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바라는 마음은 우리 민족 모두가 한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픔 없는 기쁨으로 평화 통일을 이뤄 내는 것이 아직까지도 유효한 우리 민족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은 같으나 그 소망을 표현하는 방법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이는 통일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이는 글로 표현하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국회 앞에서 평화 통일을 바라는 1인 시위를 하기도 합니다. ‘통일 염원 시(詩)’도 바로 이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때로는 차분한 운율로, 때로는 강인한 어조로 통일을 바라는 ‘통일 염원 시(詩)’ 몇 작품을 바로 오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통일의 주역이 될 어린이들을 위한 통일 동시 세 편입니다.
고광근
오, 오마니
사투리로 주저앉으시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달래도 듣지 않을
철부지 아이가 되셨다.
오십 년 전 어린아이가 되셨다.
위의 시(詩)는 아동문학가 고광근 시인이 쓴 시입니다. 고광근 시인의 동시집 ‘벌거벗은 아이들’은 지난 2007년 제3회 연필시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데요, 맑은 동심의 세계를 깊이 있는 사유로 참신하게 표현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위의 동시 ‘남북 이산가족 만남’ 역시 이산가족들의 애환을 짧으면서도 순수하게 표현했습니다. 눈물바다가 되어버린 상봉 현장을 TV로 처음 보았을 때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권영상
슬픈 일일수록
새들은 빨리 용서할 줄 안다.
우리보다 더 힘들게 살면서도
언제나 우리보다
더 먼저 용서하는 새들
지난 일을 잊기 위해
새들은 소총 소리 들리는 숲을 찾아와
거기에다 편안한 집을 짓는다
지뢰가 흩어진 숲속을
우리보다 더 먼저 찾아와
탄탄하게 집을 짓고
따스한 알을 낳는다.
아동문학가이자 교사로 재직 중인 권영상 시인의 동시입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뢰가 묻혀 있는 비무장지대(DMZ)지만 정전 후 58년이 지난 지금, 생태계의 보고가 된 비무장 지대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노원호
강원도 철원군 월정역에서는
우리 키보다 훨씬 높은 철조망을 볼 수 있다.
북으로 달려가다 멈추어 선 기차를
가로막고 서 있는 남과 북의 철조망
봄바람이 불어와도
그대로 서 있다.
그러나 봄바람은
예쁜 풀꽃이 피어나도록
철조망 언 손부터 조금씩 만져준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가슴 부풀리며 넘나드는 사이
봄은 이미 철조망 높이만큼 피어오른다.
아, 이제는 됐다.
가슴을 열어 놓고
봄바람을 맞는 철조망도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여전히
갈라섬이 없이 하나로 되어 있다.
통일에 관한 많은 동시가 있었지만, 위의 시들를 선정한 이유는 곧 살랑살랑 불어 올 봄바람이 생각나서 입니다^^ 전쟁이 중단된 후 60여 번이나 한반도를 찾아온 봄은 어김없이 올해도 오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따뜻한 봄날에 봄 소풍을 가까운 이북으로 갈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유명한 시인들이 쓴 통일 염원 시를 감상해보실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들의 통일 염원 시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표현하는 사람마다 사용하는 시어(詩語)와 표현법, 어조도 모두 다르지만 ‘통일’이라는 주제는 누구나 같아 보입니다.
신경림
끊어진 철길이 동네 앞을 지나고
'금강산 가는 길'이라는 푯말이 붙은
민통선 안 양지리에 사는 농사꾼 이철웅씨는
틈틈이 남방한계선 근처까지 가서
나무에서 자연꿀 따는 것이 사는 재미다
사이다병이나 맥주병에 넣어두었다가
네댓 병 모이면 서울로 가지고 올라간다
그는 친지들에게 꿀을 나누어주며 말한다
"이게 남쪽벌 북쪽벌 함께 만든 꿀일세
벌한테서 배우세 벌한테서 본뜨세"
세밑 사흘 늦어 배달되는 신문을 보면서
농사꾼 이철웅씨는 남방한계선 근처 자연꿀따기는
올해부터는 그만두어야겠다 생각한다
'금강산 가는 길'이라는 푯말이 붙은 인근
버렸던 땅값 오르리라며 자식들 신바람 났지만
통일도 돈 가지고 하는 놀음인 것이 그는 슬프다
그에게서는 금강산 가는 철길뿐 아니라
서울 가는 버스길도 이제 끊겼다.
우리 시대 대표 작가인 신경림 시인의 통일 염원 시입니다. 분단이 슬픈 건 비단 이철웅씨 뿐만이 아니겠지요. 임진강역에 실제로 걸려있는 시도 있습니다. 바로 홍순희 시인의 ‘임진강역’입니다. 임진강역의 쓸쓸함과 분단의 애달픔이 서려있는 시로, 임진강역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적시고 있습니다.
우리 땅의 사랑노래
김용택
내가 돌아서
그대 부산히 달려옴같이
그대 돌아서드래도
내 달려가야 할
갈라설래야 갈라설 수 없는
우리는 갈라져서는
디딜 한 치의 땅도
누워 바라보며
온전하게 울
반 평의 하늘도 없는
굳게 디딘 발밑
우리 땅의 온몸 피 흘리는 사랑같이
우린 찢어질래야 찢어질 수 없는
한 몸뚱아리
우린 애초에
헤어진 땅이 아닙니다
연재시 ‘섬진강’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의 통일 염원 시입니다. 분단의 아픔을 김용택 시인만의 맑고 투명하면서도 진한 서정성으로 풀어낸 시인데요, 마지막 두 행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우린 애초에 헤어진 땅이 아닙니다.’ 애초에 헤어지지 않은 우리 민족은 언제쯤이면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통일을 염원하는 시, 잘 감상 하셨나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와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이 외에도 통일을 염원하는 시는 매우 많이 있으니 관심이 생기셨다면 꼭! 검색해서 애송시로 한 편 외우는 것도 좋겠죠? 이토록 간절하게 통일을 소망하는 우리의 마음 하나하나가 모인다면 곧 어마어마하게 큰 뜻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제는 통일을 염원하는 시가 아니라 지난날에 대한 화해와 아픈 추억을 훌훌 털어버리자는 ‘통일 완성 시’를 읽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곽재구 시인의 ‘임진강 살구꽃’이라는 시 하나를 소개하면서 이번 기사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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