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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권력의 내막 (KBS 특별기획)

지난 6월 12일 저녁, KBS에서는 '[긴급입수] 김정은 북한권력의 내막'이라는 특별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2012년 일본 NHK에서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권력의 3대 세습을 통해 집권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권력 승계 과정과, 권력 유지의 내막 그리고 북한의 실상을 공개함으로써 북한이 점점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붕괴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1. 권력 유지를 위한 정통성과 명분 확보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돌 기념 행사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공개 연설을 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북한의 주민들은 북한의 젊은 새 지도자에게 열광하였고, 김정은의 외양이 김일성과 똑같다며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과 매우 흡사한 것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이 자신의 아버지 김정일이 아닌 할아버지 김일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그의 걸음걸이와 목소리, 사소한 행동거지 하나하나까지 따라하는 훈련을 받았고, 심지어 여러 차례 성형수술까지 했다는 주장도 국내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김정일이 아닌 김일성을 따라했을까요?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한 익명의 前 북한 고위 간부 출신 탈북자는 "김일성 시기는 그래도 비교적 옥수수밥이라도 하루 세 끼 먹을 수 있었고, 지금처럼 굶어죽는 사람들도 없었기 때문에 북한 내의 모든 사람들은 김일성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명분과 지도력 등 여러 면에 있어서 권력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이 굳건한 후계 체제를 이룩하기 위해선 북한 주민들이 숭배하는 김일성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2. 권력의 승계 과정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후계자 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이후로 추정됩니다. 前 북한 고위 간부 출신 탈북자의 증언에 의하면,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회복한 이후, 자신의 유고를 걱정한 김정일은 여동생 김경희, 매제 장성택, 그리고 김정은을 대동한 가족회의를 비정기적으로 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회의를 통해 비로소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길어도 김정은이 후계자 교육을 받은 것은 3년 남짓에 불과할 뿐입니다.

점점 건강이 악화되던 김정일은 시간이 없는 것을 알았던지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김정은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2009년 4월 북한에서 이루어진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가 김정은의 성과였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였고, 2010년 3월 벌어진 천안함 폭침 사건과 11월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 역시 김정은의 후계 권위를 구축하기 위한 김정일의 극단적인 술수였다고 전해집니다.


3. 김정은의 불안한 미래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마침내 사망하자 후계자 김정은은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김정일 사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는 큰 탈 없이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권력을 그대로 승계받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러한 김정은의 권력이 오래갈 수 없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 내부에서 이미 모순된 북한 사회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지면서 북한 사회의 시스템이 서서히 붕괴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북한의 내부 모습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통해 북한 사회가 서서히 붕괴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의 군 간부가 배급을 받지 못하자 기밀시설을 촬영한 영상을 외국 정보기관에 돈을 받고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엄격한 인터넷 통제에도 불구하고 USB와 같은 이동식 디스크 등으로 외국 문물을 접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전세계 민주화 수치표를 읽으며 "우리는 10점 만점에 0.86이야. 이거 너무 낮은거 아니야? 응?"하며 의구심을 품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고위층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북한 경제의 실상을 전해듣고 있다는 前 북한 고위 간부 출신 탈북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인데, 개혁/개방은 커녕 오히려 계속해서 통제되는 분위기 속에서 외국 문물까지 유입되고 있으니 2~3년 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말로 북한 정권의 어두운 미래를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한 시장에서는 길거리 상인들이 "국가가 우리를 위해 해준게 뭐가 있어? 우리가 장사 좀 하려고 하면 방해나 하고 말이야!"라며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예전같으면 감히 상상도 못했을 일인데 이러한 일이 일상다반사라고 하니, 정말 북한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4. 김정은에게 요구되는 것

이처럼 북한은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붕괴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신격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례 없는 3대 세습과 우상화는 더 이상 북한 주민들에게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폐쇄된 사회라고 할 지언정 외국 문물이 서서히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이 숭배했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정권의 실체를 파악한다면 북한에서는 정말 엄청난 대혼란이 불어닥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북한의 권력을 틀어쥔 젊은 지도자 김정은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신이 잡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구시대적인 우상화와 주민통제가 아닌 진정 북한 주민들을 위한 개혁/개방을 시도하고 권력을 주민들에게 양도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통일은 혼란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상태로 북한이 급변사태를 맞이한다면 통일 후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이웃국가 중국이 어떠한 태도로 나올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고 완전한 한반도 통일을 이룩함으로써 장차 우리 민족이 동북아세계를 주도하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새 권력자 김정은의 향후 선택이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한반도 통일에 앞장서는 통일의 주역이 될 것이냐, 아니면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처럼 권력의 독재를 누리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고 민족의 죄인으로 역사 속에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남길 것이냐. 이 두 가지 길 중 어떤 길을 선택할 지는 이제 모두 김정은에게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