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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우리는대학생기자단

사랑해, 연평도

하늘에는 별이 있어 아름답고, 땅에는 꽃이 피어 아름답지만, 사람에겐 사랑이 있어 아름답다.

2012년 11월 연평초등학교 도서실, 한 학생이 읽고 있던 괴테의 구절이 가슴에 와 닿아 슬그머니 다가가 몰래 뒤에서 한참을 바라 보았습니다. 2012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2주기, 연평도는 2년 전 서해를 수호하다 장렬히 전사해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된 장병들로 밝게 빛났고, 땅에는 아직도 남겨진 포격의 상흔을 복구하기 위해 구슬땀으로 꽃을 피우는 주민들이 있어 따뜻했지만, 무엇보다 연평초등학교 학생들과 사랑을 나누는 상생기자단이 있어서 연평도는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상생기자단과 함께한 통일미래 꿈들의 희망 힐링캠프

통일부 상생기자단은 2012년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에 걸쳐 연평도를 방문했습니다. '통일미래 꿈들의 희망 힐링캠프' 라는 명칭으로, 연평도 포격 2주기를 맞아 연평도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사랑을 나누는 활동이라는데 그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번 힐링캠프에는 주로 연평초등학교 학생들과 같이 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계획에는 미술을 통한 심리치료, 통일송 부르기, 통일 항아리 그리기, 재능기부와 희망의 벽화 그리기 활동이 포함되었습니다.

첫 날, 가슴 설레는 연평초등학교 학생들과 대면식을 마치고, 미술을 통한 심리치료와 통일송 부르기를 진행했습니다. 이지혜 기자가 준비한 미술 심리치료를 통해 2년 전 연평도 포격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친구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주로 그림에 불안과 공포를 의미하는 붉은색이 많이 사용된 것을 보며, 그 당시 아이들의 겪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상생기자단은 너무나도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기가 힘들었습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건희, 길은수 기자가 준비해 온 통일송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들어 본 친구들이 없어서 멜로디와 가사를 가르쳐 주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이들은 금방 잘 따라주어 나중에는 돌림노래를 부를 만큼 익숙해져서 통일송 부르는 것을 즐겼습니다.

 

"나의 소원은 하루 아침에 통일이 되는 것이다."

다음 날 진행된 통일 항아리 그리기는 통일을 향한 연평초등학교 학생들의 뜨거운 염원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통일 항아리 그리기는 조그만 통일 항아리에 각자의 통일에 관한 그림을 그리고 메시지를 넣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글쓴이는 한 학생의 메시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나의 소원은 하루 아침에 통일이 되는 것이다."라는 학생의 문구는 기자단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밖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평화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와 예쁜 그림을 항아리에 그리며 통일을 생각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평초등학교에서 펼쳐진 다채로운 재능의 향연

이튿 날인 11월 24일, 선발대에 이어 후발대 기자들이 연평도에 상륙하였습니다! 후발대로 온 기자들의 임무는 선발대 기자들과 함께 벽화 봉사에 동참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능나눔 공연을 통해 연평도 청소년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아주 특별한 임무도 부여되었습니다. 이번 재능나눔 공연은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었을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상대적으로 문화적 소외감을 느낄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게 하자!'는 취지로 상생기자단 조아해, 이근영, 이주현 기자가 자발적으로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나서서 본격적으로 성사되었습니다. 아울러 김경준 기자 역시 그 취지에 공감을 표하며 그간 갈고 닦은 무예 시범을 보이겠다고 나서는 덕에 보다 풍요로운 구성으로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후발대 기자들은 연평도에 도착하자마자, 옷 갈아입을 틈도 없이 재능나눔 공연이 있을 연평초등학교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비록 학생들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공연에 참여한 기자들은 아이들 앞에서 그간 자신들이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조아해, 이근영 기자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합주가 있었는데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과 영화 <여인의 향기>에 삽입된 탱고 음악 'Por Una Cabeza(뽀르 우나 까베싸)'를 멋지게 연주하여 학생들의 찬사를 받았답니다. 얼마 전 졸업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주현 기자 역시 그간 자신이 연습한 피아노 실력을 가감없이 드러내어 학생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특히 제대로 된 피아노 없이 낡은 전자피아노 하나만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멋진 공연을 보여준 세 여기자들에 대해 다들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김경준 기자의 전통무예인 '무예24기' 시범이 있었는데요, 이날 공연을 위해 김경준 기자는 무사 풍의 남색 철릭(한복)을 입고 나와 각각 권법과 검법 시범을 선보였습니다. 박력 있는 무예 시범에 아이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요, 특히 한복을 입고 목검을 들고 온 것이 아이들 눈에는 신기했는지, 공연이 끝나고서도 졸졸 따라다니며 관심을 표시했습니다. 이후 연평도를 떠날 때까지 김경준 기자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조선시대에 온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하네요.

공연 중간 중간에는 사회를 맡은 정원석 기자의 진행으로 즉석 퀴즈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상품으로 걸린 '통일맨 쿠키'를 받기 위해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손을 번쩍 들며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과 참여도를 보여주었답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이번 재능나눔 공연을 통해 연평도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공연에 참여한 기자들은 모두 뿌듯했답니다.

 

연평도에 사랑을 수놓다, 희망의 벽화 프로젝트

연평초교를 방문하는 길에는 연평도 곳곳의 양쪽 벽면에는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소재도 참 다양했는데 어린왕자부터 시작해서 고래 벽화, 튤립 벽화 등 군데군데 전시된 예쁜 그림들에 우리들은 쉽게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우리의 벽화봉사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새삼 느꼈지요. 벽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한 쪽 벽면에는 연평도 바다의 풍경을, 다른 쪽 벽면은 무궁화 꽃을 그렸습니다. 스케치를 하기에 앞서 흰색 페인트로 벽화가 진행될 벽면을 새로 덮어버리는 밑작업을 했는데, 처음에는 물과 페인트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느라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 시행착오의 흔적은 작업복으로 입고 갔던 변지광 기자의 외투에 고스란히 베어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밑작업은 점심식사 전까지 서넛의 인원으로 3시간 가량 걸려서 끝낼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든든하게 챙겨먹고는 이어서 스케치작업을 진행했는데, 이지혜 기자와 김엘림 기자가 수고했습니다. 역시나 두 기자들이 예쁜 마음씨를 가져서 그런지 마음만큼 예쁜 그림들이 벽면에 그 모양이 드러났습니다. 밑그림이 잘 그려진 만큼 칠해야 하는 다음단계에서는 한층 수월하게 할 수 있었는데, 후발대로 도착한 기자들의 합류로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한 쪽에는 꽃이 피고 있었고,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연평도 바다의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분들도 눈을 떼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가던 발걸음을 멈춰서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던 동네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는데, 아주머니께서는 벽화봉사를 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자식 생각이 나셨는지 아들 이야기를 하시며, 나중에 통일부 상생기자단에 꼭 한번 지원하게끔 할 생각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작업 중간중간에 동네주민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벽화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후발대 기자들의 합류로 더욱 가속화 된 작업은 다양한 사람만큼이나 개성 있는 그림으로 표현되었는데, 주황색의 선명한 꽃게를 비롯해서 눈모양이 제각각이었던 물고기 떼, 포켓몬스터 쏘드라로 표현된 해마 등이 벽화 속 연평도의 바다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변지광 기자는 무궁화 주변의 나비 한 마리를 채색했는데, 열정으로만 행했던 채색이 결국엔 과해서 날개모양이 바뀌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보완해가며 연평도에 길이 남을 상생기자단의 벽화가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무궁화 벽면의 여백 한 켠에는 이날 벽화봉사를 함께한 상생기자단 5기의 이름을 적어놓고 모두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연평도 포격 추모 2주기를 맞아 진행된 벽화봉사의 현장에 통일부 상생기자단의 이름으로 우리는 지나간 아픔을 위로하고 희망을 꿈꾸게 하는 소중한 벽화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일정을 모두 마친 상생기자단은 연평도에서의 짧은 시간을 뒤로 한 채, 인천행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매서운 서해 바람과 함께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던 연평도, 그 곳에서 짧은 2박 3일이었지만 조금이나마 따스한 온기를 전해 주려했던 우리의 뜻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라면서 무사히 힐링캠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