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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칸 국제 영화제에 소개된 북한영화, '한 녀학생의 일기'

여러분! 혹시 칸 국제 영화제를 아시나요? 칸 국제 영화제는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매년 5월에 개최되는 국제 영화제인데요. 이 영화제는 베네치아,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국제 영화제의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 2006년에 북한의 ‘한 녀학생의 일기’가 이 국제 영화제에서 소개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녀학생의 일기’는 북한의 작가 김청남이 쓴 작품으로써 1987년 평양의 문예출판사에서 간행된 단편모음집 『그리운 마음』에 실려 있는 작품인데요.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당시 북한 언론은 이 영화를 소개 할 때 "김정일 위원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전선부대 시찰 중에서도 이 영화를 거듭 다듬어 시대의 명작으로 완성시켰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따라서 오늘은 ‘한 녀학생의 일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북한의 영화 ‘한 녀학생의 일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텍스트입니다. 한마디로 북한과 세계에 동시에 말을 건 영화텍스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영화는 개봉한 지 6개월 만에 800만 명이 관람했고, 전체 북한 인구 중 1/3이 관람한 북한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2006년에 위에서 언급한 제60회 프랑스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캐나다 토론토의 릴 아시안 국제영화제, 호주의 멜버른 국제영화제, 프랑스 실루엣 영화제를 거쳐 2009년에는 이란의 파지르 영화제까지 전 세계 국제영화제를 돌면서 현재까지도 꾸준히 상영되고 있는 중입니다. 프랑스라는 유럽에서 시작해서 북미권을 거쳐 이란이라는 아시아 국가까지 거의 전 세계에 상영되었다는 점은 이 영화가 현재 북한의 영화를 대표할 뿐 아니라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북한의 영화의 소통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데요. 당시 한국의 한 신문에 실린 이 기사를 통해 우리는 이 ‘한 녀학생의 일기’가 북한 영화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북한의 <한 여학생의 일기>는 지난 16일 개막한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의 필름마켓에서 각국 영화 바이어 등 관계자들을 위한 시사회를 통해 18일과 21일 상영된다. 북한 영화가 서구 지역에서 일반 상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8월 6일 북한에서 개봉해 8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영화 개봉 당시 조선중앙통신, 평양방송, 조선중앙방송, 중앙TV, 노동신문 등 북한의 주요 언론매체를 통해 매일 1회 이상 소개됐었다.”

- 데일리NK, 2007년 5월 18일자(양정아 기자)

 

 

이처럼 ‘한 녀학생의 일기’는 위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극장배급이 성사되어 첫 번째 해외 수출 북한영화라는 기록을 갖게 되었는데요. 그만큼 북한영화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북한영화는 당에 의한 엄격한 사전 시나리오 심의와 영화의 내용을 우선시하고 형식주의가 배격되면서 작가나 감독의 표현이 제한되는데요. 무엇보다 영화의 지위가 인민을 이끄는 당의 사설과 같아야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맥락에서 제작이 되어 그동안 여러 곳에 이름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한 녀학생의 일기’를 통해 북한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 녀학생의 일기’는 어떤 내용일까요? 사실 ‘한 녀학생의 일기’는 비교적 간단한 스토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한 녀학생의 일기’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인 고등학생 수련(백미향)은 과학자인 아버지와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와 축구선수인 중학생 여동생 수옥이를 가족으로 두고 있다. 과학에 소질이 있는 수련은 자신의 대학 진로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가정에 소홀하기도 하거니와 업적도 별로 올리지 못하고 있는 볼품없는 과학자 아버지를 보면 과학자가 되는 길은 수련에게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파트에서 떵떵 거리면서 살고 싶어 하는 수련은 아버지가 묵묵히 과학에 헌신하고 결국 성과를 내는 것을 보고 갈등을 접고 이과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물론 은둔국가인 북한의 특수성과 세계영화의 보편성이라는 잣대를 동시에 들이댈 수 있는 북한영화는 ‘한 녀학생의 일기’가 마지막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 영화에 대한 문화적이며 미학적인 욕구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영화인들은 날로 높아만 가는 북한영화계로 인해 긴장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 북한영화가 교리처럼 받들고 있는 ‘당성, 계급성, 인민성’이 만든 신파성, 도식성, 선동성의 영화미학은 이 개방의 과정을 통해 조만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한과 북한 간의 정치적 대립 국면에서도 영화를 비롯해서 문화의 접촉지대는 열려있어야 할 텐데요. 칸 영화제에도 출품된 ‘한 녀학생의 일기’를 한국에서 상영 금지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오늘날의 남북현실의 모습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은 어떤 식으로든 교류와 개방으로 나아가야 할 텐데요. 여기서 ‘한 녀학생의 일기’가 남북의 접촉 지대를 만드는 데 자그마한 기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한반도의 통일 된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사진>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4789

<정보>
-북 영화전문가들이 뽑은 "불후의 명작" BEST10: 서유상(2009), 『민족21』7월호.
-http://terms.naver.com/entry.nhn?cid=264&docId=1692313&mobile&categoryId=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