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북한정책 컨퍼런스에 다녀오다"
안녕하십니까? 박진아기자입니다.
지난 5월 21일, 저는 성균관대에서 열린 북한 정책 컨퍼런스(North Korea Policy Conference)에 다녀왔습니다. 동아시아연구소, 주한미국대사관과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리더학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6시간 동안 오전과 오후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이 되었습니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 토론을 하다 보니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렸습니다.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될 대로 된 지금, 이번 컨퍼런스를 통하여 저는 잠시 잊고 있었던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변화된 상황 속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북정책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된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양한 교수들은 어떠한 주제를 제시하고, 의견을 냈는지 알아보도록 할까요?
▲ 성 김 주한미국대사의 환영사로 본 컨퍼런스를 시작하고 있다.
성 김 주한 미국 대사와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의 개최사는 본격적으로 컨퍼런스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먼저 한미 간의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며 미국 역시 북한의 인권문제를 강조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어 하영선 이사장은 제 2병진노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병진노선'이란 북한의 경제문제를 돌파하기 위하여 경제추진 정책과 핵무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정책의 후속으로 이어받은 노선으로, 북한이 현실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난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북한의 핵 노선을 반대하고 있는 지금,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추진하게 된다면 본격적 경제지원이 불가능해질 것이고 북한은 체제 쇠퇴의 길로 들어설 것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보다 현실적인 ‘비핵(非核)’이라는 제 2의 병진 노선을 채택하면 체제 변화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고 이를 북한 스스로가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 로버트 킹(Robert King)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기조연설이 있을 예정이었습니다만, 레슬리 바셋 주한 미국 부대사가 대독하였습니다. 기조연설에서는 주로 북한주민들의 인권이 얼마나 침해당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다뤘습니다. 북한은 2009년부터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이 권력의 자리에 오르는 등, 큰 변화를 보여왔지만 인권에 관한 상황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북한 지도부에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습니다. 이어 북한이 종국적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평화를 위협하는 일은 하지 말고 공동성명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이는 북한이 선택해야 할 길이며, 만약 그들이 UN에 준수하여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인권침해도 시정한다면 평화와 번영을 누릴 것이며 미국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관계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메세지를 던졌습니다.
▲ 기조연설을 대독하는 레슬리 바셋 부대사.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방한 취소와 컨퍼런스 불참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 ▲ 제1세션에서 사회자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오전의 1 세션에서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하여 다양한 북한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발표하고 논의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장 먼저 서창록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북 인권정책 개관"을 제목으로 북한 인권정책이 비효과적인 이유에 대한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서창록 교수는 인권의 1세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실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던졌습니다.
그렇다면 인권의 세대는 무엇일까요? 인권은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눌 수 있는데 1세대는 시민적ㆍ정치적 권리를, 2세대는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권리를 그리고 3세대는 자주적 결정권, 평화에 대한 권리/발전권으로 정의가 됩니다. 가장 간단하게 1세대는 '자유권'으로 2세대는 '사회권'으로 불릴 수 있는데 보통 공산주의/사회주의권 국가들은 2세대 인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개념은 불가불리한 것으로 균형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인권에 대한 담론은 1세대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인권에 관련한 정책은 생각보다 다문화적이지 않으며 자유주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는것이 지금 현실이며, 1세대 인권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으로 계속 추진이 된다면 인권의 전반적인 개선이 힘들 것입니다.
한편, 정책은 일괄적으로 추진되어야하지만 인권정책의 경우 국가가 일괄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효과적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국내적, 정치적 이유로 외부로부터 압박이 들어올 수도 있고, 정부에서는 '인권'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인권의 정치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권 정책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수도 있겠지만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고, 인권의 원칙에 따라 고려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인권에 대하여 접근을 할 때, 현재와 같은 경우에는 시민권과 정치권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에 문화ㆍ경제ㆍ사회권 역시 고려를 해야합니다. 그리고 NGO, 국제기구, 정부, 민간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협력적 네트워크를 통해 인권정책의 균형을 잡아야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미국의 '국립민주주의 기금(NED)'와 같이 아시아 인권보호 기금을 위한 기관을 설치하여 한국이 인권에 대한 선두자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기관 설립은 북한에 관련하여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셨습니다.
두 번째로는 "김정은 체제 1년: 북한 인권개선의 제약성과 절박성"에 대하여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현재 북한당국은 상당히 인권이 개선되었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보편적인 인권개선은 나타지 않는 상태라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권력의 세습을 꼽았습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 세습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엘리트 역시 세습이 되었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그나마 반길만한 소식은 김정은 정권에 들어선 후, 20여 년 만에 새 국가안전보위부장을 임명한 것입니다. 새로 임명된 김원홍은 과거 여타 국가안전보위부장에 비하여 성격이 온화하고 인격도 괜찮은 것으로 알려져, 그가 제도적인 벽을 뚫고 인권을 개선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을 할 지 기대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북한 인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것도 한가지 좋은 징조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가 자신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장마당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려있고, 가족을 먹여 살릴 대책이 없는 사람들은 입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중국으로 가거나 방랑자의 삶을 산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사람들의 정신적 동요는 엄청나서 당에 대한 충성심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 인권법이 통과되어야 하는 제도적인 문제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관심은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에서의 인권개선의 기미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당분간 암울한 상황일 것이라며 예상을 하셨습니다.
작년 초부터 우리나라에서 북한 인권문제는 뜨거운 이슈입니다. 특히 최근에 일어났던 라오스 탈북자 북송사건으로 도화선에 불이 붙었는데 많은 국민들은 북한 주민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는 사실을 추상적으로만 접했을 뿐 어떤 부분이 어떤식으로 침해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 역시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알고 있었으나 오전 토론으로 인하여 인권의 종류와 더불어 북한인권의 실태를 더욱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점심시간이 끝난 후 제 2차 세션이 진행되었다.
이어 2차 세션에서는 3명의 전문가들께서 "한미 대북정책 공조"에 관하여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첫번째로 국민대학교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러시아와 북한을 비교하며 "국제규범과 대북정책"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정치적 상태는 스탈린 사망 전의 러시아와 매우 흡사하며, 마르크시즘과 비슷하나 민족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 인민들의 의식상태는 70년대 러시아와 비슷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상태와 큰 괴리감이 존재하는 상태입니다. 비록 북한 당국에서 시민사회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집단적인 모임을 엄격하게 통제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체제에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체제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불균형적인 상태는 마치 페레스트로이카 직전이었던 70~80년대의 러시아와 같아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란코프 교수는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위기는 언제 발생할 지 알 수 없고, 만약 이 위기가 다가온다면 매우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바람직한 한미 대북정책 공조 방향"에 대하여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가 발표했습니다. 1, 2차 핵실험 이후 3차 핵실험까지 북한에서 진행된 현재, 적지 않은 횟수의 핵실험은 역설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핵에 대한 견해를 우리나라와 같이 하는데 일조를 하였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능력을 상당 부분 발전시켰고 국제사회를 긴장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중국은 3차 핵실험으로 인하여 큰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으로 인하여 세 국가의 입장이 모두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중-미 서로간의 입장을 조율하고 합의를 할 수 있는 요소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북핵문제를 풀어가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동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한미 구도를 어떻게 잘 만들어 나갈 수 있는가"와 "북에 대한 설득과 압박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가"를 토대로 우리나라 같이 실행 할 수 있는 요소를 어떻게 만들어내는가가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테렌스 뢰릭, 미국 해전대학교 교수가 “미국의 대남 핵우산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뢰릭 교수는 개인적 견해임을 밝히면서, 최근에 전술핵 재배치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합니다. 전술핵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위험성이 존재했고 과거 전술핵 철수 당시 핵무기를 다룰 수 있는 도구 역시 철수를 했기 때문에 전술 핵무기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남침을 할 경우, "미국은 한국군과 같이 열심히 싸우겠으나 미국이 한국의 방위를 위하여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 역시 낮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안보적으로 매우 심각한 국면에 빠지게 된다면 미국은 한국군과 북진하게 될 것이며 굳이 우리들이 전진하는 방향으로 핵무기를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대통령 역시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입니다. 먼저 자신이 핵무기를 사용한 첫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될 것이며, 다른 국가들에게 핵무기를 사용해도 된다고 동의를 하기 싫을 것이고, 주변 국가로부터 핵안전선(nuclear safety line)을 넘지말라는 압박을 받을 것 입니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에 핵무기가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많고 이 무기를 사용한 이후 여파가 엄청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미국에는 믿을만한 재래식 무기의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사용할만한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뢰릭 교수의 의견이었습니다.
남북관계는 당사자인 우리나라와 북한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매우 복잡한 사안입니다. 이러한 주변국가들은 우리에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도움닫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정책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같이 주변국과 조율이 잘 되어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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