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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JTBC <탐사코드J> 나는 꽃제비입니다

지난 달 중순, JTBC의 한 시사프로그램인 <탐사코드J>에서 꽃제비 출신의 탈북 청년에 대해 바룬 바 있습니다. 2011년 기준,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새터민은 2만 3천여 명. 그 중 꽃제비 출신은 20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탈북한 지 7년째 되던 해, 살인 미수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김현우(가명)군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곁에 다가온 꽃제비들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 방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꽃제비'란?

'떠돌이'를 비유하는 러시아어 [꼬체비예]에서 따온 말로, 이리저리 떠돌며 구걸하는 아이들을 의미하는 북한 속어.
 



김현우 군의 어머니는 그 날의 기억을 여전히 생생하게 떠올립니다. 탈북 후, 중국에서 6년 간 머물렀던 이 모자는 2004년 9월 중국의 캐나다 대사관을 통해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김현우 군과 그의 어머니를 포함한 44명이 캐나다 대사관의 담벼락을 넘는 과정은 전세계 언론을 통해 생중계 됐습니다.  


그런데 김현우 군이 탈북을 시도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김 군은 9살의 어린 나이에 두만강을 건너 중국 땅을 밟았고, 이후 공안에 붙들려 강제 북송을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밟은 남한 땅임에도 그는 7년만에 '감옥'이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야 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억울하다 말합니다. 그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그의 혐의는 '살인미수'입니다. 김 군은 지인들과 술을 마신 후 새벽 귀가길에 세 명의 남성과 어깨를 부딪혔고, 그로 인해 시비가 붙었다고 합니다.  김 군은 실랑이 끝에 칼을 꺼내들었고, 두 명의 사내들을 연이어 공격했습니다. 이 과정은 주변 상가 CCTV에 모두 기록됐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칼'입니다. 21세의 김 군이 평소 생활에도 칼을 품고 다녔다는 사실은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평소 김 군은 조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주변 친구들과 선생님은 증언했습니다. 얌전하고 착한 김 군은 학업에도 열정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김 군이 벌인 사건에 대해 김 군의 친구들은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극한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언제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성장 한 꽃제비 출신의 탈북 청년들은 여느 남한의 학생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다가도 치욕감이나 모욕감 등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는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유를 찾기 위한 시간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습니다. 비슷한 사연을 가진 꽃제비 출신의 탈북 청년들은 김 군의 행동에 대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심정이 이해는 간다'고 말합니다. 취재진이 만나본 탈북 청년 또한 '나도 남한에서도 칼을 소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던 꽃제비 출신의 탈북청년도 있었습니다. 김현우 군과 마찬가지로 탈북 과정에 많은 고초를 겪었다는 서정주 군은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되고, 증거가 부족하여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범죄자 아닌 범죄자로 8개월동안 구치소에서 지냈던 그는 "여기서 풀려나면 지난 숭례문이 불에 탔던 것처럼 온갖 나쁜 짓은 다하려고 했다"며 억울한 심정을 표했습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탈북청년들이 남한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꽃제비 출신의 탈북청년들을 위한 제도, 지원이 신속하게 마련돼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여전히 그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말하는 순간, 취업시장의 문은 닫히기 부지기수고, 친구들의 놀림과 사회적 차별을 견뎌내야 합니다. 김현우 군 역시 학창시절, 남한의 학생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한 설문조사 결과, 집단으로 봤을 때, 가족이 있는 학생, 없는 학생 모두 우울증 고위험 점수가 40점 이상으로 나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상후스트레스'를 겪게 될 위험도 25점 이상을 나타냈습니다. 탈북 고아의 절반 이상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고, 이들은 보통 어디로 튈 지 모를만큼 과격해지거나 좀 더 우울감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바로 이들의 탈북 과정에서 얻게된 상처와 불안감을 보듬어 주는 과정입니다. '미술 치료'는 가장 대표적인 해법입니다. 미술 교육을 통해 탈북 고아들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찾게 됩니다.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셋넷학교'는 아이들이 느리지만 천천히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 학업에서부터 청소, 식사 준비까지 모든 과정이 학생들과의 토론을 거쳐 결정되고, 아이들은 현장에서 직업 체험의 경험도 쌓고 있습니다. 이는 탈북 청년, 탈북 고아들을 위한 제도 마련 시, 단초가 되어야 할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새터민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가족이나 성인들 대상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탈북 고아들을 위한 제도는 미비한 상태입니다. 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개인에 맞는 심리상담과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경제 지원입니다. 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될 수 있는 의료지원이 기관 안에서 이루어지고, 프로그램과 별도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또한 그러한 프로그램도 심리치료가 필요한 아이와 대학에 진학할 아이, 취업할 아이로 나눠 분화된 시스템 속에서 보호와 교육과 인생의 컨설팅이 병행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는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박채연이었습니다.