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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핵을 넘어 평화로 (2)] 한반도 평화체제와 영세중립통일

  지난번 「핵을 넘어 평화로」시리즈의 첫 번째 기사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이야기하다에서는 비핵화와 비핵지대화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비핵지대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지대화의 궁극적 목표인 통일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종전선언?

  냉전은 끝이 났지만 동북아만큼은 중국-북한과 한국-미국-일본이 대립하는 냉전적 질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각 국가 간 외교관계가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에서의 비핵화 논의는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때에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은 순서 문제에 있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드는데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1994년 북미 간의 제네바 합의 타결을 전하는 뉴스 (출처 : http://imnews.imbc.com/20dbnews/history/1994/1940758_6142.html)


  먼저 북한은 평화체제가 마련된 상태에서만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핵무기는 북한이 미국과 맞설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므로 완전한 체제보장 없이는 포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북한이 말하는 평화체제 조건으로서의 체제보장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미국과의 수교나 불가침조약을 의미합니다. 반면 미국은 그간 수십 년 동안 북한이 협상을 통한 핵확산을 해왔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평화체제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북한과의 지지부진한 협상에서 미국이 얻은 교훈이 바로 북한에 대한 先핵포기 요구입니다. 


한국전쟁 휴전협정 당시의 모습. (출처 : http://kookbang.dema.mil.kr/kdd/GisaView.jsp?menuCd=3004&menuSeq=1&menuCnt=30911&writeDate=20090727&kindSeq=3&writeDateChk=20090727)


  이 같은 先평화협정과 先핵포기의 대립의 합의점으로 생각해볼만한 것이 종전선언입니다. 원칙적으로 한반도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인데, 종전선언을 통해 전쟁의 끝을 명확히 선포한다면 각 국가 간의 외교관계를 다시 정상화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비록 종전선언이 국제법상의 조약은 아니지만 최고지도자들이 서명하는 것인 만큼 국제조약에 준하는 효력을 갖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북한에게 종전선언이라는 당근을 제공할 수 있고, 동시에 북한에게는 비핵화 실행을 위한 명분이 생기는 것입니다. 


영세중립통일은 가능할까?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통일입니다. 현 상황에서 봤을 때 한국과 북한의 비대칭적인 전력상 가장 현실적인 통일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는 통일을 할 바에야 ‘두 배 따거나 모두 잃기’식의 도박, 즉 전쟁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주변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 역시 미국의 우방국인 통일한국과 국경을 맞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6.15 공동선언이 채택되었다. (출처 : http://www.jikji.org/6.15%20%EB%82%A8%EB%B6%81%20%EA%B3%B5%EB%8F%99%20%EC%84%A0%EC%96%B8)


  한반도에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새롭게 생각해볼 통일 방안은 바로 영세중립통일입니다. 이전 남북한의 지도자들은 영세중립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의 통일을 오스트리아식의 영세중립통일로 전망했고, 김일성 역시 중립통일을 이야기했습니다. ‘6·15 공동선언’에서도 남북은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안이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는 중립적인 연합제를 거쳐 완전한 영세중립통일에 이르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붕괴나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가장 걱정하는데, 영세 중립화된 통일한국은 이러한 중국의 걱정을 해소하는 방안으로서 중국의 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기지 (출처 : http://www.rfa.org/korean/in_focus/us_base-01022009163700.html)


  그러나 과연 미국이 한반도가 자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물론 중립통일이 된다면 한반도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이 지금보다는 낮아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곧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북한의 노동당 국제비서 김용순은 미국의 국무부 차관이었던 아놀드 켄터와의 회담에서 “미군주둔을 용인하며, 연방제 통일 이후에도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일본의 위협을 고려해) 단계적 철수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역시 “주한미군에 대해 김 위원장도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위해 통일 후에도 주둔해야한다는 내 말에 동의했다.”고 CNN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영세중립통일을 하더라도 한미동맹의 특수한 관계상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한다는 입장은 상당히 보편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 주둔이 가능하다면 미국도 한국의 영세중립통일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구희상



[참고문헌]

강종일, 2001, "한반도 영세중립통일방안 연구," 『國際政治論叢』, 제41권1호.
강종일, 2006,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반도 중립화통일 연구," 『의정논총』, 제1권.
이수석, 2007,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향," 『평화학연구』, 제8권3호.
임수호, 2009,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역사적 경험과 쟁점," 『한국정치연구』, 제18권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