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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남북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의 차이점은?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단순한 영토의 통일을 넘어서서 구성원들 간의 마음의 통일까지 실현되는 진정한 의미의 통일입니다. 통일이 된 이후에도 구성원들 사이에 적대감과 대결 의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라 볼 수가 없는데요. 설령 그러한 통일이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독일의 경우처럼 심각한 통일 후유증에 시달릴 것입니다.

이 점에서 통일교육은 이질화된 민족 분단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교류협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사실상의 통일 상태를 달성하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교육은 통일을 이룩하는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함으로써 통일을 앞당기고 통일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인 것입니다.

여기서 통일교육은 통일의 대상인 북한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나, 학생들은 북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통일의 당위성이나 통일에 대비한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알려주는 것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학교 통일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저조할 수밖에 없으며, 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이해는 피상적인 이해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동안 통일교육은 주로 도덕, 사회, 국어 등의 특정 교과에서만 중시되어 왔을 뿐, 예체능 교과에서의 통일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매우 저조하였습니다.

 

 

 

통일부 통일교육원에서 나온 학교통일교육지침서를 보니, 교과별 권고 사항을 통하여 예체능 교과에서의 통일교육도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었는데요. 음악과와 미술과의 통일교육은 남북한의 문예 정책에 대한 이론적, 제도적 측면보다는 남북한의 미술 작품이나 음악을 직접 감상해봄으로써 동질성과 이질성을 정서적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공자는 일찍이 음악[樂]의 신비함을, 독일의 작가인 빌헬름 바켄로더는 ‘음은 우리의 내면을 풍부하게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음악은 인간의 절망과 고통을 마음속에서 사라지게 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열어나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통일교육에서 초등학교의 음악교육은 다소 뒷전에 머물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남북한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를 비교해보면서 오늘날 남북한의 초등학교 음악교육의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해보려고 하는데요. 남한 초등학교와 5,6학년과 북한의 소학교 3,4학년 음악 교과서를 대상으로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통일교육에 있어서도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남북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비교에 앞서, 저는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였는데요. 남북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를 비교해놓은 단행본을 참고하였고, 몇 년 전 춘천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재학하셨던 이근복씨의 ‘남북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비교 분석 연구’라는 논문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자료를 읽은 후 정리한 내용들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남북한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는 모두 국정교과서로 발행 보급하나, 남한은 무상 공급인데 비하여 북한은 값이 매겨져 있었습니다. 또한 남, 북한의 경제력 차이로 인한 지질, 사진, 삽화 수록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둘째, 남북한의 초등학교 악전 및 표현 관련에서 남북한 모두 서양 악보 위주로 되어 있고, 표현 방법이 거의 비슷하나 용어 사용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는데요. 다만 남한은 두음법칙을 적용하고 있는 데 비하여 북한은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남한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 미국식 표현, 북한은 러시아 및 동유럽의 영향을 받아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또한 남한의 초등학교에서는 전통음악의 창법에 있어서 시김새를 사용하고 있는 데에 비하여 북한은 민요가 수록되어 있지 않아 시김새를 찾아 볼 수 없고 낱말의 쓰임에 있어 사이시옷을 사용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셋째, 북한은 가창곡의 가사의 내용별 곡의 수가 김일성 우상화, 김정일과 김일성 찬양, 김일성 가계 찬양, 사회적 우월성, 집단 조직 활동 등에 관한 순서로 나타나 남한의 놀이 관련, 어린이 찬양, 자연, 동식물 관련의 가사 내용과는 차이가 많았는데요. 가사의 표현 방식에도 북한이 제정한 문화어와 남한이 제정한 표준어의 차이, 미국과 소련에서 받은 외래어의 영향, 두음법칙의 사용의 차이 등으로 차이점은 나타났습니다.

넷째, 남한의 초등학교에 나오는 악기는 가창, 기악, 감상 영역에서 전통악기가 17종, 서양악기가 20종으로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여 연주하고 감상하면서 악기의 특징을 살펴보는 등 비교적 균형을 맞추어 교육을 하고 있었는데요. 반면에 북한의 소학교에 나오는 악기는 전통악기가 가야금과 고음저대의 2종이, 서양악기는 소고, 대고 등 12종의 악기가 감상음악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리듬 및 장단에 있어서는 남북한 모두 2/4, 3/4, 4/4, 6/8 박자 형태가 나타나 있으며, 남한에서 장단은 자진모리, 굿거리, 중중모리 등이 나타나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안땅 장단(북한에서 4박자 계열의 경쾌한 민속음악 장단을 ‘안땅 장단‘이라고 한다)만이 수록되고 있었습니다.

다섯째, 북한에서의 감상곡은 가창곡과 거의 비슷하며 감상곡의 종류도 거의 대부분이 가창곡에 속해 있었습니다. 남한에서의 감상곡은 여러 종류의 곡과 여러 시대의 곡, 여러 가지 양식의 곡을 골고루 지도하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외국곡을 배제한 채 거의 자국에서 작곡된 자작곡을 감상곡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주로 선동적인 혁명 가요에 속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북한 사회의 폐쇄성을 볼 수가 있습니다.

여섯째, 남한의 초등학교에서 창작교육은 가락 짓기, 리듬 짓기, 가사 바꾸어 부르기, 변주곡 만들기 등 다양한 형태로 교육을 하고 있는 반면, 북한의 소학교에서는 선율의 빈 마디에 채우기를 수록했을 뿐 다양하지 못했습니다.

일곱째, 남한의 초등학교에서 전통음악 교육은 우리 선조들이 즐겨 불렀던 전래동요나 민요를 수록했을 뿐 아니라 국악 창작동요를 첨가하여 학생들의 흥겨움을 표현할 수 있게 하였고, 단소, 장구를 다루게 하고 독주곡 및 합주의 감상음악을 수록하여 조상들의 음악성 및 슬기를 종합적으로 학습하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북한의 소학교에서 전통음악은 감상음악 1곡, 시창곡에서 안땅 장단만이 1회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소학교에서는 전통음악을 소홀히 다루고 있었습니다.

여덟째, 남북한의 초등학교에서 통일 관련 제재는 남한 1곡, 북한 2곡만이 수록되어 있어 음악과에서는 통일교육과 관련된 내용이 비교적 소홀이 다뤄지고 있었습니다.

아홉째, 남북한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곡가는 가창 영역에서는 모두 국내의 작곡자로 구성하고 있으며, 감상 영역에서 남한은 국내, 국외 작곡자가 고루 등장하나, 북한의 소학교에서는 국외 작곡자가 한명도 포함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를 비교해보았는데요. 비교해보는 동안 남북한의 음악 교과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많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상호간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남북한 체제의 다름에 따른 이질성과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이라는 양면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남북이 공유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탐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자세일 것 같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이근복씨는 음악과에서 남북한의 문예정책에 대한 이론적, 제도적 측면보다는 남북한의 음악을 직접 감상해 보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발굴하여 어린 학생들에게 동질성과 이질성을 정서적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남북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를 비교한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남북한의 음악 전문가들이 상호 교류 및 공동 연구를 통하여 악전 관련 용어를 통일하는 등 전반적인 음악 분야에서 통일 대비 작업을 시도해 나가면, 앞으로 우리 남북한의 음악 교육은 어떻게 변화될까요? 상상만해도 기대가 됩니다. 아마 이러한 작업은 오랫동안의 남북 분단으로 인한 문화적 이질화를 극복하고 한민족 공동체를 형성하며, 나아가 진정한 통일의 길을 열고 닦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통일 된 미래 한반도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참고>
-남북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비교 분석 연구: 이근복, 춘천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통일교육 지침서: 통일부 통일교육원
-북한 음악의 실상과 허상: 한상우, 신화문화사

<사진>
-북한 교과서 사진(2장):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http://www.bucheon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5163
-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686&section=sc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