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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남북 대학생 교류 세미나] 김정은 3대 세습과 북한민주화를 논하다

5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남북의 청년·대학생이 김정은 3대 세습과 북한민주화를 논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탈북청년연합·대표 한남수)의 주최로 열린 이 세미나에서 남과 북의 젊은이들은 북한의 3대 세습과 북한민주화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 ‘남북대학생, 김정은 3대세습과 북한민주화를 논하다’ 세미나 장면

세미나는 이정심 탈북청년연대 홍보부장의 사회로 시작됐다. 이정심 부장은 사회에 앞서 “4 13일 북한 김정은 3대 세습정권이 공식적으로 출발했고, 15일 국제사회의 만류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우리는 김정은 정권도 김일성 정권과 다르지 않으며,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해서는 북한 정권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러분들과 나누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세미나의 목표를 밝혔다.

 

가장 먼저 윤주용 북한인권학생연대 사무국장이 북한 3대 세습독재 정권의 부당성이라는 제목으로 첫 발제를 맡았다. 윤 사무국장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세습은 중세 봉건시대에나 가능했던 것이며 인류의 발전을 되돌리는 퇴보 행위라며 이 3대 세습이 북한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반하는 무능하고 폭압적인 정권의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쿠바, 토고, 가봉 등 세습 독재를 단행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함께 들어 그 공통점으로 정치경제적 후진성, 피폐한 주민 생활수준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유학을 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이전 정권과는 변화된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론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평가하며 그 증거로 탈북자에 대한 김정은의 강력한 제재, 선군정치의 계승 표방, 로켓 발사 실험 강행, 그리고 짙은 핵실험 가능성을 꼽았다.

이어 윤 사무국장은 탈북청년연대 및 기타 북한인권 단체들의 주도로 지난 415일에 열린 북한 3대 세습 반대 및 미사일 발사시험 강행 규탄플래시몹의 예를 들며 북한 민주화에서 우리(남한주민)를 포함한 전 세계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대학생 1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최고사령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깡패 대학생 무리의 난동 짓거리라며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위협 아닌 위협을 한 것은 그만큼 북한 당국이 한국 사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 북한 3대 세습독재 정권의 부당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윤주용 북한인권학생연대 사무국장

 

두 번째 발제는 「세상 밖으로 나오다」라는 저서를 통해 정치범수용소에서의 삶과 그 탈출 과정을 고백해 주목을 끈 바 있는 Inside NK의 신동혁 대표가 맡았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도 북한 인권문제는 이슈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의 문제라며, 남한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문제는 정치의 영역도 이념의 영역도 아닌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라며 북한인권 개선은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이들에 대한 생명과 삶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와 호소를 외면하면서 민족과 인권을 논의하는 것은 지나친 사치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에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호소하고 있는 신동혁 대표

 

마지막 발제는 탈북청년연대의 백요셉 사무국장이 맡았다. 백 사무국장은 "대한민국에서 북한인권문제와 북한 민주화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그는 본인의 탈북 경험을 소개하며 자신이 탈북을 하게 된 목적이 "대한민국이라는 발판을 딛고 북한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었으나 "정작 남한에 와보니 북한 민주화보다 남한 사회 안정이 더 시급한 문제였다"며 최근 논란이 된 종북주의자들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한 북한의 3대 세습을 지지하고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귀를 닫아버리는 남한 사회의 이중적 잣대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백 사무국장은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는 것만이 이천 삼백만 북한 주민의 인권 해방을 위한 실질적 행동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인권법의 빠른 제정을 촉구했다.

 

▲ 북한인권문제와 북한 민주화에 대해 말하고 있는 백요셉 탈북청년연대 사무국장

 

이어진 토론에서 첫 발표를 맡은 서강대 김은주 씨는 북한인권문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남북청년들의 과제라는 주제를 갖고 특별히 탈북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김 씨는 현재 남한 사회의 탈북 대학생이 무려 2천여 명인데, 정작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적으로 행동하는 탈북 학생들은 많지 않다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 활동에 탈북 대학생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의 학내 북한인권 동아리 북극성의 회장인 최지훈(전북대) 씨는 그간의 동아리 활동 경험을 토대로 북한 인권을 위한 학내 활동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북한 인권 동아리가 북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데 유의미한 위치에 있으나, ‘북한 인권북한 민주화라는 주제 자체가 어려워 이것을 쉽게 풀어내는 데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에 최 씨는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대중의 관심을 유도할 방안으로 북한 인권 문제 홍보를 위한 탄탄한 내용에 흥미까지 더한 콘텐츠 개발(예를 들어 뮤지컬이나 연극 등의 문화 콘텐츠) 북한 인권유린 실태를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 통일한국이 겪을 사회적 변화에 대한 홍보 등을 제안했다.

 

▲ 토론 발표를 맡은 서강대 김은주 씨(좌)와 전북대 북한인권 동아리 '북극성' 최지훈 회장(우).

남북의 청년·대학생들이 모여 이렇게 김정은 정권의 3대 세습과 북한 민주화를 논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귀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북한의 성공적인 민주화를 위해서는 북한 인권의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 3대 세습과 북한 민주화를 논한다”는 세미나의 주제와 관련해서 ‘대학생’만의 시각으로 더 깊이 있게 직접적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기존의 북한 인권에 관한 논의를 상당 부분 반복했다는 점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그것은 그만큼 북한의 세습과 북한 민주화 문제가 민감하고 까다롭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논의에서 깊이 있는 통찰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반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