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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북한의 산에는 나무가 없대요! : (2) 북한 산림복구, 우리의 과제

지난 기사 (북한의 산에는 나무가 없대요! : (1) 북한의 민둥산 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북한의 산림 복구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의 황폐산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북한의 산에 나무를 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사방사업입니다. 사실 '나무 같은 건 그냥 우리나라에서 가로수 심었다 파냈다 하듯이 땅만 깊이 파서 심고 덮으면 되는 거 아닌가?'하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면적이 넓고 경사진 산지를 숲으로 채우는 일은 그것보다 좀 더 복잡하다고 합니다. 이미 황폐화된 상태로 10여년 방치된 산에는 나무를 심어도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조금만 비가 많이 와도 금방 쓸려 내려간다고 하네요. 그래서 나무를 심기전에 먼저 사방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방이란 "수력·풍력 등의 힘에 의하여 물·흙·모래·자갈 등이 이동될 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재해의 예방·복구를 위하여 실시하는 공사"(두산백과)로 장소에 따라 산지사방, 해안사방, 야계사방(하천)으로 나뉩니다. 북한의 경우 산지사방이 가장 시급한 상황으로, 산지사방을 실시해 토사 유출이 줄어들면 야계사방을 실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방 사업이 끝나 나무를 심을만한 환경이 조성되면 그때 본격적인 조림(나무심기)사업이 가능해집니다. 조림 대상 지역과 면적, 심을 나무의 종류 등을 결정하고 나면 나무의 종자 확보, 묘목 공급 등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단계별 조림사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산림녹화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경우 전후부터 60년대까지는 황폐 임야를 복구하기 위한 초창기 조림사업과 사방사업이 외국 원조의 도움을 받아 추진됐습니다. 당시에는 근로자들에게 임금 대신 외국에서 지원받은 밀가루 등 식량을 지급하는 취로사업 방식을 택해 일자리 창출과 구휼 사업의 효과를 함께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후 1973년부터 1987년까지 15년간은 본격적인 치산녹화 정책이 시행된 시기로, 조림사업과 사방사업, 연료림 조성사업 등이 꾸준히 추진됐습니다.


▲남한의 치산녹화 사업에 따른 산림 변화(산림청 제공)


북한의 산림녹화, 누가 할 수 있나요?

그런데 이런 사방사업과 조림사업을 대규모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민간 차원으로만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만 가능한 것이죠. 2007년 8월 24일 사단법인 겨레의 숲과 국립산림과학원이 공동 개최한 ‘제1차 산림포럼’ (주제; 북한 산림복구,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오정수 겨레의 숲 이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전체 조림이 필요한 지역은 위성사진이나 통계자료 등을 종합했을 때, 160만㏊로 추정할 수 있고… 160만㏊를 조림하는데 적게는 2조 3천 8백억에서 많게는 8조 5천 8백억이 필요하다”라고 합니다. 오정수 이사는 또 “이 중 60% 정도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민간이 담당하기에는 불가능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2008년 현대경제연구원의 ‘북한황폐지 조림의 사업성과 보완과제’ 연구 결과에서는 “북한 전체 황폐지(163만㏊ 기준) 복구를 위해서는 약 49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할 것”이라고 나타났으며, 그 경우 조림비용은 약 2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산림 복구 사업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제 막 출범 한 달여를 넘긴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남북 환경공동체 구현’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의 하위 실천 계획으로 ‘녹색경제(농업, 조림, 기후변화) 협력 체계화’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 공약은 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140대 국정과제에서는 ‘「그린 데탕트」를 통한 환경공동체 건설’로 구체화됐고, 2013년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는 세 번째 중점과제 ‘호혜적 교류협력의 질서있는 추진’ 목표에 반영됐습니다. 실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산림복구 작업에 적극 착수한다면 통일부와 산림청 등 중앙정부와 접경지역이 포함된 경기도, 강원도 등 지방정부도 함께 산림복구 사업에 참여하게 되겠죠. 사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산림복구에 착수하기 위한 정책적 근거는 이미 여러 차례의 협약에서 제시된 바 있습니다. 2000년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나 체결한 6.15 남북공동선언 제4항에서는 ‘남과 북이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겠다고 합의한 내용이 있으며, 이후에도 남북농업협력위원회 합의문, 2007년 남북정상회담 선언, 남북총리회담 등 수 회에 걸친 남북 환경협력 관련 협약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또한 산림복구 사업에 소요되는 재원의 경우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할 수 있으니 재정 지원의 기반도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산림복구에 참여하는 또 다른 주체는 바로 민간단체입니다. 민간단체의 역할은 지금까지 실행됐던 사례를 통해 더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황폐산림을 되살리는 일에 뜻을 모은 단체로는 ‘겨레의 숲’과 ‘평화의 숲’이 대표적입니다. 두 단체 모두 북한에 옮겨 심을 나무를 기르기 위해 양묘장을 조성하고 산림 병해충 방제사업을 추진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2007년에 창립된 사단법인 ‘겨레의 숲’의 경우에는, 설립 첫 해부터 평양 남북공동 병해충방제 행사, 산림포럼 개최, 양묘장 조성 및 지원(평양, 개성, 금강산 등), 남북 공동 나무심기 행사 등 활발한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색된 남북관계로 대부분의 단체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밖에도 기업차원의 재정 지원, 녹화사업 참여와 학계, 언론의 역할 등도 북한의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중요한 요인들입니다. 이렇듯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북한의 산림복구를 위해 노력한다면 황폐화된 북한을 푸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 금강산 양묘장(평화의 숲)    ▲ 병해충 방제작업(겨레의 숲)


북한의 산림녹화, 기대 밖의 쏠쏠함도 있습니다!

통일시대를 대비한 이 같은 노력이 제대로 뿌려지면 앞선 기사에서 소개한 홍수 방지, 산사태 방지, 병충해 전염 방지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겠죠. 또한 전체 통일비용의 20%가 환경복원비용이었던 독일 통일의 사례를 감안해보면 보다 빠른 산림복구 사업 착수로 막대한 통일비용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분산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산림복구 작업이 많은 양의 재원과 자원을 필요로 하는데다가, 복구사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소요되는 비용이 커지는 아주 장기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복구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도 치수나 병해충 방제, 통일비용 절감이 지금 당장 크게 와 닿지 않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쏟아 부어야 하는 돈이 2조 3천 8백억에서 많게는 8조 5천 8백억이라는데 그 돈을 어떻게 다 대란 말이지?” 하시는 분도 계실 테고요. 그래서 더 매력적인 제안을 하나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 기후변화협약, 탄소배출권 거래제… 한번쯤 들어보셨나요? 1997년 겨울, 당시 교토에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이러다간 지구가 멸망할거다. 다 같이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자’고 약속을 했더랬지요. 이 때 모인 협약의 가입국들은 1990년의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해서 제각기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 합의했습니다. 여기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 바로 ‘탄소배출권’입니다. 이는 말 그대로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데 협약에 따라 국가 대 국가로 이 권리를 사고파는 것이 가능합니다(배출권 거래제; Emission Trade). 또한 다른 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를 하면 그 투자 실적만큼을 투자국가의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도 합니다(청정개발체제; 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실 우리나라는 교토 협약 당시에는 개도국으로 분류돼 감축 의무가 없었으나 요즘엔 우리나라의 성장한 경제력만큼이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압박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북한에 가서 조림 CDM 사업 가능 지역의 산림을 복구시키면 그 실적만큼 ‘탄소 배출권’을 얻을 수 있고, 필요시에는 이 배출권을 다른 개도국에게 팔아서 수익도 거둘 수 있게 됩니다. 더해서 복구한 산림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면서 목재를 판매하게 될 경우 목재 판매 수입까지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탄소배출권 사업에 대해 총 비용 8억 2천 5백만 달러, 총 수익 12억 1천 7백만 달러로 1.5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조림 CDM 가능지역 60.5만㏊ 기준). 이렇듯 통일비용을 대폭 줄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수익까지 거둘 수 있으니 꽤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지난 기사에선 북한의 황폐해진 산림 현황, 그 원인과 폐해, 그리고 그러한 황폐산림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 해결방안으로 사방사업, 조림사업 등 실제적인 산림복구 사업의 과정과 사업 주체, 효과에 대해서 모두 알아봤습니다. 길어진 설명에 숨이 차신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가 북한의 산림복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겠죠. 혹은 관련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후원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요. 한 발 더 나아가면 시민단체의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방송인 이상벽씨는 상생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가시적인 통일사업으로 ‘통일 수목원’, ‘통일나무’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하셨죠. 전 국민이 통일 수목원에 나무를 심고, 초중학생들이 길러진 묘목을 들고 직접 북녘에 가서 나무를 심자는 것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뜬구름 잡는 듯 어려워 보이지만 남북 관계만 개선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데다 우리의 아들딸, 조카와 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일이니 전 국민의 통일의식을 높이기에도 아주 좋은 방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산림 복구는 미래의 통일 한국을 위해, 그리고 통일 한국에서 살아갈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만 하는 시급한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