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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탈북대학생, "영어로 내 꿈 찾을래요!"

 

 

여러분, 오늘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잊을수 없는 밤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 학교동아리 홈페이지에 "미래를 위한 영어(English for the future)"라는 제목의 공지가 올라왔었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영국대사관이 탈북 대학생들을 돕기 위한 장학 프로그램으로, 매년 탈북 대학생 50명에게 영국문화원에서 영어교육을 1년간 받도록 한 후, 이 교육을 받은 탈북 대학생 9명에게 영국 기업의 지사와 포니정 재단, 아산재단, LG, 한국투자증권 등 11개 후원기업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매년 1명에게는 영국 내에서 석사과정을 마치는 동안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50명의 선발된 학생 중 저 역시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17일, 이 50명의 학생 중에서도 특별히 좋은 성적으로 선발된 탈북 대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의 후원사 주최로, 통일부 장관님을 비롯한 북한 관계자 및 언론사를 모시는 론칭 행사에 초대 되었습니다.

 

 

마틴 유든 영국대사가 주재한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개최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영어프로그램 출범식(Englsh for the Future Programme)'에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한나라당 박진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포니 정 재단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LG주식회사 대표,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지국장,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김일주 이사장 등 통일부와 영국문화원, 언론사 및 북한이탈주민 관련 단체 관계자분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행사는 마틴 유든 대사의 축사로 시작하였습니다. 유든 대사는 1978년 어학연수생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주한 영국대사관 정무담당 2등 서기관으로 81년까지 근무했으며 1994∼1997년에는 정무참사관, 2008년 2월에 주한 영국대사로 부임되었습니다.

 

탈북 대학생들을 위한 이같은 장학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원인은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 영어가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소규모 사업이지만 통일을 위한 상징적인 사업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마틴 유든 대사는 "한반도에 사는 같은 민족인데도 전혀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매우 슬프다"며 "한국과의 개인적인 인연 때문에 남북한이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연설이었습니다. 현인택 장관은 "북한이탈주민, 특히 이들 가운데 젊은 층을 지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 건설과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길”이라고 말했는데요. "주한 영국 대사관의 이번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하다. 젊은 북한이탈주민은 미래 통일 한국의 리더가 될 것이며 그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은 통일 한국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결국 한반도 통일은 올 것이며 이런 투자는 확실히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저도 발언을 하게 되었는데요.행사 당일 오후 2시경에 영국대사관으로부터 "오늘 탈북 대학생 대표로 인사말을 할수 있냐"는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좋은 성적을 낸 14명에 들어 이 행사에 초대된 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한데 행사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갑작스런 소식을 듣게 되니, 그곳에 초대된 저명한 인사 앞에서 제가 훌륭한 인사말을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 되었습니다. 대학교에서 발표 수업조차 한 번도 해본적 없는 저에게 이 날 발표는 통일부 상생기자단 4기 워크숍 때 '자기소개'를 한 이후로 두 번째 갖는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에 나가 선 순간 머리 속이 하얘지는 걸 느꼈습니다. 연속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방송국 카메라들, 그리고 2m 남짓한 거리에 서 계시는 모든 참석자분들의 시선이 저에게는 너무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무조건 이 상황을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오직 그 생각 하나로 "인사말에 앞서 저의 소개를 영어로 하겠습니다"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저의 인사말이 끝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이 저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주시고 또 참 용감하다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솔직히 당시에는 제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만 지나고 보니, 평상시에는 TV에서만 볼 수 있는 유명한 분들을 한 자리에서 뵐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뒤 이어 LG주식회사 대표의 연설과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연설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1999년 탈북해 2002년 한국에 온 오세혁(34)씨에게 1년간 영국 석사과정 유학을 지원하는 장학금 수혜식이 있었습니다.

 

 

북한에는 일반학교에서 영어와 러시아어 이렇게 두 가지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김일성에 대한 혁명 역사를 더 많이 가르쳤고 그것을 암기하기 전까지는 집에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잘 하는 학생보다 혁명역사를 외워 도록경연 같은데 참가한 학생은 학교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습니다. 한 때 북한 일부 지역 학교에서 영어교육이 몇 년동안 아예 폐지되었던 적도 있을만큼 영어에 대한 수업 수준이나 학생들의 열의는 매우 떨어집니다.

 

글로벌 시대로 달려나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영어는 탈북 대학생들에게, 특히 북한의 소위 사회주의라는 울타리 안에서 오직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세뇌 교육만을 받아온 북한이탈주민에게 있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려면 직장을 가져야하는데 영어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온 대다수의 북한이탈주민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교육도 못받았으며 또 정작에 학교에서 한창 배워야 할 나이의 학생들은 부모님들을 따라 제 3국을 떠돌며 학교문 앞에도 못가보고 배울시기를 훌쩍 넘어버린 학생들 또한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은 탈북 대학생들의 영어 수준 향상은 물론, 영국대사관에서 연결해주는 인턴십을 통하여 기업 현장에서 보다 독특하고 경쟁력 있는 경력을 쌓고 선진적인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들이 이 땅에서 갖게 된 새로운 배움의 기회가 그들을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도화선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