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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쫑알쫑알 수다방

주민등록번호는 왜 만들어졌을까?

잦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주민등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주민등록번호에는 국민들의 온갖 정보가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유출됐을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민등록제는 언제, 왜 도입되었을까?


주민등록제 제정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1·21 사태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1·21 사태, 그 긴박했던 순간

1968년 1월 21일,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인 124군부대 무장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기 위해 서울에 침투한 사건이 있었다. 게릴라전 특수훈련을 받은 31명은 그 해 1월 13일 북한군 정찰국장 김정태에게 청와대 습격에 관한 구체적인 작전 지시를 받고 18일 자정에 휴전선 군사분계선을 돌파하였다. 이들은 이틀 후 서울시내 세검동 파출소 관할 자하문 초소에 이르렀다.

자하문 초소에서 경찰관의 첫 검문을 받게 되자, 일당은 “방첩대원들이다.”, “신분증은 볼 필요가 없다.” 등의 위협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으며 계속 행진하였다. 약 400여m를 더 행진했을 무렵 연락을 받고 출동한 경찰 병력과 첫 접전이 벌어졌다.

게릴라들이 먼저 자동소총을 쏘며 수류탄을 투척하였다. 경찰관 1명이 전사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때부터 게릴라들은 현장을 지나가는 버스 안에 수류탄 1발을 투척, 승객에게 부상을 입히는가 하면 자동소총에 실탄과 수류탄을 몸에 지니고 뿔뿔이 흩어져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이날 밤 민간인 5명이 살해되었다.


군경합동수색진은 이들에 대한 소탕전에서 그날 밤 게릴라 5명을 사살한 데 이어, 경기도 일원에 걸쳐 군경합동수색전을 전개하여 31일까지 28명을 사살하였다. 나머지 2명은 도주한 것으로 간주되어 작전은 종료되었다.


주민등록증 발급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전 국민에게 12자리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했고, 18세 이상 국민들에게 주민등록증을 나눠주었다. 전 국민에게 단일 형태의 신분증을 나눠줘, 필요할 때 신원을 정확히 확인하려 한 것이다. 1975년에는 주민등록증 1차 갱신이 이루어져서 주민등록번호가 12자리에서 13자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지금의 주민등록제로 개정되었다.


그렇다면 주민등록제는 분단 이후 만들어졌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주민등록번호가 없을 것이다. 탈북자들은 주민등록번호를 어떻게 발급받을까?


탈북자의 주민등록번호

2007년 5월 이전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경기도 안성시 소재 하나원을 거주지로 해서 주민번호를 부여받았다. 그래서 번호 뒷자리가 한결같이 남자는 125, 여자는 22로 시작됐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됐다.

중국 정부는 자국으로의 입국을 시도하는 탈북자들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로 식별해 입국을 거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동일한 인근 경기, 인천 지역 주민 50만 명 역시 중국 입국을 거부당하는 등의 많은 불편이 있었다.
 


이러한 탈북자의 주민등록번호 문제는 탈북자를 소재로 한 영화 ‘무산일기’에서도 나온다. 영화의 탈북자 주인공은 주민등록번호에 붙은 탈북자 신분에 어려움을 겪는다.

탈북 인권단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2009년 탈북자들의 주민번호 변경을 1회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법안 통과 이후 탈북자들의 권익증진이 가능해졌고,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차별 받는 경우는 사라졌다. 더불어, 경기도·인천 주민들의 불이익도 해소되었다.


통일 이후 주민등록제

그렇다면 통일이 된다면 주민등록제는 어떻게 될까?

만약 지금의 현행 체제로 북한 주민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한다면 탈북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거주지를 근거로 주민등록번호를 발급하기 때문에 그들이 금방 북한 출신이라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주민번호 변경을 가능하게 한다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봤듯이 주민등록번호가 만들어진 배경은 북한 게릴라들의 무장침입 이후에 국민들의 신원 확인을 정확히 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통일 이후에도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