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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지뢰밭에 묻힌 궁예의 꿈! 비무장지대의 궁예도성

<비운의 영웅, 궁예> 그는 신정독재를 감행하고자 한 폭군이자 동시에 동양의 맹주를 꿈꾼 영웅이기도 하였다. 출처 : 궁예, 불교국가의 이루지 못한 꿈, 한겨레 (08.9.26)


 한국역사상 가장 광기어린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궁예!

 그는 스스로를 미륵이라 주장하며 위경(僞經)을 저술하고 또한 소위 관심법(觀心法)이라는 사이비 도술을 통하여 대대적인 숙청을 일삼는 등 온갖 기행들로 신정(神政)독재를 감행하고자 한 폭군이자 동시에 신라의 버림받은 왕족이라는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고구려의 고토를 수복하여 마하진단(摩訶震旦)[각주:1]을 이룸으로써 이겨내고자 한 비운의 영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궁예의 비원이 고스란히 묻힌 곳이 있으니 바로 후고구려의 도읍이었던 궁예도성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복원한 철원의 궁예도성> 출처 : 역사스페셜 - 선각대사비의 증언, 궁예는 폭군인가? KBS

 궁예도성은 궁예의 나라, 태봉(후고구려)의 수도 유적으로 오늘날 강원도 철원군 홍원리 풍천원 일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만주를 호령한 고구려의 후신임을 자처하며 위대한 동방의 제국을 세우고자 한 궁예의 포부가 반영이라도 되어있듯 궁예도성은 그야말로 웅장함 그 자체였습니다. 

 1942년의 조사에 따르면 도성은 내성과 외성 그리고 궁성의 전형적인 중세 동아시아의 구조로 되어있으며 내성 둘레 7.7km에 외성 둘레는 12.7km이고 성벽의 폭은 무려 11m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어 후삼국 당시의 궁예도성은 실로 불가사의를 보는 것처럼 굉장한 광경을 선사해줬으리라 여겨집니다.


<궁예도성의 현 위치> 궁예도성은 비무장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출처 : 역사스페셜 - 선각대사비의 증언, 궁예는 폭군인가? KBS

 헌데 오늘날 이 유적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의 주인인 궁예가 맞이한 비참한 종말처럼 이 유적 역시 한반도의 비참한 운명으로 인해 그 누구도 갈 수 없는 곳, 비무장지대에 고립되어있기 때문입니다.
 90년대 이후 간단히 몇 차례의 유적조사가 있기는 하였으나 모두 그저 먼발치에서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수준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을 뿐, 정밀적인 조사는 일제 강점기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100여 년 전 한반도를 통일하고 만주와 중원으로까지 나아가고자 했던 비운의 영웅, 궁예! 그리고 그의 그러한 비원이 서려있는 유적, 궁예도성!


<드라마 '태조왕건' 속 함성을 외치는 궁예> 궁예도성은 한반도 통일과 강대국 실현이라는 궁예의 비원이 서려있으나 오늘날 남북분단에 의해 고립되어있는 역설적 운명을 겪고 있다. 출처 : 역사스페셜 - 선각대사비의 증언, 궁예는 폭군인가? KBS

 민족을 하나로 만들겠다던 웅지(雄志)가 서려있는 이 유적이 오늘날 민족의 분단에 의해 연구될 수 없는 곳에 갇혀버렸다는 사실은 실로 역설적입니다. 궁예도성의 이 역설적인 비극이야말로 하루빨리 상생공영의 통일 대한민국 시대가 도래되어야 한다는 것의 한 가지 이유라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이 하나 되어 궁예도성의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고 아울러 그 도성의 주인이었던 궁예가 꿈꾼 마하진단의 세계가 현실화되는 날이 속히 찾아오기를 기대해봅니다.



  1. 산스크리트어로 '위대한 동쪽 나라'라는 뜻을 가진 마하 시니타나(Mahā Cinitana)의 음역.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