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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의 교과서 ‘조선력사’가 말하는 한국고대사

분단 50년 동안 남북한은 동일한 역사를 각각 한국사와 조선사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명칭의 차별성이 아니라, 그 속의 보이는 내용과 인식의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민족의 동일한 역사서술의 차별성은 공통된 민족의 역사를 각각 다른 역사로 만들 위험을 초래하는데요. 민족 동질성과 회복은 시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의 역사교육의 목적은 ‘주체사관’이라고 불리는 주체사상의 사회 역사 원리에 의거하여 정해지는데요. 주체사상의 성격은 그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주체사상이 민족주의적 경향을 보였지만, 1960년대 후반 이후로는 김일성주의를 보편적 사상 이론으로 하면서 민족주의적 성향을 탈피하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와서 다시 주체사상은 강한 민족주의적 성향을 띠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당시의 시대적 요청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역사교과서 ‘조선력사’는 김일성 체제 교과서와 김정일 체제 교과서에서 미묘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북한의 정권교체에 따른 이데올로기의 변화 등이 역사서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또한 각 체제 하의 교과서 고대사 서술 체제 분석을 통해 북한의 역사관을 파악하고 민족의 동질적인 역사의식을 모색하고자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80년대와 90년대에 발행된 ‘조선력사’를 비교하고 분석해보면서 고대사 인식의 변화과정을 파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조사 과정 속에서 남북의 역사에 관련된 다양한 저서를 참고하였는데요. 실제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나온 중학교국사, 고등학교 국사 책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재학하였던 이은영씨의 석사학위 논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북한의 역사교과서 ‘조선력사(고등중학교 제3학년용)’은 80년대와 90년대의 서술에 있어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먼저, 80년대 교과서는 이야기체 서술양식으로 내용상 묶음별로 하여 구어체적 문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학습자가 교육을 통해 충실한 사회주의적 인간으로 양성해 가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만을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김일성 교시가 그 단원의 내용에 맞게 내용 첫 부분에 제시가 되어 있는 것이 큰 특징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90년대 교과서는 80년대 교과서에 비해 내용 구성상에 있어서 각 항목별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간략하고 구체적인 내용제시가 이루어져 있어 학습자가 혼자 학습을 하기에 쉽게 되어 있으며 문화 부분도 기존의 고구려 중심의 문화 서술에 비해 백제나 신라의 문화도 많이 서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북한 역사교과서의 내용 분석에서 찾아지는 특징은 다음과 같은데요. 첫째, ‘조선력사’는 우리 역사를 ‘안팎의 원수놈들을반대하여 싸워 이긴 인민들의 투쟁의 역사이며, 김일성 주체사상에 입각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혁명투사의 양성수단’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근대 이전은 중국과 일본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투쟁사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조선력사’에서 선사시대에서 후삼국시대까지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인민들의 투쟁이란 제목이 쉽게 보이며, 지도와 삽화도 대부분이 농민전쟁도로 채워지고 있었는데요. 이를 통해서 북한 역사교육의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둘째, ‘조선력사’는 역사발전의 합법칙성발견을 전제로 하여, 사회주의 건설과정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삼국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2천 년간의 봉건사회가 전개되었다고 보며, 근대사는 사회주의 건설의 전단계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봉건중세사회에는 오직 인민들의 투쟁만이 필요하며, 불교나 유교 등 종교는 국민의 투쟁정신을 마비시키는 아편에 불과한 것으로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약 2천년에 걸친 봉건 사회론은 일제 식민사학에서 본 정체성론보다 더욱 심한 정체성이론이라고 생각됩니다.

셋째, ‘조선력사’는 구석기시대에 이미 우리 민족이 살기 시작하였으며, 고구려사가 한국사의 근간이 되었으므로 신라의 삼국통일을 부정하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다시 말하자면, 북한은 그들의 입장이나 견해와 다른 내용은 역사에서 제외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역사에 있어서 농민전쟁을 일으킨 인물을 피지배계층이므로 강조하고 부각시키지만 전압자는 집권층인 관계로 투쟁사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서술상에 있어서 인민들의 투쟁사에 관련되는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80년대와 90년대 이후 교과서의 체제의 차이를 살펴보자면, 90년대 교과서에는 김정일 유시문이 등장하였고, 서술 내용이 증가하였으며, 인민들의 반봉건 투쟁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반일과 반미내용이 증가되어 있었고 1920년도 초기 공산주의운동이 첨가되어 있었습니다.

‘조선력사’에 보이는 북한의 고대사 인식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리나라 최초의 통일국가는 고구려의 민족통일을 계승한 고려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즉, 신라의 삼국통일을 비판하고 부정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고조선-구려-고구려-발해-고려-북한으로 이어지는 북한정권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셋째, 한국사의 중심을 북한에 두고 있었으며 북한이 한국사의 정통성을 이어간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넷째, ‘조선력사’의 역사주체를 인민에 두고 있었습니다. 내용선정에 있어서는 농민전쟁과 인민투쟁사를 위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대사, 삼국시대, 후삼국시대를 바라보는 인식에 있어서도 80년대에 비해 90년대 이후는 변화를 보이고 있었는데요. 80년대의 고대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고구려 중심의 역사관에 신라사를 부분적으로 보충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90년대 이후 고대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80년대의 관점에 비하여 부정적인 측면이 약하게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역사인식 차이를 비교해보면, 북한은 삼국시대가 중세로 설정되어 있으며, 삼국통일을 부정적인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한은 삼국시대를 고대로 설명하고 있으며, 삼국통일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80년대의 고대사와 90년대 이후의 고대사 인식의 변화에 있어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차이점은 첫째, 강한 민족주의 경향이 보이면서 민족의 우수성이 강조되어 민족문화에 대한 서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90년대 이후로는 봉건 지배층의 활동에 관한 역사도 긍정적인 측면이 보여 지고 있었습니다. 둘째, 김일성 사후의 당성, 계급성의 강화는 교시 및 말씀을 중시하는 역사교육의 강화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셋째, 북한 역사교육의 주된 관심은 역사적 사건에서 교훈을 찾고 있으며,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평가를 현재적 관점에서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북한 교과서의 시대구분이나, 역사교육의 목표 등은 우리민족의 동질성인 역사 이해에 매우 심각한 상황을 끼치고 있으며, 사실의 은폐 및 허구성으로 인한 역사해석과 서술의 차이는 결국 민족 동질성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텐데요. 앞으로 북한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조금씩 진실 된 모습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변해가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바라볼 때, 북한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변화를 계속 주시해야할 것입니다. 오늘 기사를 통해 남북통일 후 발행되어질 진실 된 역사교과서를 기대해봅니다.

 

<참고>
-역사왜곡과 우리의 역사교육, 김한종, 책세상출판사
-남북한 역사관의 비교, 신형식, 솔출판사
-21세기 역사교육과 역사교과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북한의 교과서 『조선력사』에 보이는 한국고대사 인식의 변화,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이은영(2005)

<사진>
-http://www.mydaily.co.kr/news/read.html?newsid=201011261158375520
-http://www.book4949.co.kr/shop/shopdetail.html?brandcode=023002000300&search=&sort=order
-http://www.dailynk.com/korean/read_photo.php?cataId=nk03100&num=98424&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