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입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9월 15일 토요일 오후, '통일시대를 준비하라'라는 제목의 통일한국 젊은포럼에 다녀왔습니다.
한국리더십학교에서 주최하고 한반도평화연구원에서 협력하는 포럼이었는데요,
최 기자가 가장 관심있게 눈 여겨본 주제는 바로 "88만원세대의 통일포비아"라는 주제였습니다.
같은 시간, 각각 다른 장소에서 진행된 터라 관심 있는 한 주제를 골라서 들을 수 있었는데, 저는 그 중에서도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통일에 대한 시각을 듣고자 이 주제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김은신(통일한국젊은포럼 총무), 정구진(서울대 법학대학원 재학), 강룡(새코리아 청년네트워크 대표), 주옥(연세대 법대 졸업)
김은신 대표가 생각해 볼 문제를 제기하고, 나머지 청년들이 그 이슈에 대한 답변 및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1. '민족' 개념은 우리에게 아직 유효한가
"탈북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중국에 있을 때는 시민으로서 인정을 못 받다가 한국에 와서 신분증을 받을 때 느낌은 '아, 우리가 정말 한민족이구나'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민족에 대한 교육을 많이 시키는데, 남한에 와보니 여기에서의 민족 개념은 약간 구시대적인 발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북한에서의 '민족' 개념은 필수품 같은 것입니다. 북한에는 어린이들도 모두 민족 통일을 원하고,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통일이 되면 한민족인 남조선에 가서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건 제 꿈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아직까지도 민족이라는 개념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고, 대다수가 통일을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생각했던 통일은 감성적인 것이었는데, 남한은 이와 달리 냉정한 통일을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이런 점이 저에게는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저는 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민족의 개념이 부분적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의 20~30대에게 민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민족이라는 개념을 어디까지 안고 갈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분명한 것은 민족이라는 것을 아주 버릴 수는 없지만 이제는 반드시 필요조건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민족적 당위성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통일의 가치를 이야기 할 다른 조건들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2. 통일의 당위성
"저 같은 경우는 북에서 교육을 받고 온 사람으로서, 남한 주민들에게 북한이 실상에 대해서 알리고자 하는 데 사명을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것이라고 모든 것이 다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쁜 건 나쁜 대로, 좋은 건 좋은 대로 그대로 알려드리고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남한에 와서 청년들과 교제하다 보니, 그들이 왜 자신들이 살아가는 공동체나 사회, 민족, 역사 보다는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들에게 통일을 말하는 데 있어서 민족적 당위성보다는 경제적인 이점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통일시대의 새로운 일자리들로서 분단상징물 수집가, 북한박물관장, 통일 후 사회전문가, 코리안 루트개발자, 연해주전문가, 크루즈여행가, 기차여행전문가, 모든섬여행가, 투어코스개발자,관광컨설턴트, 웨딩디자이너 등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통일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실적인 취업이나 일자리 문제 등도 통일과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88만원 세대의 통일포비아 극복 방안
"어느 사회나 그렇듯, 북한에서도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과 다르게 '자살'이 없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 자신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도 자살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 있으며, 더군다나 북한은 연좌제이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가족들까지 처벌을 받는 등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남한에서는 최근 공부하고, 먹고 사는 것이 어려운 세대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청년 세대에게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수능시험 언어영역 지문에 '북한이나 통일'이라는 테마로 하나라도 낼 수 있다면,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지난 6개월간 '참을 수 없는 통일의 가벼움'이라는 소모임을 해 왔습니다. 북한에서 온 친구들과 남한 친구들이 만나서 함께 어울리는 모임이었는데, 10명밖에 안 되는 이 모임이 지난 30년간 제가 쌓아 왔던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탈주민을 보며 '봉사의 대상'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소통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봉사의 대상으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로 대등하게 함께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 이들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있다면, 꼭 이탈주민과 많이, 자주 함께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참을 수 없는 통일의 가벼움'이라는 이름이었다면, 이제는 '참을 수 없는 통일의 즐거움'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또다시 모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남북합창단을 꾸려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때로는 '88만원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남한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해소 방안은 무엇일까요?
"저는 지금 새코리아 청년네트워크를 이끌어 가면서 여러가지 일을 담당하지만, 그 중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자원봉사'입니다.
아까 정구진 형제가 말했듯이, '왜 이탈주민이 반드시 자원봉사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서 하게 된 것이 바로 자원봉사입니다. '이탈민도 이 사회에 기여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탈민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소통을 시도해야 됩니다. 남한 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직 남한 사회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니다. '이탈주민들이 누구인가, 어떤 사람들인가'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탈주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오해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저만 해도 가족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해야만 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 땅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이렇듯 이탈주민들이 보이는 것만으로는 많은 지원을 받는 것 같이 보이지만, 다들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픔과 상처를 하나씩은 안고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를 만들고, 부대껴보면서 소통한다면 오해를 풀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질문하신 분, 저랑 친구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과 북이 함께한 청년 세대의 통일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평소에 많이 고민했던 부분을 함께 이야기하며 통쾌하게 풀어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88만원세대'로 대변되는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통일을 이야기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88만원세대'는 스스로가 통일시대에 살고 있음을 인식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가장 많이 지닌 '통일세대'임을 자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통일포비아'를 극복하고 새로운 통일세대의 주체로 뻗어나갈 시간입니다.
통일이야기,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이상으로,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였습니다.
'통일 미래 길잡이 > 현장과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트 25000'팀과 탈북자 인권개선의 루트를 이야기하다 (0) | 2012.10.03 |
---|---|
통일 독일인의 통일이야기 : 독일 통일 후 내적 통일과 사회적 통합에서 본 한국 통일 (0) | 2012.10.02 |
허기자가 간다! 저의 꿈은 통일부 상생기자단이에요! (7) | 2012.09.28 |
어린이들의 통일생각 엿보기 : 나라사랑 평화사랑 글·그림대회 (0) | 2012.09.27 |
창원 용지공원의 미(美)를 더하는 경남통일관 (2) | 2012.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