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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를 찾아가다

 

이번 "제2회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가 열린 장소인 부산중앙교회 모습

 기독교 통일학회(회장 주도홍)가 (사)기독교북한선교회(이사장 김관선 목사)와 공동 주최하는 "제 2회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가 5월 17-18일 부산중앙교회(담임목사 최현범)에서 "북한, 통일, 그리고 성경"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백석대학교,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의 15개 대학과 두리하나교회, 사랑의 교회 등 20여 개의 교회, 부산지역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참여하여 전체 인원은 500여 명 정도 되는 행사였는데요, 기독 청년 대학생들에게 분단 조국의 현실을 성경적으로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행사가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이런 행사가 부산에서 열린 것은 조금 뜻밖의 일인데, 여기에는 나름대로 통일학회가 지향하는 목적과 소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독교 통일학회는 조국의 분단을 무엇보다도 성경에 비추어서 생각하자는 기독인의 모임입니다. 그간 통일 문제, 북한 문제는 좌파냐 우파냐 하는 이념적인 관점에서 고려되어 왔으며 사실상 기독교계 역시도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통일 문제에 대한 이야기만 꺼내면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본뜻보다도 "좌파냐, 우파냐"를 따지고 편가르기 바빴고, 그래서 통일에 대한 문제를 꺼내기조차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어느 정도는 그런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독교통일학회는 적어도 기독교계만큼은 이러한 이념에 휘둘리기보다는 '무엇이 진정 성경에 비추어서 옳은 것인가'를 고민하기를 소망하는 학자들과 기독인들이 모여 탄생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통일학회가 지향하는 것은 '이념의 초월'입니다. 그간 북한 문제는 남남갈등의 진원지였습니다. 북한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갖느냐가 좌파냐, 우파냐를 결정짓는 근거가 되었고, 이것이 국가 안보의 문제인 만큼 양측은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는 팽팽한 접전을 계속해 왔습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는 것만이 지금의 심각한 남남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일 것이며, 또한 거꾸로 이야기하면 먼저 우리 안의 갈등, 즉 남남갈등이 해소되어야만 진정한 통일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평화와 화해를 외치는 성경을 갖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현재의 남남갈등, 남북갈등의 해결에 먼저 나서야 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올바른 기독청년들을 길러내기 위하여 통일학회는 이번 "제2차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를 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 행사의 특징으로는 또한 기독지성인, 청년들의 모임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청년들이라 하여 마냥 뜨거운 운동성만 강조하며 행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더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마련되었습니다. 기독교 통일학회 회장인 주도홍 교수의 개회사에 이어 이만열 명예교수(숙명여대) 손봉호 석좌교수(고신대) 등의 강사들의 기조강연이 있었으며, 김윤태 교수(백석대) 권성아 박사(성균관대), 장수영 교수(포항공대), 정병일 교수(서강대) 등 25명의 강사들이 25개의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선택강좌를 진행하였습니다.

 

강연 진행 모습

 강사진의 학교와 전공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도 이번 행사의 눈에 띄는 특징인데요, 여기에 역시 기독교통일학회가 지향하는 바가 담겨 있습니다. 지독한 남남갈등의 상황 가운데 만연한 분파주의를 극복하자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이번 행사에서부터 다양한 출신학교와 전공을 지닌 교수, 학생들이 참여하여 일단 우리 내에서부터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되어 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기독교통일학회는 우선 기독교계 내에서부터 보수, 진보의 벽을 넘어 평화와 화합을 이룬 후 세상 속의 기독인으로서 세상을 화해시키는 역할을 감당하고자 하는 소망도 갖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을 그저 배우는 수동적인 존재로가 아니라, 통일 미래를 준비할 일꾼으로서 성장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통일학회는 학생들에게도 주체적으로 연구하고, 또 발표하고 서로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제2회 통일 학술논문 공모전 시상식"이었습니다. 전국의 기독인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논문을 공모하였으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두 명의 학생에게 상패와 부상이 수여되었습니다. 김유연 학생(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북한학)은 "한국교회 보수-진보 진영 간 조선 그리스도교 연맹에 대한 시각 차이가 발생하게 된 역사적 근거" 라는 제목으로, 이현정 학생(백석대학교 신학 전공)은 "북한이탈학생에 대한 영재교육의 필요성 및 강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작성하였으며 두 사람에게 공동으로 우수상이 수여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적인 순서로는 청년들의 주도와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통일토크콘서트"를 들 수 있는데요, 1부 순서로는 고신대, 대학연합(연세대, 이화여대, 한신대), 백석대, 고려대, 총신대, 통일아카데미에서 각각의 주제를 갖고 1팀당 6분 가량의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백석대의 이현정 학생은 "북한 강제수용소의 인권 실태", 대학연합의 김유연 학생(이화여자대학원 북한학)은 "보건의료 및 대북지원현황", 통일 아카데미의 강디모데 학생(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은 "통일은 시작되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김현준 학생은 "통일을 지향하는 목회",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 신학대학원의 김영수 학생은 "우리학교의 북한선교동아리",고신대의 남덕현 학생은 "탈북민 정책방향"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주제발표를 하였습니다.

 2부 순서로는 각 대학별 발표자들에게 사회자와 청중들이 질문하고 발표자들이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사회자가 질문하면 발표자가 2분의 제한시간 이내에 대답하고, 또 청중 가운데 두 사람이 2분 이내로 질문하면, 또 그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발표자들이 2분 이내로 답변하는 것이 토크콘서트의 진행 규칙이었습니다. 이렇게 각각의 발표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가운데 더 깊은 고민도 오가고 더 심도 있는 논의도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각 대학별 주제발표를 하기 위해 올라온 각 대학 발표자들 모습

 이번 "제 2회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의 의미는 다음의 몇 가지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모임이었다는 점입니다. 그간 우리 남한 사회는 정치적인 색깔에 따라 심각한 갈등과 반목을 계속해 왔으며, 이 점은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종교계 역시도 이러한 시대에 편승하여 서로 좌파냐, 우파냐 편가르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통일학회는 그 동안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출범하였다는 점부터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진보 진영뿐 아니라 신학자를 포함한 전국의 기독인 학자, 학생들까지 품으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제2회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는 이러한 소망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대회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이는 남남갈등의 한 형태인 지역갈등을 극복하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 행사를 개최하여 대규모 행사가 수도권에 편중되는 관행을 탈피하였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대회가 그렇듯이, 이번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 역시 수도권에 더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더 인원이 적은 부산 사람들에게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보통 지방 거주자들은 모든 행사가 수도권 중심으로 열리다 보니 주최측에서 따로 교통편을 마련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찾아온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수도권 6개 지역에서 버스를 대절하면서까지 행사를 부산에서 개최한 통일학회의 신념이 돋보였습니다. 그 어떤 경제 논리도, 편안함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고 오직 '무엇이 옳은가'를 고민하려는 통일 학회의 신념 말입니다. 경제 논리에 비춰 보면 수도권에서 개최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적이고 편안하다 하여 계속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질문을 던져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탈북민들이 먼저 국경을 건너 우리 곁으로 왔다면 우리 쪽에서도 그들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는 것이 진정한 통일을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은 아닐까 고민해 봅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 내에서 소수이고 우리가 다수이며,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그들이 원해서 남한 사회로 온 것이니 그들이 우리에게 맞추어 변화되라고 한다면, 국경의 통일은 물론, 마음의 통일도 언제쯤에나 올 수 있을까요? 누가 소수이고 다수이고를 떠나, 그들이 한 발짝 다가왔고, 그들이 우리에 맞추어 변화하려 했다면 우리 역시 그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 그들을 닮아가고, 그들에게 맞춰 변화해야 합니다. 적어도 그것이 "네가 원하는 것을 네 형제에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믿는 기독인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남남갈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너희가 부산에 살기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기 불편하다면 너희가 수도권으로 오면 될 것이 아니냐'라는 태도로 남남갈등의 극복은 오지 않습니다. 인원이 적든 많든 간에 한 번 수도권에서 개최했다면 한 번은 부산에서 개최하는 것, 그들이 수도권에 한 번 왔다면 우리도 한 번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 이것이 통일을 여는 작은 발걸음이라고 믿습니다. 특히나 부산과 같은 경상도 지역은 통일에 대한 의식이 약한 곳입니다. 이런 곳으로 우리가 찾아가서 통일에 대해 고민하는 대회를 갖는다면, 그것이 작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또한 믿습니다.

 이번 대회를 요약하자면 복음으로 모든 장벽, 우선 기독교계 내부의 보수와 진보의 벽부터 시작하여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벽, 또 남한 사회 내의 보수와 진보의 벽, 또 남한과 북한의 벽을 깨고 평화와 화해, 화합으로 나아가자는 대회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사회를 이뤄 나가는 데 있어 기독청년들의 역할이 기대되며, 이러한 청년들을 중심으로 대회가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변화되어 이룩할 통일 미래 사회에 한층 기대를 걸어 봅니다.

이현정 기자/백석대 신학, hyunjeong2169@hanmail.net

김형정 기자/백석대 영어학, comsect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