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0여일이 되도록 단식 투쟁에 들어간 이애란 교수
최근 탈북자 북송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탈북자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연극을 보고 온 권해모리, 최수지 기자
여러분께서 탈북자 문제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권해모리, 최수지 기자가 연극 '목란언니'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연극 '목란언니'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목란'은 북한에서 건너왔지만 북에 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여인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시놉시스의 밑줄 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라는 구절에 의문을 품을 것입니다.
'북한으로 돌아가다니, 왜? 겨우 넘어온 남한인데 왜 북한으로 돌아가려고 할까?'라는 생각이 쉽게 스쳐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국경을 넘어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가 다시 북한으로 보내지는 북송 문제가 대두됨으로써 이러한 상황은 더욱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텐데요.
목란은 도대체 왜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 그것이 가능한 이야기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다는 것은 우리가 탈북자 문제를 너무도 일차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살아온 환경과 그에 따른 가치관, 그리고 그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 북한!"
목란은 처음에 이렇게 불려졌습니다.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만으로 그녀의 이름은 '북한'이 되었고, 이미 '대상화' 되어버린 북한의 이미지를 그 위에 덮어씌워 버리는 현실이 실감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목란은 한 여자이자 사람이었습니다. 목란꽃처럼 강하면서도 여린 데가 있는 여자였습니다. 목란에게는 굉장히 비극적인 상황을 전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연극은 무거운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보잘것 없어 보이는 목란은 음악으로 한 남자를 치유했고, 또 한 남자를 감싸안았고, 한 여자에게 열정을 되살려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있었던 것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었지, 북한과 남한의 만남은 아니었습니다.
"야, 북한. 너희 TV에 항상 비장한 얼굴로 나오는 그 아나운서 있잖아. 요즘은 왜 안 나오는 거야? 북한은 뭐 비밀이 그리 많냐? 너희는 도무지가 통풍이 안 되는 나라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나오는 젊은 아나운서 있잖아. 걔는 헤어스타일이 왜 그렇게 촌스럽니? 너넨 헤어스타일도 세습이니?"
연극 중간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북한에 대한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소식을 '뉴스거리' 혹은 '가십거리'로 인식합니다. 속 시원하게 공개하는 게 없어서 더욱 그 속이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 간지러운 상태. 그것이 현재 분단된 상황에서 우리가 취하는 소극적, 수동적 태도입니다.
남과 북은 서로 맞춰나가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서로에 대해 신기하고, 특이하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이제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특수한 상황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을 단번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면대 면으로 접촉하는 부분이 많아져야 우리는 서로에 대한 관심을 이해와 포용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연극을 보고 온 최 기자는 북한학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북한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그럼 넌 북한을 좋아해?"라고 묻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북한이 좋은 것이 아니라, 북쪽에 사는 우리의 사람들과 하루빨리 '부대끼고' 싶은 것입니다.
신문과 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무언가 심히 촌스럽고 불쌍하게 비춰지곤 합니다.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만 스스로가 도덕적이라고 인식하게 합니다. 스스로의 우월감을 재확인하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목란은 특유의 강한 자존심과 고유의 독특함으로 남쪽 사람들을 물리적·정신적으로 보듬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목란으로부터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우리는 60년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만큼 각자 살짝 '삶의 코드'가 달라진 것 뿐입니다. 하지만 코드가 달라도 조화롭게 연주하면 아름다운 멜로디가 완성되는 법입니다.
그들에 대한 시선이 획일화돼서는 안되는 이유. 그것은 북한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남과 북의 경계 없이 어우러져 살아갔던 한반도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남과 북의 경계, 이념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극 '목란언니', 두산아트센터에서 3월 9일부터 4월 7일까지 공연한다고 합니다. 우리 삶에 존재하는 각종 '경계'에 대한 인식이 싹텄다면, 이번 주말에는 '목란언니' 연극 공연장 한 번 찾으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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