마디 하신다면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중국에서 이들을 위한 고아원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일에 필요한 정부간 행정적 필요절차들에 대한 대정부 활동을 위한 전문가들을 세워 지원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들 재중 탈북고아들이 다른 나라에 입양되어 가기 전에 한국에서 같은 동포를 입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하루속히 재중 탈북고아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게 되길 바랍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재중 탈북고아들에 대한 취재는 계속됩니다-

이현정 기자/백석대 신학, hyunjeong21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